美 “10대 백신접종 늘려라”…백악관, SNS스타들과 캠페인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8월 2일 11시 3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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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고등학생 엘리 제일러(17)는 동영상 공유앱인 ‘틱톡’에서 1000만 명이 넘는 팔로워를 거느린 유명 인플루언서다. 그는 6월 인플루언서 마케팅업체인 ‘빌리지 마케팅’으로부터 이메일을 한 통 받았다. 업체를 통해 마케팅을 의뢰한 곳은 백악관.

제일러가 받은 주문은 십대들에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을 홍보해달라는 것이었다. 마케팅업체는 “12세에서 18세의 청소년들에게 백신에 대해 알릴 필요성이 엄청나게 크다”며 “최대한 빨리 답신을 달라”고 재촉했다. 곧바로 이에 응한 자일러는 이제 패션과 라이프스타일에 대한 동영상 대신 백신 접종의 필요성을 알리는 캠페인성 동영상을 제작하고 있다. 최근에는 앤서니 파우치 국립알레르기전염병연구소(NIAID) 소장과 백신 관련 질의응답을 나누는 동영상을 찍어 올리기도 했다.

델타 변이 바이러스의 급속한 확산에도 미국 내 백신 접종에 속도가 붙지 않자 백악관이 접종 캠페인을 위해 십대 인플루언서 및 크리에이터들에게 눈길을 돌리고 있다. 많게는 수십 만 명의 팔로워를 거느린 이들의 영향력을 활용해 12세 이상 젊은 층의 백신 접종을 독려하겠다는 것.

뉴욕타임스에 따르면 백악관은 젊은 세대를 잡기 위해 틱톡과 유튜브, 트위치 등에서 활동하는 십대 인플루언서 50여 명을 백신 홍보에 투입했다. 적게는 5000명에서 많게는 10만 명의 팔로워들을 보유한 이들을 ‘백신 아미(army)’로 꾸리겠다는 전략이다. 18세 팝스타인 올리비아 로드리고를 백악관으로 불러 브리핑 연단에 세운 것도 이런 노력의 일환이다. 백악관은 이들 중 일부에게는 대가로 매달 최대 1000달러를 지급하고 있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8세~39세 미국인 중 백신접종을 완료한 사람은 아직 절반이 채 되지 않는다. 50대 이상의 접종자가 3분의 2를 넘는 것에 비해 크게 적은 수치다. 12~17세의 절반 이상인 58%는 아직도 백신을 한 차례도 맞지 않은 것으로 집계됐다.



백악관이 십대들에게 사례비까지 줘가면서 백신 홍보에 나선 데는 백신에 대한 허위정보가 소셜미디어를 통해 급속히 퍼지고 있는 것도 영향을 미쳤다. 소셜미디어에는 ‘백신을 맞으면 불임이 된다’, ‘접종 후 몸의 DNA가 변한다’ 등의 허위정보들이 돌아다니고 있다.

백신 접종에 대한 찬반이 격하게 충돌하면서 인플루언서들 중에는 정치적인 역풍을 피하기 위해 참여를 거부하는 이들도 있다. 그러나 백악관과 수차례 비공개 화상회의를 거치며 백신의 원리와 효과 등을 학습한 인플루언서들은 접종 인증샷을 올리거나 백신에 대해 설명하는 동영성을 올리며 속속 동참하고 있다. 틱톡에서 ‘틴스’라는 예명으로 활동하는 크리스티나 나자르 씨는 “역풍은 신경쓰지 않는다”며 “백신접종의 중요성을 알리는 것은 옳을 일”이라고 말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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