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크롱, ‘페가수스’ 해킹 의혹에 휴대전화-번호까지 교체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3일 14시 1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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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44)이 이스라엘산 스파이웨어 ‘페가수스’에 의해 휴대전화가 해킹당했을 가능성이 제기되자 휴대전화와 전화번호를 바꿨다. 모로코 정보당국이 프랑스 정치인과 언론인을 감시했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나온 조치로, 스파이웨어 감시 대상 가능성이 제기된 14명 국가 정상급 인사 중 처음으로 해당 논란에 반응을 보인 것이다.

AFP통신 등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22일 오전 긴급 국가안보회의를 소집해 이스라엘산 스파이웨어 악용 가능성을 차단하기 위한 대응책 마련을 논의했다. 가브리엘 아탈 정부 대변인은 이날 “대통령 보안 관련 규정이 재조정되는 과정에서 휴대전화도 교체 조치가 이뤄졌다”라고 설명했다.

이스라엘 보안기업 NSO가 테러리스트 등 중범죄자를 감시하기 위해 10년 전 개발한 휴대전화 해킹용 프로그램 페가수스가 최근 주요 정치인이나 언론인, 인권운동가를 감시하는 목적으로 쓰였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파장을 불러일으켰다. 페가수스는 전세계 40개국에 수출됐는데 프로그램 내 감시 대상으로 추정되는 5만 여 개의 전화번호 목록 중엔 마크롱 대통령 등 14명 대통령 및 전현직 총리가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마크롱 대통령 휴대전화가 실제 해킹을 당했는지 여부는 별도 포렌식 조사를 해야 알 수 있는데, 이날 프랑스 정부 측은 실제 해킹 여부에 대해선 별다른 설명을 내놓지 않았다. 프랑스 정부 측은 “대통령은 휴대전화를 수시로 교체할 뿐 아니라 여러 대를 가지고 다니며, 이번에도 추가 보안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마크롱 대통령의 휴대폰 번호는 북아프리카 모로코의 정보당국이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페가수스 프로그램 명단에서 확인됐다. 프랑스 식민지에서 1956년 독립한 북아프리카 아랍권 국가 모로코가 프랑스 정치인 뿐만 아니라 르몽드 기자 등 언론인들도 사찰 대상에 올린 것 아니냐는 의혹에 일었는데, 모로코 정부는 “구체적인 증거가 없는 주장”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카이로=임현석 특파원 lh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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