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정부, 北에 유입된 韓유조선 기업에 제재위반 책임 묻지 않는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13일 12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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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유조선 2척 중국 통해 북한에 인수
제재위반 위반 가능성에 외교부·해양수산부 등 범정부 차원서 조사

정부가 우리 기업 유조선이 지난해 중국을 거쳐 북한에 인수된 사안에 대해 해당 기업들에 대북제재 위반 책임을 묻지 않기로 했다. 선박을 중국에 판매한 우리 중개인들의 제재 위반 가능성도 없는 것으로 결론지었다.

13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정부는 문제 선박들과 관계된 우리 기업 관계자 및 중개인 등을 보름 넘게 조사했다. 외교부, 해양수산부 등이 범정부 차원에서 대면 조사 등 방식으로 내용을 들여다봤다. 조사 결과, 이들 모두 해당 선박이 북한으로 넘어갈 가능성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관계자들은 “예전에도 노후 선박을 계속 팔았고, 하던 대로 했다”는 취지로 주장했다고 한다. 선박을 북한에 넘긴 중국 중개인들도 우리 중개인에게 북한 판매 가능성 등은 전혀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조사는 앞서 미 싱크탱크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산하 아시아해양투명성이니셔티브(AMTI)가 ‘북한이 제재 중에도 새 유조선을 인수하고 있다’는 보고서를 낸 것이 계기가 됐다. 지난달 초 공개된 보고서는 북한이 지난해 한국 기업 소유였던 유조선 ‘신평 5호’와 ‘광천 2호’를 중국을 거쳐 인수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선박이 중국을 거쳐 북한에 들어갔더라도 한국 기업 또는 중개인이 선박의 최종 소유주가 북한이란 걸 인지했다면 간접 판매에 해당해 제재 위반으로 해석될 여지가 크다고 했다. 이어 “한국 중개인 등의 위반 여부는 한국 정부가 사안을 어떻게 보느냐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정부가 보고서 내용의 사실 여부 및 제재 가능성 등을 확인한 것이다.

북한이 제3국을 경유해 아예 선박 자체를 사들인 방식은 선박 간 해상 환적 등을 통한 밀거래를 넘어 제재를 회피하는 새로운 수법에 속한다. 향후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대북 제재위원회 등에서 심각하게 문제 삼을 여지도 있다.

이에 정부는 이번 조사 결과와 별개로 우리 기업 등을 대상으로 제재 위반 가능성을 알리는 등 적극 계도에 나서기로 했다. 또 선박 매매 시 주의점 등을 정리해 기업들에 전달하는 한편, 거래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해 선박 거래 시 문제가 될 중개인 등을 걸러내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신진우 기자 niceshi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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