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에서/한상준]곳간을 비울 궁리만 하고 채울 계획은 안 하나

한상준 정치부 차장 입력 2021-08-02 03:00수정 2021-08-02 0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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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상준 정치부 차장
“기록적인 폭염, 전기요금 추가 감면을 요청합니다.”

더불어민주당 대선 주자인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지난달 30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4차 유행에 폭염까지 더해져 국민 어려움이 커지고 있으니, 정부가 앞장서 전기요금을 깎아주자는 주장이다. 이 지사는 “약 5000억 원이 필요하다. 이 정도 금액이면 에너지 복지 차원에서 검토해 볼 만하다 생각한다”고 했다. 코로나19라는 특수한 상황을 명분으로 국회가 34조9000억 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처리한 지 채 열흘도 되지 않았는데 또 나랏돈을 쓰자고 나선 것이다.

이 지사의 말대로 “국민께 시원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해 드려야 한다”고 주장할 수도 있다. 5000억 원이라는 예산은 올해 국가 예산의 0.1%도 안 되는 금액이다. 문제는 국가 예산을 바라보는 대선 주자들의 인식이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첫해인 2017년 일자리 추경을 시작으로 2018, 2019년 매년 추경을 편성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로 인해 네 번의 추경이 있었고, 올해도 벌써 추경이 두 번째다. 이렇게 수시로 나라 곳간을 풀다 보니 무감각해진 탓일까. 다음 정권을 책임지겠다는 대선 주자들도 저마다 돈 풀기 경쟁에만 몰두하는 양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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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지사가 약속한 ‘기본소득’은 대규모 정부 지출 없이는 불가능하다. 군 전역 장병에게 사회출발자금으로 3000만 원을 주겠다는 이낙연 전 민주당 대표의 공약 역시 정부 예산을 풀겠다는 것이다. 정세균 전 국무총리도 매년 500만 원을 적립해 성인이 되면 1억 원을 주는 ‘미래씨앗통장’을 들고나왔다. 하나같이 조(兆) 단위의 예산이 드는 공약들이다. 오죽하면 같은 민주당 소속인 박용진 의원조차 “다른 후보들은 ‘나랏돈 물 쓰듯 쓰기’ 대회에 나오신 분들”이라며 직격탄을 날릴 정도다.

더 큰 문제는 쓰기는 쉬워도, 벌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점점 비워지는 나라 곳간을 채울 고민은 보이지 않는다. 여당 주자들 말마따나 “증세 없이” 곳간을 채우는 길은 국가 경제 규모를 키우는 것뿐이다. 그러나 향후 국정 운영 비전을 제시하는 출마선언문에서 이 지사는 “획기적인 미래형 경제 산업 전환”, “대대적 인프라 확충과 강력한 산업경제 재편”만을 언급했다. 이 전 대표 역시 “정보기술(IT), 바이오, 미래차, 인공지능(AI) 같은 첨단기술 분야를 강하게 육성하겠다”고만 했다. 확충, 재편, 육성은 선거 때마다 반복되는 단어다. 중요한 건 구체적으로 뭘 어떻게 하겠다는 전략이지만, 도통 찾아볼 수 없다. 매일같이 문재인 정부 성토에 바쁜 야권 대선 주자들 역시 구체적인 성장 담론이 없기는 마찬가지다.

연간 100만 원, 1인당 3000만 원 등 돈 풀기의 세세한 액수까지 자신 있게 언급하는 대선 주자들은 정작 국가 경제성장률 목표 수치에 대해서는 철저히 침묵하고 있다. 주자들 모두 공식 선거운동 기간에 맞춰 꺼내 들기 위해 나라 곳간 채우는 방법에 대한 확실한 복안을 꽁꽁 숨겨두고 있기만을 바랄 뿐이다.

한상준 정치부 차장 alwaysj@donga.com



#이재명#전기요금 추가 감면#돈 풀기 경쟁#나라 곳간 채우는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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