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아들 헌터 “그림 팝니다”… ‘父 이용한 돈벌이’ 논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7월 9일 14시 47분


코멘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 헌터 바이든이 이번 가을에 미술작품 전시회와 판매를 계획하면서 백악관이 긴장하고 있다. 대통령 아들의 미술품이 고가에 매매될 경우 윤리 문제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이다.

8일(현지 시간) 워싱턴포스트에 따르면 헌터 바이든은 올 가을 자신의 작품을 뉴욕 갤러리 소유자인 조르주 버제스를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뉴욕과 로스앤젤레스(LA)에서 전시회도 예정하고 있다. 오랜 기간 알코올과 마약 중독을 겪었던 헌터는 “그림을 그리는 일이 나를 제정신으로 잡아준다”며 개인적으로 미술 활동을 해왔다. 그의 미술 활동은 지난해 뉴욕타임스에 여러 작품 사진들과 함께 크게 보도되기도 했다.

백악관은 뉴욕갤러리 측과 지난 몇 달간 헌터의 작품과 관련한 합의 사항들을 만드는 데 관여해왔다. 합의 내용 중에는 판매가를 공개하지 않으며 의심쩍을 만큼 많은 액수의 제안은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최대 50만 달러(5억7390만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는 헌터의 작품 가격이 윤리적 논란에 휩쓸릴 수 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를 둘러싼 비판은 벌써부터 나오기 시작했다. 조지 부시 행정부에서 윤리 담당 법무 책임자였던 리처드 페인터 변호사는 “사람들의 첫 반응은 대통령의 아들이 그 직위를 이용해 돈을 벌려 한다는 것이고 그가 많은 돈을 받기를 바란다는 것”이라며 “지금 나오는 금액들은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헌터는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고 전문 화가도 아니다. 그는 해외 정부나 로비스트가 민간인인 제3자를 내세워 그림을 사려 할 가능성도 제기했다.

미술품의 가격은 산정 근거를 제시하기가 모호한데다 구매 과정이나 구매자를 추적하기도 쉽지 않다. 재무부는 지난해 고가의 미술품이 2차 시장에서 익명으로 거래가 이뤄지며 해외 인사들의 제재회피 수단 혹은 미국 경제 침투 목적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지적했었다.

이에 대해 앤드류 베이츠 백악관 부대변인은 헌터의 작품 판매 과정이 윤리적으로 이뤄질 것이라고 강조하며 “대통령은 미국 역사상 어느 행정부보다 높은 윤리적 기준을 세웠고 그의 가족이 이런 일에서 지키는 엄격한 과정은 그 대표적인 사례”라고 반박했다.

헌터는 바이든 대통령이 부통령이던 시절 우크라이나 기업의 이사로 활동한 이력 때문에 우크라이나 정부에 대한 외압 논란을 불렀고 아버지와 함께 중국을 방문한 직후 중국으로부터 거액의 투자를 받는 등 여러 차례 구설수에 오른 바 있다.

WP에 따르면 대통령 친인척의 활동이 백악관에 골칫덩어리가 된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지미 카터의 동생은 1977년 ‘빌리 비어’라는 맥주를 미 전역에 홍보하며 팔았지만 대통령의 지지율이 추락하면서 인기도 급격히 식었다. 해리 트루먼 대통령의 딸 마가렛 트루먼이 성악 공연을 했을 때 WP가 이에 비판적인 비평을 싣자 트루먼 대통령은 “그 비평가를 만나게 되면 눈에 멍이 들고 코가 부러지도록 두들겨패겠다”는 식의 성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워싱턴=이정은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