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희롱 말곤 그냥 뒀는데…” 세상 달라진 ★들 ‘악플 대처법’

  • 동아닷컴
  • 입력 2021년 7월 10일 20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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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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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뚱뚱하면 뚱뚱하다고, 마르면 아파 보인다고, 넉넉하게 입으면 사내 같다고, 딱 붙게 입으면 야하다고…”

그룹 소녀시대 멤버인 가수 태연(32)이 이달 6일 악플을 보고 인스타그램 스토리에 적은 하소연이다. 법적 대응을 예고하는 등 수차례 악플러에게 경고했지만 멈추지 않자 심경을 드러낸 것. 자신이 아무리 달라져도 악플은 계속해서 달린다는 한탄으로 보인다.

네이버 등 국내 대형 포털 사이트들이 지난해 ‘연예뉴스 댓글 서비스’를 폐지했지만 악플은 멈추지 않고 있다. 플랫폼만 연예인들의 개인 소셜미디어 계정으로 바뀌었을 뿐 악플이 뿌리 뽑히지 않은 것이다.

연예인들의 대처 방법은 가지각색이다. 법적 대응에 나서기 전까지 무대응으로 일관하는 연예인들이 있는가 하면, 직접 댓글을 남겨 소통에 나서는 이들도 있다.

이달 2일 가수 KCM(39)의 유튜브 채널에는 최근 각종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발하게 활동하는 KCM을 비난하는 댓글이 올라왔다. 이 누리꾼은 KCM을 향해 “도시어부 나오지 마요. 오버액션, 노잼. 진짜 어제 방송 나오는 순간부터 짜증”이라는 악플을 남겼다. 이에 KCM은 “미안합니다..!!”라는 댓글로 위트 있게 넘어갔다.

배우 조한선(40)도 올 초 학교폭력 의혹이 불거졌을 때 악플러들의 댓글에 일일이 답글을 남기며 소통했다. 조한선은 한 악플러에게 “저 학폭 안 했다. 어차피 믿어주시는 분들 별로 없을 거라 생각한다. 그래도 다시 한 번 죄송하다”라며 “제발 여기서 악플은 자제 부탁드린다”고 당부했다.

악플을 박제해 망신을 주는 경우도 있다. 가수 이승환(56)은 이달 4일 인스타그램에 ‘갑자기 일방적으로 썸으로 끝내고 이유도 얘기 안 해줬다’는 내용의 악플 캡처 사진을 올리며 “사리분별 제대로 하시기 바란다”고 날을 세웠다. 그러면서 “(예전에는) 상스럽거나 음란한 말들로 성희롱하시는 분들 말고는 그냥 두었다”며 “하지만 이러는 건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소셜미디어를 하지 않는 스포츠 스타를 대신해 유명인인 아내가 직접 나선 사례도 있다.

축구스타 박지성(40)의 아내인 김민지 전 SBS 아나운서(36)는 지난달 박지성이 유상철 전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장례식에 참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자신의 유튜브 채널에 악플이 달리자 “슬픔을 증명하라고? 도대체 어떤 세상에 살고 계신 거냐”고 했다. 이후 박지성 측은 악플러들을 상대로 법적 대응에 나섰다.

성동규 중앙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는 동아닷컴과 통화에서 연예인들이 악플을 회피하지 않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이유에 대해 “연예인은 특히 사생활과 명예를 중시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성 교수는 “결국 개인 선택의 문제”라며 “물론 그냥 넘어가는 경우도 있겠지만 가족을 비방하거나 뜬소문을 근거로 악플을 달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대응에 나서는 게 전반적인 분위기”라고 말했다.

성 교수는 악플러들 또한 언젠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연예인들도 똑같은 사람”이라며 “‘미디어 리터러시’(media literacy·다양한 형태의 메시지에 접근해 메시지를 분석하고 평가하고 의사소통할 수 있는 능력)에 대한 교육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정수연 법무법인 이현 변호사는 악플 캡처 사진이 증거자료로 채택되면 충분히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정 변호사는 “명예훼손의 경우 형사고소 절차를 진행하거나 민사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며 “악플을 단 기간, 사실관계 등에 따라 악플러가 수백만 원의 위자료를 물어야 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연예인이나 운동선수가 악플로 인한 스트레스로 더 이상 활동을 못하게 되었을 경우에는 피해보상금 액수가 더욱 늘어날 수 있다고 정 변호사는 전했다.

정봉오 동아닷컴 기자 bong087@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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