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을 들으면, 리더의 오만함이 보인다[Monday DB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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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함 혹은 자만심을 뜻하는 영어 단어 ‘Hubris’는 고대 그리스의 ‘Hybris’라는 개념에 뿌리를 두고 있다. Hybris는 자신의 즐거움이나 만족을 위해 타인에게 모욕을 주거나 의도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것을 가리켰다고 한다. 따라서 오만함(Hubris)은 자신의 능력에 대한 지나친 과신, 타인에 대한 경멸, 그리고 신체적·정신적 폭력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볼 수 있다.

리더십 관점에서 보면 최고경영자(CEO)의 오만함은 지나친 야망과 무모한 의사결정으로 이어진다. 따라서 ‘오만한 리더십(Hubristic leadership)’은 CEO와 리더들이 반드시 피해야만 하는 ‘파괴적 리더십(Destructive leadership)’의 대표적인 유형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오만한 경영자나 리더들이 자신의 오만함을 잘 모르고 인지하기도 어렵다는 데 있다. 그들은 지나친 자만심을 강한 자신감으로, 독단적 의사결정을 카리스마로 평가하는 등 스스로를 평가할 때도 오만함에 기반을 둔다.

오만함을 객관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 호주 머독대와 영국 서리대 교수들로 구성된 합동 연구팀은 리더의 오만함을 평가하고 예측하기 위해 CEO들의 인터뷰를 분석했다. 이들은 CEO의 말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기 위해 ‘머신러닝(Machine learning)’ 방식을 적용했다. CEO들의 ‘언어적 표식(Linguistic marker)’을 분석해 오만한 리더와 오만하지 않은 리더의 차이점을 살펴봤다.

연구자들은 먼저 CEO 평가에 대한 여러 논문이나 미디어 정보를 바탕으로 오만한 CEO 그룹과 오만하지 않은 CEO 그룹을 구분했다. 오만한 CEO로는 애플의 창업자인 스티브 잡스, 스타벅스의 전 CEO인 하워드 슐츠, 테슬라와 스페이스X의 일론 머스크 등을 선정했다. 오만하지 않은 그룹에는 아마존 창업자 제프 베이조스, 디즈니 전 CEO인 밥 아이거, 나이키 전 CEO 마크 파커 등이 포함됐다. 그런 다음 해당 CEO들의 미디어 인터뷰 내용을 검색해 대규모 문서 데이터로 변환한 후 이를 머신러닝을 통해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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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 연구자들은 두 그룹이 다섯 가지 언어적 속성(linguistic attribute)에서 차이를 보인다는 점을 밝혀냈다. 다섯 가지 속성은 대명사의 총 개수(total count of pronouns), 비인칭 대명사(impersonal pronouns), 조동사(auxiliary verbs), 일반동사(common verbs), 잠정적인 어조(tentative tone·단정적이지 않은 어조)다. 예를 들어 오만한 CEO들은 사람을 가리키지 않는 비인칭 대명사(영어에서는 ‘it’)를 더 자주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오만한 리더들은 그렇지 않은 리더들보다 특정 어휘를 더 많이, 더 자주 사용했는데 그것은 나(I), 그것(it), 백만(million), 창조적(creative), 가능한(possible), 돈(money) 등이다. 또한 오만한 리더들은 can‘t, don’t, doesn‘t, haven’t 등 부정적인 표현도 자주 사용했다.

연구 결과는 머신러닝 기법을 리더십 연구와 실무에 적용할 수 있다는 것과 리더십 영향력을 행사할 때 리더의 어휘 선택이 중요하다는 것을 증명했다. 하지만 연구에서 발견한 내용, 즉 오만한 리더들이 더 자주 사용한다는 어휘들이 너무 일반적이고 한정적이기 때문에 구체적인 교훈과 시사점을 주지 못한다는 한계점이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자의 주관적인 판단과 개입을 최소화하고 머신러닝을 통해 CEO의 발언들을 객관적으로 분석하고 데이터를 기반으로 해당 CEO가 오만한지 아닌지를 컴퓨터 프로그램이 예측할 수 있도록 한 최초의 시도였다는 데 이 연구의 의의가 있다.

머신러닝과 같은 복잡한 방법에 익숙하지 않은 보통의 리더들은 자신의 오만함을 어떻게 알 수 있을까. 손쉽게 할 수 있는 방법은 자신의 발언을 녹취해서 들어보는 것이다. 본인이 ‘나는’ ‘가능하면’ ‘수익’ 같은 단어들과 부정적인 표현들을 많이 사용하고 있다면 스스로가 오만한 리더가 아닌지 냉정하게 판단해봐야 한다. 리더의 말을 듣는 부하직원들은 함께 일하는 상사가 꼰대인지 아닌지, 오만한 사람인지 아닌지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필요하다면 자신의 발언을 녹취해서 듣거나 부하 직원들과의 메신저 대화를 객관적으로 살펴보고 부하 직원들과 솔직하게 대화해 볼 필요가 있다.

이 글은 동아비즈니스리뷰(DBR) 324호에 실린 ‘나도 오만한 리더? 녹취해서 들어보세요’를 요약한 것입니다.

박종규 펜실베이니아주립대 앨투나캠퍼스 조교수 pvj5055@psu.edu
정리=장재웅 기자 jwoong04@donga.com



#리더#오만함#녹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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