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미디 설 자리 없다고? 세상 곳곳에 스며든 것 웃음은 늘 필요하잖아~

김기윤 기자 입력 2021-07-06 03:00수정 2021-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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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코미디 오디션 ‘황금마우스’ 임하룡 심사위원장 인터뷰
대국민 오디션 통해 웃음귀재 발탁… “늘 새로운 걸 찾는 게 개그맨 숙명”
뮤지컬 영화 드라마 등 폭넓은 활동… 이번엔 어릴적 꿈 ‘화가’에 도전 중
“이왕 태어난 것 즐겁게 살다가야지”
임하룡은 “어릴 때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제 이름이 대중에게 많이 알려지고 듬뿍 사랑받았다. 조금은 내려놓고 살자고 생각하다가도 웃음에는 욕심이 끝이 없다. 욕심을 좀 부려야 그게 또 인생 아니겠냐”고 했다. 김동주 기자 zoo@donga.com
코미디 프로그램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던 개그계 ‘호(好)시절’. 방송사마다 공채 개그맨을 뽑고, 이들이 내뱉은 콩트 속 대사는 금세 전 국민의 유행어가 되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어느새 코미디는 ‘리얼 버라이어티’나 ‘예능’에 밀려 하나둘 자취를 감췄다. 누군가는 “개그계의 암흑기”라며 좌절하고 혹자는 “코미디가 설 자리가 없어졌다”며 한탄했다.

심형래 최양락 김형곤과 함께 ‘개그 4대 천왕’이라 불리며 숱한 유행어를 만들어낸 임하룡(69)의 생각은 조금 다르다. “콩트 코미디 프로그램이 사라졌다고 해서 코미디가 없어진 게 아니죠. 예능에서도 웃기고, 연기하면서도 웃기고, 요새는 유튜브에서 더 잘 웃기고…. 세상 곳곳에 코미디가 스며든 거지. 웃음은 늘 필요하잖아요?”

평생 웃음을 좇으며 살아온 임하룡이 세상 이곳저곳에 스며든 웃음의 귀재들을 찾기 위해 나섰다. 그는 콘텐츠 제작·엔터테인먼트 기업인 케이스타즈플랫폼이 주관하는 한국 스탠드업 코미디 오디션 ‘제1회 황금마우스’의 심사위원장을 맡았다. 코미디언은 물론이고 성인이면 누구든 참여할 수 있는 대국민 오디션이다.

1일 서울 강남구의 한 식당에서 만난 임하룡은 “짜여진 연기만 잘하면 되는 시대는 지났다. 직접 대본을 쓰고 자체 연출 및 편집도 하는 다재다능한 후배도 많고, 개그맨보다 웃긴 일반인은 더 많다. 개그맨이 살기가 나날이 더 어려워진다”며 웃었다. 이어 “신인 등용문 역할을 하던 프로그램이 사라져 조금은 허탈해도 방송 코미디 프로그램 체제에서 능력을 뽐낼 수 없던 이들이 다방면에서 활약하는 점은 기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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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마우스’는 개그맨 박준형이 MC 겸 집행위원장을 맡았다. 배우 김정태, 개그콘서트 작가 장종원, 구독자 120만 명을 보유한 개그 유튜브 채널 ‘낄낄상회’의 장윤석 임종혁 등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한다. 4월 초부터 온라인으로 진행된 영상 예선, 본선을 통해 선발된 15개 팀은 결선(6일∼8월 8일)을 거쳐 8월 15일 최종 6개 팀이 선발돼 상금을 받는다. ‘황금마우스’ 유튜브 채널을 통해 결선 전 과정을 방송한다.

임하룡이 그린 자화상. 광대의 모습을 한 자신을 표현했다. 그는 “그려놓고 보니 방송인 ‘붐’을 닮은 것 같다”며 웃었다. 임하룡 제공
빨간 양말을 신은 채 밟던 ‘다이아몬드 스텝’, “이 나이에 내가 하리?” “일주일만 젊었어도” “쑥스럽구만” 등 유행어를 대중에게 강렬하게 각인시킨 임하룡. 그가 ‘봉숭아 학당’ 선생님을 맡았을 때는 주역 이창훈 오재미를 비롯해 신예 김용만 유재석 남희석이 활약한 전성기로 평가된다. 그는 “개그를 평생 해왔지만 태생적 한계를 가진 어려운 장르”라고 했다.

“이 사람이 오늘 부른 노래를 내일 다른 사람이 불러도 사람들은 재밌어해요. 그런데 이미 결말을 알아 버린 개그를 다른 사람이 한다면 과연 볼까요? 늘 새로운 걸 찾는 게 개그맨의 숙명이죠.”

전성기를 구가하던 그는 “분야는 달라도 웃음만 있으면 된다”는 생각에 여느 개그맨과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다. 뮤지컬 ‘요셉’에 출연했고 영화 드라마로 활동 폭을 넓혔다. 2005년 출연한 영화 ‘웰컴 투 동막골’로 청룡영화상 남우조연상도 거머쥐었다. 그는 “개그맨이 다른 일을 하면 옛날엔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어디서든 웃기는 역할은 자신 있었다”고 했다. “다행히 제가 걸어간 길이 아주 틀리진 않은 것 같아요. 문세윤 박희진 안선영 등 조언을 구했던 많은 후배들이 여러 분야에서 제 몫을 하니까요.”

그는 지금도 새로운 것에 도전 중이다. 어렸을 적 화가가 되고 싶었던 꿈을 살려 꾸준히 전시회를 연다. “요즘 개그맨 후배 하준수는 캐리커처로도 사람을 웃기는데 그게 정말 부럽다”고 했다. 그의 그림에서도 재치와 웃음은 빠지지 않는 포인트다.

“이왕 태어났는데 즐겁게 살다 가야죠. 한번 가면 다시 오겠어요? 즐겁게 살다 가야지.”

김기윤 기자 pep@donga.com기자페이지 바로가기>
#코미디#임하룡#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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