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염에도 갈 곳 없어 거리로 나오는 노인들…패스트푸드점 ‘북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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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15일 14시 0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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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들.© 뉴스1 금준혁 수습기자
15일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 거리에 앉아 있는 노인들.© 뉴스1 금준혁 수습기자
15일 서울 광진구 한 주민센터 내 경로당 입구.© 뉴스1
15일 서울 광진구 한 주민센터 내 경로당 입구.© 뉴스1
연일 찜통 더위가 이어지는 가운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여파로 거리두기 4단계마저 시행되면서 갈 곳 없는 노인들이 폭염에도 거리로 나오고 있다.

15일 오전 10시30분쯤 서울 종로구 탑골공원 일대에는 몸 편히 쉴 곳 없는 노인들이 그늘을 방패 삼아 더위를 피하고 있었다. 이들은 큰 부채를 들고 돌아다니거나 햇빛을 피할 수 있는 돌담과 나무 아래 앉아서 쉬고 있었다.

더위 때문인지 민소매 옷을 입고 나온 노인, ‘턱스크’를 하고 음료를 마시는 노인도 여럿 있었다. 연신 땀을 닦으며 한 손으로 부채질을 하거나 뜨거운 아스팔트 길을 피해 풀숲에 누워있는 노인들도 있었다.

노인 A씨는 “오늘 33도라고 하던데 날이 덥다”며 “그래도 오갈 데 없어 놀러왔다. 밥도 주니까”라고 했다. 노인 B씨는 “집에 있으면 답답해서 덥지만 밖에 나왔다”고 말했다.

점심시간 무렵이 되자 음식 및 음료 섭취와 더위로 마스크를 내리는 사람들이 늘어나면서 거리두기가 일부 실종되는 모습도 발생했다. 일부는 공원 일대 카페나 패스트푸드점에 자리를 잡고 더위를 피하는 경우도 있었다. 거리에 자리를 잡은 한 노인은 “오늘은 그래도 바람이 불어 시원하다”며 다행이란 반응을 보였다.

기상청에 따르면 이날 전국에 폭염특보가 발효돼 낮 기온이 32도 이상 오르는 찜통 더위가 이어지며, 습도가 높아 체감온도는 33도 이상(내륙 35도 이상)으로 올라 매우 덥고, 밤사이 열대야가 나타나는 곳도 있을 전망이다.

노인들이 거리로 나오게 된 건 코로나 확산에 따라 거리두기가 4단계로 격상된 이유가 크다. 실내 집합이 제한되면서 노인들의 여름철 피서지인 ‘무더위 쉼터’가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는 주민센터, 경로당 등에 에어컨을 달아 더위를 피할 수 있게 무더위 쉼터를 운영한다.

이날 오전 9시10분 서울 광진구 화양동의 한 경로당을 찾았을 때에도 입구에는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경로당 이용을 중단한다’는 문구가 적힌 종이가 붙어있었다. 사람이 드나들지 않아서인지 문 앞 바닥과 문고리에는 각각 배달된 신문 2부가 놓여있었다. 이용 중단기간은 4단계 시행일인 12일부터 별도 통보 시까지였다.

광진구 한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4단계 격상 이후 별도운영 통보 때까지 경로당 운영을 중단하라고 했다”면서도 무더위에 어려움을 겪는 노인들을 위해 “경로당 재개관을 구청 차원에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 주민센터 내 설치된 무더위 쉼터는 420개소가 있으며 이는 정상 운영된다.

다만 구청 내 무더위 쉼터는 22개소 중 9개소만 운영되고, 전체 경로당 3800개 중 2875개소에 설치된 무더위 쉼터는 중랑구·동대문구·마포구·중구·강동구 5개구에서만 운영된다.

복지관 무더위 쉼터는 종합복지관 90개소 중 53개소, 장애인 복지관 18개 중 15개소, 노인복지관 51개소 중 25개소가 운영된다. 일부만 운영되는 쉼터의 이용인원도 50%로 축소됐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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