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소노동자 갑질·과로? 사실아냐”…서울대 직원 반박

  • 뉴시스
  • 입력 2021년 7월 10일 17시 0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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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관계자 "갑질, 과로 주장 맞지 않아"
"고인, 다른 노동자에 비해 청소 면적 적어"
"필기시험 받아서 오히려 좋았다고 이야기"

최근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된 사실과 관련, 유족과 노조가 고인이 생전 학교 측의 직장 갑질에 시달렸다고 주장하는 가운데 이 학교 관계자가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학교 기숙사 행정 업무를 맡고있는 서울대 관계자 A씨는 10일 뉴시스와의 통화에서 청소노동자들에게 과로와 관련된 언론 보도에 사실과 틀린 점이 있으며 갑질 또한 일삼은 적 없다고 주장했다.

A씨는 B씨가 맡았던 925동 건물을 청소해본 결과 유족과 노조 측이 주장한 것보다 쓰레기량이 적었다고 말했다.

A씨는 “B씨가 돌아가신 뒤 그 분이 담당했던 건물을 안전관리팀장, 행정직원, 다른 노동자 1명 이렇게 총 셋이 며칠 간 청소했다”며 “100리터 쓰레기봉투 7개가 아닌 2개가 나왔다”고 전했다.

이어 “B씨가 담당하던 건물이 4층으로 다른 건물에 비해 낮아 다른 직원들에 비해 청소면적이 적었다”고도 말했다.

청소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업무 시간을 고려해도 B씨의 죽음을 과로사로 보기엔 어렵다는 게 A씨의 주장이다.

A씨는 “취업규칙 상 청소노동자분들의 점심시간은 낮 12시부터 1시까지이지만 정성훈 서울대 시설분회 분회장이 증언한 바에 의하면 오전 11시25부터 오후 1시30분까지 보통 약 2시간을 쉬었다”며 “퇴근시간도 오후 5시이지만 3시30분 정도부터 준비를 다 했다”고 말했다.

필기시험 논란과 관련해서는 “해당 시험으로 노동자분들이 당황스러웠을 것이라는 점, 직장 내 괴롭힘으로 볼 수도 있다는 점에 대해서는 인정한다”면서도 “다만 B씨는 자신이 2년 여 근무하면서 직무교육을 처음 받아봐서 참 좋은 시간이었다고 팀장한테 이야기했다”고 말했다.

또한 시험 성적을 공개했다는 노조 측의 주장에 대해서 A씨는 성적은 일절 그런 일이 없다고 해명했다. 시험을 제일 잘 본 노동자 3명만 호명하면서 격려했다는 설명이다.

시험성적을 인사고과에 반영하겠다는 협박이 있었다는 증언에 대해서도 “지어낸 이야기”라면서 “생활관 뿐 아니라 서울대의 청소와 시설을 관리하는 분들의 근무평가 시스템 자체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게 발언한 분들과 대질심문할 의사가 있으며 법적 조치도 취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그밖에 회의 복장 강요, 군대식 검열 의혹 등과 관련해서도 부당한 지시는 없었다고 A씨는 말했다.

A씨에 따르면 B씨는 평소 안전관리팀장과 사이가 좋았다고 한다. 메신저로 풍경 사진을 주고 받는 등 대화를 나눈 기록도 남아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A씨는 “평소 안전관리팀장은 사비로 청소노동자분들에게 삼계탕을 사주며 애로사항, 건의사항을 들었던 사람”이라며 “갑질과는 관련이 없다”고 말했다.

50대 여성 청소노동자인 B씨는 지난달 26일 서울대 기숙사 청소노동자 휴게실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이나 타살 혐의점 등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전했다.

앞서 유족과 노조 측은 B씨가 고된 노동과 서울대 측의 갑질에 시달리면서 스트레스를 호소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B씨가 근무했던 여학생 기숙사는 건물이 크고 학생 수가 많아 여학생 기숙사 중 일이 가장 많았다”며 “특히 코로나19 사태 이후 쓰레기 양이 증가해 B씨는 엘리베이터가 없는 기숙사에서 대형 100리터 쓰레기봉투를 매일 6~7개씩 직접 날라야 했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런 노동 강도 속에서 노동자들의 근무 질서를 잡기 위해 군대식 업무 지시와 함께 청소노동자들이 회의에 펜이나 수첩을 안 가져오면 감점하겠다고 협박했다”며 “또 학교 시설물의 이름을 한문으로 쓰게 하는 등 불필요한 시험을 보게 하고 점수가 낮은 노동자들에게 모욕감을 줬다”고 말했다.

노조 측은 전날 서울대 측과의 교섭에서 ▲진상 규명을 위한 산재 공동조사단 구성 ▲강압적인 군대식 인사 관리 방식 개선 및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협의체 구성 ▲유족에 대한 서울대 차원의 사과 등을 요구했지만 학교 측은 이들 모두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학교 측은 총장 직권으로 B씨의 죽음이 직장 내 갑질로 인한 인권침해와 관련이 있는지 등에 대한 조사를 서울대 인권센터에 의뢰했다고 밝힌 상태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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