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만명 사망’ 美 진통제 ‘오피오이드’… J&J·유통사 30조원 배상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2일 14시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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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십 만 명의 사망자를 내며 미국에서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된 오피오이드(마약성 진통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제약회사와 유통업체가 260억 달러(약 30조 원)의 배상금을 내놓기로 했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이번 소송에 참가한 각 주정부들은 이 같은 내용의 합의 내용을 공개했다. 지난 수십 년 동안 3000여 개의 주(州)와 카운티 등 지방자치단체들은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피해를 본 유가족 등을 대표해 맥케슨, 카디널, 아메리소스버겐 등 3대 유통업체와 제약사 존슨앤드존슨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 왔다.

이날 합의에 따라 3대 유통업체는 향후 18년에 걸쳐 210억 달러를 나눠 부담하고, 존슨앤드존슨은 9년 내에 50억 달러를 내기로 했다. 이들이 내놓는 합의금은 각 원고 지자체들에 배분돼 오피오이드 중독 치료나 예방, 교육, 의료 서비스를 위한 기금 확충 등에 사용된다. 다만 오피오이드 피해자나 가족들은 직접 합의금을 받지 못 하며 각 지자체도 합의금을 오피오이드와 관련 없는 다른 용도로 사용해선 안 된다.

마약 성분이 들어간 진통제인 오피오이드는 주로 암 환자 등 통증이 극심한 환자들에게만 쓰였지만 규제 완화로 처방이 급증하면서 일반인들에게도 급속히 확산됐다. 미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1999년부터 2019년까지 20년 동안 미국에서 오피오이드 남용으로 인한 사망자는 50만 명에 이른다. 처음에는 병원에서 받은 처방이 과다복용으로 많이 이어졌지만 최근 들어서는 불법으로 제조되는 합성 오피오이드인 펜타닐 등이 사망의 주된 원인이 됐다고 CDC는 설명했다.

특히 지난해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오피오이드 과다복용으로 인한 사망자가 전년보다 37% 급증하기도 했다. 봉쇄와 격리 조치에서 오는 우울증과 불안함, 이로 인해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현실이 상황을 더 악화시킨 것이다.

오피오이드 피해가 사회적 논란이 되자 제약사와 유통회사들은 “연방정부의 규제를 받아 의학적으로 필요한 약물을 만들거나 유통시켰을 뿐”이라고 해명해 왔다. 그러나 피해자들 측에선 업체들이 심각한 부작용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홍보, 판매하는 데 급급했다고 지적했다.

이날 합의 후 유통회사들은 공동 성명에서 “오피오이드 사태가 개인과 가정, 공동체에 끼친 충격에 대해 깊이 우려하며 문제 해결에 기여하도록 전념할 것”이라고 밝혔다. 존슨앤드존슨 측도 “이번 합의가 사태 해결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놨다. 다만 이날 합의안을 공동 발표한 윌리엄 통 코네티컷주 검찰총장은 “그 어떤 금액도 피해 가족들의 고통과 비극을 해결하는 데 충분치 않다”고 했다.

2년간의 협상 끝에 이뤄진 이번 합의는 지금까지 이와 관련해 제기된 3000여 개의 소송을 병합한 것으로 그 규모 면에서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고 미 언론들은 평가했다. 다만 소송 내용이 확정되기 위해서는 소송에 참가한 많은 지자체들의 동의 절차를 거쳐야 한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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