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은 성공할 수 있을까[이진구 기자의 대화, 그 후- ‘못 다한 이야기’]

이진구 기자 입력 2021-07-03 11:00수정 2021-07-05 0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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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민 청와대 청년비서관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치판은 참으로 한 치 앞을 알 수 없는 곳입니다. 불과 두 달 전 더불어민주당 박성민 전 최고위원을 인터뷰했었지요.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범죄로 촉발된 4·7 재보궐이 여당의 참패로 끝난 후였습니다. 25살의 여대생이 최고위원이 돼 본 집권 여당의 모습은 어땠을지 궁금했지요. 젊음만큼이나 그의 말은 패기만만했고, 아무튼 인터뷰는 잘 끝났습니다. 그도 학교로 돌아갔고, 그래서 인터뷰도 그가 다니는 학교 교정에서 했으니까요. 그 뒤로 저녁을 한 번 같이 했고, 나름 기성세대랍시고 청년 정치인으로서 앞으로 겪을 힘든 일에 대해 제 나름으로는 걱정과 조언도 해줬습니다. 그런데 제 걱정은 기우였나 봅니다. 물론 그 자신도 예상했던 일은 아니겠습니다만 불과 얼마 후 1급 공무원에 해당하는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임명됐으니까요.

박 비서관의 임명은 상당한 논쟁을 불러왔습니다. 청년비서관은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비서관 산하로 별정직 1급 공무원에 해당하지요. 9급 출신은 꿈도 꿀 수 없는 자리이고, 5급 행정고시 출신도 20년 이상 해야 바라볼까 말까한 자리입니다. 사실 5급 출신이라도 3급으로 나오는 사람이 대부분입니다. 이런 자리에 약 8개월간의 당 최고위원 경력 외에는 사실상 특별한 사회경험이 없는 25살 여대생을 임명하는 것은 너무 지나치다는 것이지요. 특히 좁은 취업문을 뚫기도 힘든 데 코로나19 직격탄까지 맞은 청년층의 상대적 박탈감은 상당한 것 같습니다. 오죽하면 ‘공부의 신’ 대표인 강성태 씨가 자신의 유투브에서 “매년 전국 수석이나 공공기관 합격자를 모셔 합격비결을 들어 왔지만 이 분이 탑인 것 같다”고 했겠습니까.

논란이 커지자 청와대는 “박 비서관은 민주당 최고위원 등을 지내며 현안에 대해 소신 있게 의견을 제기하고 다양한 목소리를 경청하는 균형감을 보여줬다. 청년 입장에서 청년의 어려움을 더 잘 이해하고 청년과 소통할 것으로 기대 한다”고 밝혔습니다. 정무직이라 일반직 공무원과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고도 했지요. 하지만 청와대와 민주당의 해명이 불을 끌 정도로 충분하지는 못한 것 같습니다.

정무직 공무원을 놓고 ‘1급까지 올라가려면 몇 십 년이 걸리는데 벼락출세 아니냐’, ‘낙하산이다’ 는 식으로 비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사회 경험이 적다는 부분도 굉장히 포괄적인 비판이 아닌가 싶습니다. 여야를 떠나 선거의 공신이라는 이유로 벼락출세를 하는 사람들이 숱하게 있으니까요. 하지만 박 비서관이 해당 직무를 수행할 만큼의 능력이 있느냐는 지적은 문재인 대통령이나 청와대 참모들, 그리고 박 비서관 자신이 새겨들어야할 대목입니다. 물론 청년들은 중장년층에 비해 부족한 점이 많을 수밖에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은 세대간 비교를 할 때 그렇다는 것이지 업무를 수행할 능력이 부족해도 청년이면 괜찮다는 뜻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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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정치권이 흔히 하는 나쁜 행태가 있습니다. 문제를 해결할 본질적인 고민은 하지 않고 ‘해결하려는 척’하고 넘어가려는 것이지요. 박 비서관은 물론이고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 김재섭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 등 청년 정치인들이 저와의 인터뷰에서 했던 말이 있습니다. 다른 청년 정치인들도 이구동성으로 하는 말입니다. 세상에 청년 문제만 따로 있는 것이 어디 있느냐는 것이죠. 청년들의 취업난은 전체 일자리가 줄기 때문에 파생된 것입니다. 청년 주거 문제도 전체 주택 문제에서 비롯된 것이죠. 다른 세대의 일자리는 넉넉한데 오직 청년 일자리만 부족해 문제가 생긴 게 아니지 않습니까? 따라서 청년 일자리 문제만 콕 집어서 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죠.

대학생 주거 문제 해소를 위해 기숙사를 늘릴 수 있습니다. 정부에서 지원을 해줄 수도 있겠지요. 과거에 그런 적도 있습니다. 그러자 대학가 하숙집 주인들이 아우성을 쳤습니다. 세상일은 그물코처럼 얽혀있기 때문에 생각지도 못한 부작용이 언제든 벌어질 수 있습니다. 병은 나았는데 환자는 죽는 일도 다반사지요. 그래서 국정을 책임지고 정책을 다루는 사람들은, 완벽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많은 고려를 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대상이 청년일 뿐이지 청년 문제에는 취업, 주거, 복지, 교육 등 우리가 사는 세상의 거의 모든 문제가 들어있습니다. 청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사안별로 국토교통부, 교육부, 보건복지부 등 숱한 부처는 물론이고 수많은 지자체 담당자들과도 협의하고 논쟁하고 싸워야 합니다. 모두 박 비서관보다는 훨씬 더 해당 분야의 전문성은 물론이고 왜 쉽게 해결하기 어려운지 꿰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이런 사람들을 이겨내려면 그들보다 훨씬 더 많이 알고 준비돼있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우리가 쪽방촌이라고 부르는 동네가 있습니다. 주거 환경이 매우 열악한 곳이지요. 한 평 남짓에 화장실, 세면장은 공용이고 들어가는 길마저 아주 좁아 소방차는 갈 수도 없는 곳입니다. 그래서 화재 등 사고가 나면 인명피해가 크게 납니다. 사고로 뉴스가 날 때마다 해당 지자체에서는 정비하겠다고 하지만 잘 개선되지 않습니다. 하도 답답해 지자체 담당 공무원에게 물어본 적이 있습니다. 나라에서 지원해주면 평수도 늘리고, 길도 넓히고, 집마다 화장실도 놔줄 수 있지 않느냐고요. 그렇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왜 하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그렇게 하면 주거환경은 개선되지만 지금 사는 사람 중의 태반은 쫓겨난다고 하더군요. 평수를 늘리면 한 건물에 10방 있던 게 5방으로 줄지 않겠습니까? 주거 환경이 개선됐으니 월세도 오르겠지요. 쪽방촌은 가장 어려운 사람들이 사는 곳입니다. 오른 값을 감당할 수 없는 사람들은 전에 내던 가격에 살 수 있는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습니다. 쫓겨난 사람들이 다른 곳에서 여전히 열악한 처지로 살아야한다면 그 동네 주거환경개선사업이 무슨 의미가 있겠습니까. ‘쪽방촌은 열악한 곳이고 사람이 그런 곳에서 살면 안 된다. 그래서 주거개선사업을 해야 한다’ 이런 단편적인 생각으로는 해결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정책을 집행하는 사람들의 능력과 시야가 중요합니다.

사진=신원건 기자 laputa@donga.com
박 비서관은 저와의 인터뷰에서 20대 남성들의 표를 얻기 위해 군 가산점을 부활하고, 여성도 군대가게 하자는 식으로 대응하는 여당의 행태를 지적했습니다. 정치를 참 단편적으로 한다는 것이죠.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 자신도 그 단편적인 정치의 덕을 안 봤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지난해 8월 여당 지명직 최고위원이 된 것도 박원순 전 서울시장, 오거돈 전 부산시장의 성추행 사건이 터지지 않았다면 쉽지 않았을 것입니다. 민주당이 진심으로 반성했다면 당헌대로 후보를 안내면 될 일입니다. 그러기는 싫고, 뭔가 반성하고 변하는 것처럼은 보이고 싶은데 20대 여대생을 최고위원에 올리면 효과가 크다고 생각하지 않았나 싶습니다. 그의 말대로 참 단편적인 정치지요. 물론 박 비서관이 최고위원을 맡아 역할을 잘 한 것은 사실입니다.

이제 중요한 것은 박 비서관이 실력으로 세간의 오해를 불식시키는 것입니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수많은 반대와 난관을 뚫고 가야합니다. 난관이 첩첩이 쌓여있으니 우리가 ‘문제’라고 부르는 것이지요. 이겨낼 실력은 없는데 오직 청와대의 권위로 끌고 가려 한다면 그게 바로 ‘꼰대’입니다. 자신의 역할을 청년들과의 소통 창구, 청년 문제를 위로 전달하는 것으로 한정지을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정도라면 굳이 1급 자리까지는 필요 없을 것 같군요. 청와대 국민청원 옆에 ‘청년청원’ 코너를 만들면 되지 않겠습니까.

이진구 기자 sys120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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