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매일 아침 침대서 빠져나와야 하는가?” 그걸 깨닫는 게 철학

전채은 기자 입력 2021-07-06 03:00수정 2021-07-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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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크라테스…’ 저자 에릭 와이너
통찰력에 유머 버무린 글솜씨로 다양한 철학자의 지혜-사상 소개
출간 두 달째 베스트셀러에 올라… “철학 공부의 최고 미덕은 실용성
어떤 삶 살고싶은지 생각해보길”
에릭 와이너는 “간디는 타인에 대한 증오와 배척이 가득한 지금의 사회에도 당장 써먹을 수 있는 가르침을 남겼다. 그는 무수히 많은 반대자와 대치했으나 누구도 적으로 여기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에릭 와이너 웹사이트
새로 장만한 스마트폰을 땅에 떨어뜨려 액정을 산산조각 낸 당신.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하겠는가? 1. 술 약속을 잡고 일명 ‘홧김비용’을 지출한다. 2. 결점 속에서 위대한 아름다움을 찾아냈던 미국 사상가 헨리 데이비드 소로를 떠올리며 재미난 해프닝 정도로 여겨보려 노력한다. 2번을 선택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면 당신은 철학의 세계로 떠나는 급행열차인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어크로스)에 탑승할 자격이 충분하다.

미국 저널리스트가 쓴 철학 에세이가 국내에서 화제다. 대중적으로 인기 있는 철학서라면 철학자가 남긴 말들을 잘 선별했거나 쉬운 말로 풀이한 개론서를 떠올리겠지만 오산이다. 미국공영라디오방송 NPR의 해외통신원을 지낸 저자 에릭 와이너(58)는 오래 빚은 지혜와 특유의 유머로 독자들을 단숨에 매료시켰다. 위의 ‘스마트폰 사고’는 그가 얼마 전 직접 겪어야 했던 고뇌다. 그의 책은 출간 두 달째 교보문고 기준 인문 분야 1위, 종합 베스트셀러 5위를 지키고 있다. 매력적인 글솜씨로 “빌 브라이슨의 유머와 알랭 드 보통의 통찰력이 만났다”는 평가를 받는 그를 서면 인터뷰로 만났다.

“제 마음을 사로잡은 첫 번째 철학자는 마하트마 간디입니다. 흔히 인도의 정치적, 정신적 지도자로 여겨지지만 저에게는 철학이 추상적이고 쓸모없는 과목이 아니라 오히려 가장 실용적인 과목이라는 점을 가르친 사람이죠.”

실용성이야말로 철학의 최고 미덕이라고 여기는 와이너는 자신의 여행길에 철학자들을 자유롭게 소환하면서 이야기를 풀어 나간다. 기차 침대칸에서 간신히 깨어난 그는 문득 ‘사람들은 왜 매일 아침 침대에서 빠져나와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그리고서는 삶의 원동력은 의무가 아닌 사명에 있다는 통찰을 남긴 로마제국의 황제이자 철학자였던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를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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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시 들른 호프집에서는 쾌락을 분석해서 욕망의 분류 체계를 세운 에피쿠로스를 불러낸다. 에피쿠로스에 따르면 욕망에는 자연스럽고 반드시 필요한 욕망과 자연스럽지만 반드시 필요하지는 않은 욕망, 자연스럽지도 반드시 필요하지도 않은 욕망이 있다. 와이너 식으로 설명하자면 사막 한가운데에서 마시는 물 한 잔과 여행길에 마시는 맥주 한 잔, 만취 상태에서 더 들이붓는 값비싼 샴페인 한 병이 각각의 욕망에 해당한다.

전 세계가 팬데믹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상황에 대해서도 해줄 말이 있는 철학자가 있을까? 저자는 고대 그리스 스토아학파 철학자 에픽테토스를 꼽는다. 에픽테토스는 ‘사람들을 화나게 하는 것은 사물 그 자체가 아니라 사물에 대한 그들의 판단’이라고 생각한 철학자. 와이너는 “팬데믹은 우리가 통제하기 어려운 면이 많다. 할 수 있는 것은 과감히 바꾸고, 할 수 없는 것은 받아들이는 지혜가 필요하다”고 전한다.

저자가 강조하는 것은 철학을 정보가 아닌 지식으로, 더 나아가서는 지혜로 전환해야 한다는 점이다. 그 때문에 그는 “철학을 시작하기 위해 밟아야 할 첫 번째 단계는 ‘멈춤’”이라고 말한다. 철학서를 펼쳐 들고 철학자들의 문장을 달달 외워 나갈 게 아니라 어떤 삶을 살기 위해 철학을 공부하려는 건지 먼저 정립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일스 킹턴이라는 영국의 음악가가 남긴 이 말이 저의 의견을 잘 함축하고 있습니다. ‘지식은 토마토가 과일이 아니라 채소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지혜는 토마토를 과일 샐러드에 넣지 않는 것이다’.”
전채은 기자 chan2@donga.com
#에릭 와이너#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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