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과 벨기에 등 서유럽을 강타한 폭우와 홍수로 인한 사망자 수가 17일 기준 160명에 육박하는 가운데, 구조 과정에서 사망자 수는 훨씬 더 늘어날 전망이라고 AFP 통신이 보도했다.
특히 피해가 큰 독일에서는 현재까지 133명의 사망자가 확인됐지만, 구조 작업이 계속 진행되면 희생자 수는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당국은 예측하고 있다.
이번 수해가 집중된 서부 2개 주(州) 가운데 하나인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의 에르프트슈타트 시(市)에는 산사태가 발생했는데, 캐롤린 와이첼 시장은 “희생자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다고 가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독일 사망자 중 90명 이상이 라인란트팔츠의 아르바일러군(인구 규모 약 12만9000명) 군민이었는데, 홍수 피해로 익사한 희생자 가운데에는 장애인 주택 주민 12명도 포함돼 있다.
수위가 잦아들면서 가스와 전기, 전화선을 복구하기 위한 작업이 진행 중이지만, 통신망 붕괴로 정확한 실종자 수를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당국은 현재 천여 명이 실종하고 수백 명이 부상한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홍수를 피해 대피했던 노르트라인베스트팔렌과 라인란트팔츠 주민들은 구조와 함께 복구 작업이 이뤄짐에 따라 이제 마을과 집으로 돌아가기 시작했지만 막막하다.
코넬리아 슐뢰서는 “48시간이 악몽 같았고, 이제 여길 계속 빙글빙글 배회하고 있지만 할 수 있는 게 없다”고 말했다. 제빵사인 그는 연신 가게 앞에 쌓인 깨진 유리와 나무 더미, 뒤틀린 금속만 바라봤다고 AFP는 전했다.
독일 정부는 특별 지원 기금을 마련하고 있으며, 피해 비용은 수십억 유로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에서 전일 귀국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는 피해를 입은 지방자치단체들에 “정부가 장·단기 지원을 제공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울러 메르켈 총리가 수해 현장을 직접 방문하는 방안도 각 지자체와 협의 중이라고 총리실은 전했다.
벨기에의 사망자도 이날 24명으로 늘었다. 알렉산더 드크로 총리는 “이번 홍수는 지금까지 본 것 중 최악의 재앙일 수 있다”며 국가 애도일을 선포했다. 혼란에 빠진 벨기에는 현재 약탈 위험으로 야간통행금지까지 내려진 상태다.
룩셈부르크와 네덜란드도 폭우로 많은 지역이 침수됐고, 특히 네덜란드의 마스트리히트시에서는 수천 명이 대피했다. 스위스 루체른에서는 호수가 도시 중심으로 범람하기도 했다.
세계기상기구에 따르면 지난 14일부터 이들 서유럽 지역에 이틀 동안 내린 비의 강수량은 최대 두 달 분량의 비가 한꺼번에 내린 것에 버금간다. 16일부터는 수위가 낮아지기 시작하면서 상황이 나아졌지만, 강 범람과 산사태, 주택 침수·붕괴로 구조와 복구 작업도 쉽지 않다.
영국 BBC는 “수십년만에 닥친 기록적인 폭우의 원인으로는 여러 가지를 들 수 있지만, 기후변화로 인한 온난화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산업화 이후 지금까지 지구 온도는 약 1.2도 상승했고, 전 세계 정부가 온실가스 배출량을 가파르게 줄이지 않으면 기온은 계속 상승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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