팬 2만5000명 보유한 22세 그녀, 사람이 아니었다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7월 7일 15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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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한라이프 광고의 가상 인간 ‘로지(22·ROZY)’. 유튜브
신한라이프 광고의 가상 인간 ‘로지(22·ROZY)’. 유튜브
‘사람이 아니라 그래픽이라고?’

아이돌급 미모와 몸매를 가진 광고 모델 ‘로지(22·ROZY)’가 실제 사람이 아닌 가상 인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로지’는 인스타그램을 통해 일상을 공유하며 팬층을 확보해 실제 브랜드 홍보모델로 발탁됐다.

로지는 ‘오로지’라는 뜻의 한글 이름으로 싸이더스 스튜디오X가 개발한 가상 인간이다. 로지가 출현한 신한라이프 광고 영상은 1일 유튜브 게재 후 5일 만에 조회수 64만회를 기록했다.

인스타그램에서 로지는 ‘버추얼 인플루언서’로 세계여행, 요가, 패션에 관심이 있는 22살 여성으로 소개돼 있다. 실제 사람처럼 성격까지 설정한 것. 로지는 화보나 개인 일상을 인스타그램에 공유해 현재 구독자 2만 50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개발사 측은 로지가 가상 인간임을 밝히지 않아 드러난 사실에 많은 이용자들이 놀랐다는 후문이다. “말하기 전에 (가상 인간인지) 몰랐다”, “모델 예뻐서 들어왔는데, 그래픽이라고?” 등 진짜 같다는 게 팬들의 반응이다.

‘아이돌’에서 ‘광고 모델’까지
에프엑스기어에서 개발한 가상 아이돌. 에프에스기어 유튜브
에프엑스기어에서 개발한 가상 아이돌. 에프에스기어 유튜브

‘진짜 같은 가짜’ 디지털 휴먼(가상 인간)은 고도화된 컴퓨터 그래픽을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이 접목되면서 실제 사람과 구분하기 어려운 수준까지 다다랐다. 각종 업계에서는 위험부담이나 마케팅 비용을 절감된다는 호평과 함께 이 기술을 ‘광고 모델’이 등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그래픽 기술기업 에프엑스기어(FXGear)는 디지털 휴먼 기술 기반으로 개발된 ‘디지털 아이돌’ 모바일 서비스를 올해 하반기에 출시할 계획이라고 7일 밝혔다. 라이트필드(Lightfield) 기술을 통해 머리카락 한 가닥까지 실시간 렌더링이 가능하다는 게 회사 설명이다. 시점에 따라 달라지는 광원효과를 적용해 피부 질감을 가진 사실적인 인물 생성을 가능하게 한다.

에프엑스기어 최광진 대표는 “가상공간과 콘텐츠를 통합해 다양한 콘텐츠가 생산되고 소비될 수 있는 메타버스(가공, 추상을 의미하는 메타(Meta)와 현실 세계를 의미하는 유니버스(Universe)의 합성어)를 만드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라며 “향후 다양한 K팝 스타들과 협업해 새로운 경험을 팬들에게 선사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전자의 가상 인간 ‘김래아’. 김래아 인스타그램
LG전자의 가상 인간 ‘김래아’. 김래아 인스타그램

LG전자도 AI가 활용된 가상 인간 23세 ‘김래아’를 선보였다. 개발 당시 모션 캡처 작업을 통해 7만여 건에 달하는 실제 배우의 움직임과 표정을 추출했다. 이를 토대로 인공지능의 한 분야인 딥러닝 기술을 이용해 3D 이미지를 학습시킨 결과물이다. 래아 또한 인스타그램을 통해 자신을 ‘싱어송라이터 겸 DJ’라고 소개한 뒤 인플루언서로 급성장했다. 향후 LG전자 마케팅에 활용할 예정이다.

소통·신뢰 관계 형성 안되는 한계점
한국콘텐츠진흥원의 2020년 트렌드리포트에 따르면 디지털 휴먼인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고객과의 소통이나 신뢰 관계가 전혀 형성되지 않는 한계점을 보유하고 있다. 특히 국내의 경우 기업에서 단발성으로 제작한 버추얼 인플루언서가 대다수인 경우이기 때문에 자체 모델로만 소비되고 있다.

또한 2차, 3차 창작물이 악용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버추얼 인플루언서’는 사람과 다르게 자연인으로 인정되지 않기 때문에 원작자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범죄에 노출되더라도 적극적인 보호를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불쾌한 골짜기’ 현상도 고려해야 할 문제다. 이는 1978년 일본 로봇공학자 모리 마사히로 교수에 의해 처음 제안된 현상이다. 인간이 인간이 아닌 존재를 볼 때 사람과 많이 닮을수록 호감도가 높아지다가 일정 수준에 이르면 오히려 불쾌감을 느낀다는 이론이다. 실제로 가상과 현실의 거리가 무너지면서 인간을 따라한 모델링이 불편하다는 반응도 있다.

한지혜 동아닷컴 기자 onewisdo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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