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이슈/신수정]세계 곳곳 폭염, 인간이 가져온 기후재앙

신수정 국제부 차장 입력 2021-07-14 03:00수정 2021-07-14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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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서부 사막 한가운데 있는 데스밸리의 비공식 기온이 11일 오후 56도를 넘었다. 열돔 현상으로 인해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지난달 말부터 폭염이 이어지고 있다. AP 뉴시스
신수정 국제부 차장
세계 곳곳이 이상기후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달 말부터 최근까지 미국과 캐나다 등 북미에서는 평균 기온이 섭씨 45∼50도에 육박하면서 폭염으로 인한 인명 피해가 늘고 있다. 캐나다 태평양 연안의 브리티시컬럼비아주에서는 6월 마지막 주 일주일간 719명이 돌연사해 평상시보다 3배 이상 많았다. 당국은 ‘살인적 더위’가 사망자 수를 늘린 것으로 보고 있다. 미 오리건주와 워싱턴주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95명, 30여 명이 폭염으로 사망했다. 이 지역들은 여름에도 선선한 기후여서 에어컨을 설치하지 않은 가정이 많아 이번 극단적 더위로 피해가 더욱 컸다.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폭염을 “100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 한 기록적 폭염”이라고 평가했다.

올해 폭염은 북미 서부 지역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BBC는 캘리포니아주와 네바다주 등 미국 남서부 지역도 올해 사상 최고 기온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10일 보도했다. 러시아 수도 모스크바는 지난달 23일 34.8도로 6월 기온으로는 사상 최고를 기록했다. 뉴질랜드도 지난달 평균 기온이 10.6도로 지난 30년간 기록된 6월 평균치보다 2도나 높았다. 인도는 평균 기온이 40도를 넘어 평상시보다 7도나 높은 상태다. 지난달 중동 일부 지역에서는 한때 기온이 52도까지 올라 철로가 휠 정도였다. 노르웨이, 스웨덴, 핀란드 등 스칸디나비아 3국도 이례적인 폭염으로 사상 최고 기온을 찍었다. AFP통신에 따르면 6일 핀란드의 최고 기온은 34도로 핀란드 국립기상연구소가 1844년부터 기온을 측정한 이래 6월 최고치였다.

지구촌을 강타한 폭염의 원인으로는 ‘열돔(heat dome)’ 현상이 꼽힌다. 열돔은 찬 공기와 따뜻한 공기를 섞어주는 제트기류가 약해지면서 지열로 데워진 공기가 한곳에 머무는 현상을 말한다. 캐나다 환경부 선임 기후연구관인 데이비드 필립스는 NYT에 “한여름도 아닌 이른 시기에 강한 폭염이 지속적으로 발생한 것은 지구온난화가 원인으로 보인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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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자들은 올해 기록적인 폭염을 인간이 유발한 기후변화의 결과로 보고 있다. 산업화 이전에 북미 서부 지역의 6월 말 기온이 45∼50도로 치솟는 일은 없었다는 것이다. 이들은 지금처럼 계속 온실가스가 배출되면 이례적인 폭염은 더 자주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미국 프린스턴대 연구진을 포함한 국제 연구팀은 기후변화가 폭염이 일어날 확률을 최소 150배 이상 높인 연구 결과를 내놨다. 연구팀은 “앞으로 이 같은 속도로 지구온난화가 가속화돼 기온이 0.8도 더 오르면 올해 같은 기록적 폭염이 5∼10년마다 발생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지난달 23일 유엔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다음에 세계적으로 대규모 사망을 부를 수 있는 것은 폭염”이라고 보고서에서 경고했다. 팬데믹과 함께 인류에 닥친 재앙이 기후변화라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지구 온도가 산업화 이전보다 2, 3도 올라 육지와 바다 생물 종의 최대 54%가 멸종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담겼다.

실제로 매년 많은 사람이 이상기후로 목숨을 잃고 있다.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2000∼2019년 연간 평균 500만 명이 기후변화로 인한 비정상적 추위나 더위로 사망했다. 이는 20년간 세계 사망자 수의 9.4%에 해당한다.

최근 유엔 세계기상기구는 아르헨티나의 에스페란사 연구소가 측정한 지난해 2월 남극 최고 기온 18.3도를 공식 승인했다. 앞서 2015년 3월 에스페란사가 측정한 남극 최고 기온 17.5도보다 0.8도 높은 수치로 6년 만에 최고 기온을 경신한 것이다. 산업화 이후 지난 20년간 온난화 가속으로 지구의 평균 온도는 산업화 이전보다 3도 이상 올랐다. 기후변화가 가져올 재앙을 피할 시간이 많이 남지 않았다.

신수정 국제부 차장 crystal@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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