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목동 자사고 한가람고, 전학년 일괄 일반고 전환 추진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6일 15시 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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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양천구 목동에 있는 자율형사립고 한가람고가 내년도에 일반고로 전환하겠다고 서울시교육청에 신청한 사실이 16일 확인됐다. 서울에서 2019년 재지정 평가를 통과한 자사고 가운데 일반고로 ‘자발적 전환’을 택한 것은 동성고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한가람고는 내년 신입생부터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그치지 않고, 기존 자사고로 입학한 학생(2, 3학년)까지 일괄 일반고 전환하겠다며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 만약 그대로 추진된다면 전국에서 최초로 자사고 모든 학년이 일반고로 일괄 전환되는 사례가 된다.

●전국 최초 전 학년 일반고 전환 추진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한가람고는 최근 내년 1학년부터 일반고로 받겠다고 신청했다. 그리고 내년도에 1학년뿐 아니라 2, 3학년까지 일반고로 전환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문의했다. 서울시교육청은 법률 자문 및 교육부와 상의 끝에 “그런 사례가 없었지만 기존 학부모들의 100% 동의가 있으면 가능할 것 같다”고 했다. 이에 한가람고는 현재 1, 2학년 학부모들에게 ‘학생의 학년, 반, 이름’을 적은 찬성 동의서를 받고 있다.

지금까지 자사고에서 일반고로 전환하는 학교는 모두 2년 동안 ‘한 지붕 두 가족’ 형태를 유지했다. 일반고로 전환한 해에 입학한 신입생과 별개로, 자사고일 때 입학한 학생들은 졸업 때까지 자사고 지위가 유지돼야 해서다. 교육과정과 학비가 다른 두 유형의 학교가 공존한 셈이다.

통상 일반고로 전환한 뒤 학교들이 겪는 가장 큰 어려움은 학비 갈등이다. 기존 학생 입장에서는 일반고로 전환된 학교에 다니면서 자신들만 3배 가량 비싼 학비를 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올해부터 고교 전면 무상교육이 도입되면서 이 갈등이 더욱 심화될 것으로 우려됐다. 이에 서울시교육청은 일반고로 전환시 지원되는 예산(20억 원)으로 학교가 기존 학생의 학비를 일반고 수준만큼 지원해도 된다며 사용 조건을 완화했다. 하지만 여전히 기존 학생들은 내던 학비의 3분의 2 수준을 부담해야 한다.

●“모두 무상교육 혜택 받자”


한가람고는 최근 계속 떨어지고 있는 입학 경쟁률과 이로 인한 학비 상승 부담 등을 이유로 내년에 일반고로 전환하기로 결정했다. 학교는 학부모들에게 “교직원들은 2025년 자사고 등을 일반고로 전환하는 정책이 예고된 상황에서 자사고 신입생을 추가로 선발하고, 높은 학비로 결원이 발생하고 학비 추가 인상이 요구되는 것에 대한 고민을 공유했다”고 밝혔다.

처음에는 자사고를 일반고로 전환하는 데 대해 부정적인 학부모들이 많았다. 그러나 학교가 “1학년이 일반고로 전환하면 무상교육이 돼 (각종 지원금을 받으니) 기존 학생도 등록금을 내년 예상액 772만 원에서 약 270만 원 정도 감액할 수 있다”고 밝히자 긍정적인 반응이 늘었다. 일부 학부모는 기존 학생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해 모두 무상교육의 혜택을 볼 수 있는지를 문의했고, 이 때문에 학부모 의견을 수렴하고 있다는 게 학교 측 설명이다.

물론 일부 학부모는 여전히 반발하고 있다. 한 학부모는 “2025년 자사고가 폐지되는 걸 알았지만 졸업할 때까지 유지될 거란 생각으로 한가람고를 택했다”며 “입학 전 학교설명회에서는 여러 장점을 내세워 자사고를 택하라더니 이제 일반고로 전환하자고 하니 납득이 안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학부모는 “지정 취소 당했던 다른 자사고들은 재학생의 학교 선택권을 보장하기 위해 소송까지 하며 노력하는데 너무 비교된다”며 “의견 수렴을 기명으로 하니 아이에게 피해가 갈까봐 쉽게 말하기도 어렵다”고 토로했다.

이준희 한가람고 교장은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모든 학년을 일괄 일반고로 전환하면 전국 최초의 사례가 되겠지만 쉽지는 않을 것”이라며 “100% 동의가 안 나오면 (다른 학교처럼) 내년도 신입생부터 단계적으로 전환하겠다”고 말했다.

● 결국 재정 문제


교육당국은 한가람고의 움직임이 내심 반가운 분위기다. 현재도 자발적으로 일반고 전환을 고심 중인 자사고가 많은데, 한가람고 같은 케이스가 늘어날지 주목하고 있다. ‘자사고의 일반고 전환’을 국정과제로 추진 중인 교육당국은 2019년 전국에서 10개 자사고를 지정 취소했지만 자사고들이 제기한 소송에서 모두 패소했다.

학교들이 스스로 지위를 반납하려는 건 학령인구 급감과 폐지가 예고된 가운데 계속 떨어지는 지원율 탓이다. 한가람고 역시 일반전형 기준으로 2017학년도 3.04 대 1이었던 경쟁률이 2021학년도에 1.62 대 1로 떨어졌다. 자사고는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하나도 받지 않고 학비에만 의존하는데, 미달이 나면 재정이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반고로 전환되면 2년에 걸쳐 지원금이 20억 원 나가고 일반 사립학교처럼 보조금도 받고 각종 시설 투자 지원 사업에도 참여 가능하다”며 “교육과정이 바뀌며 자사고가 일반고보다 자율적으로 편성할 수 있는 과목이 3년간 3과목에 불과한 것도 전환을 고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말했다.


최예나 기자 yena@donga.com
조유라 기자 jyr01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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