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먹통 대란’ 피한 백신 예약, 이유 알아보니…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22일 13시 5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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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일 오후 8시 50~54세 대상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약이 시작됐다. 55~59세 중 미처 예약하지 못한 사람들도 예약할 수 있어 사실상 ‘50대 전체’를 대상으로 한 예약이었던 셈이다. 예약 개시 후 약 20분 동안은 접속 대기 현상이 나타났지만, 이후에는 큰 무리 없이 예약이 진행되고 있다.

최근 백신접종 신규 예약을 받을 때마다 반복돼 온 ‘접속 대란’이 이번엔 일어나지 않았다. 접속 장애 문제가 처음 제기된 이후 질병관리청은 예약 시스템용 서버를 4대에서 10대로 급하게 늘렸고, 네이버 클라우드 서버를 일부 도입하기도 했지만 폭증하는 접속자 앞에서는 백약이 무효였다. 질병관리청은 이날 접속이 수월했던 가장 큰 이유를 ‘접속 시도자 감소’에서 찾았다. 특별한 기술적 조치로 접속 대란이 해결됐다기보다는, 이미 50대 접종 희망자 상당수가 예약을 완료해 접속 시도자 자체가 줄어서 문제가 없었다는 것이다.

질병청에 따르면 이날 예약 개시 후 ‘접속 대기자’ 수는 최대 100만 명 수준이었다. 예약 시스템이 다운되기까지 했던 19일 접속 대기자가 600만 명까지 치솟았던 것에 비하면 6분의 1 수준이다. 질병청 관계자는 “(21일 예약을 앞두고) 세부적인 기술적 조정은 있었지만, 서버 증설은 없었다. 접속자 수가 줄어 예약 대기가 짧았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21일 예약 상황을 종합해보면 동시 접속자 100만 명까지는 현재 시스템으로도 처리가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온다. 접종 예약을 지금처럼 2, 3세 단위로 끊지 않고 1년, 혹은 6개월 단위로 더 세분화했더라면 접속 장애에 대한 부담을 상당 부분 덜 수 있었으리라는 것이다.

연령대별로 예약 가능한 날짜를 더 세분화해 접속자 쏠림을 막아야 한다는 건 많은 전문가들이 여러차례 강조해 온 해법이다. 정은경 질병청장도 지난 14일 브리핑에서 “5부제, 연령층에 따른 접종 분산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인원을 분산해 예약에 어려움이 없게 조정하도록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방역당국은 아직도 구체적인 예약자 분산 대책을 내놓지 않고 있다.

50대 백신 예약은 일단락되는 분위기지만 방역당국은 더 큰 산을 눈앞에 두고 있다. 18~49세에 대한 접종 예약이 다음 달 시작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 연령대 접종 대상자를 2200만 명으로 추산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남은 1달여 동안 분산 예약 계획을 철저하게 수립하는 동시에 시스템 운영 과정에서 드러난 오류들을 꼼꼼하게 바로잡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승주 고려대 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우회 접속이나 ‘튕김’ 현상 등 초보적인 실수가 많았다”며 “다음 달 재개될 40대 이하 예약에서도 유사한 실수가 반복된다면 국민들이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운 기자 eas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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