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모에 폭행당해 사망 여중생의 ‘시그널’…“몰랐나, 소홀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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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7월 3일 07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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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달 2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빠져 나가고 있다. 2021.6.25/뉴스1 © News1
경남 남해에서 중학생 의붓딸을 폭행해 숨지게 한 계모가 지난달 25일 창원지방법원 진주지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진주경찰서를 빠져 나가고 있다. 2021.6.25/뉴스1 © News1
경남 남해에서 계모에게 무차별 폭행을 당해 숨진 여중생이 살아생전 주변에 ‘위험’ 신호를 수차례 내비쳤던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학교 안팎에서는 가정 내 학대 정황을 전혀 인지하지 못한 채 “몰랐다”고만 일관했다. 가정 외 대부분의 시간을 학교에서 보낸 학생이기에 교육당국의 소홀함이 낳은 ‘참극’이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경남경찰청 여성청소년특별수사대는 상습아동학대, 아동학대살해 혐의로 계모 A씨(40)를 지난 1일 검찰에 송치했다.

A씨는 지난 6월 22일 오후 9시30분쯤부터 남해군 자신의 아파트에서 2시간 정도 의붓딸 B양(13)을 폭행해 사망케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B양이 초등 5학년 때부터 종종 폭행을 하다가, 남편과 별거를 시작한 지난 3월부터 집중적으로 아동학대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은 사건이 발생한 당일 아침에 남편과 이혼서류를 접수하고 밤에는 양육 문제로 다투다가 의붓딸인 B양에게 화풀이를 한 것으로 보고 있다.

◇여기저기서 ‘위험’ 신호…“몰랐나, 무관심했나”

이 과정에서 B양은 계모의 학대가 심해진 이후 가출과 복통호소, 결석, 조퇴 등 여러 가지 신호를 통해 ‘위험상황’을 주변에 알려온 것으로 파악된다.

A씨는 지난 4월 B양이 집을 나갔다고 경찰에 신고했다. 이후 A씨는 스쿨버스 탑승 여부 등을 확인하기 위해 학교에도 이런 사실을 알렸다. 이후 경찰관들이 아파트 옆 동 옥상에서 B양을 발견했다.

여경이 부모 등과 분리해 아동학대에 대해 물었지만, 학대에 대한 진술을 하지 않았으며 신체적 의심 정황도 없어 확인하지 못했다. 이는 B양의 친아버지가 별거를 시작하고 1달여 뒤 일어난 첫 ‘시그널’로 보인다.

이후 A씨는 5월 중순쯤에는 B양의 복부를 심하게 밟는 등 폭행을 했다. 얼마 지나지 않아 5월 말쯤 B양은 말도 없이 사라져 인근 할아버지댁으로 향했다. 여기서 “할아버지와 같이 있고 싶다”며 집에 돌아가기 싫다는 말을 에둘러 표현했다.

하지만 이를 알게 된 계모는 다시 할아버지 집에서 B양을 데려와 무차별 폭행했다. 주로 복부를 밟는 폭행이 자행됐다.

5월31일 복통을 호소하던 B양은 학교를 결석하고 병원을 찾았다. 병원에서는 장염으로 진단하고 항생제를 처방해 다음날 증세가 좋아 진 것을 확인했다. 이후 병원을 찾지 않았으며 진료 과정에서도 학대 의심 정황은 발견하지 못했다.

6월 한달새 복통과 고열 등으로 4차례나 학교에서 조퇴했다. 그러나 학교에서는 별다른 낌새를 알아채지 못했다. 학교 보건실을 찾았을 때도 장염에 대해서만 살폈다.

또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도 별 문제없게 나왔다고 부언했다. 여중생 기준으로 검사에서 33~38점을 받으면 일반관리군, 39점 이상이면 우선관리군으로 분류된다.

B양은 온라인을 통해 스스로 하는 정서·행동 검사에서 단 2점을 받았다.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에서 낮은 점수가 나오더라도 교육당국의 가이드라인은 없는 상황이다.

학교에서 별다른 의심 없이 B양이 “괜찮다”고 하는 말만 믿었다.

◇심리검사서 점수가 낮아도 문제…아동학대는 부부 책임

이은희 경남대 심리학과 학과장은 “심리학에서 진단적 검사로는 점수가 높은 것도, 낮은 것도 문제가 된다”면서 “쉽게 이야기해 우울증 반대가 조증인데, 조증 점수가 너무 낮으면 우울증을 의심해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검증이 된 검사라면 낮은 점수까지 열심히 해석하도록 돼 있지만, 학생정서·행동특성 검사는 일종의 간이 검사라고 보면 된다. 위험군이 스크린되면 2차 심층 검사를 하는 형태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B양이 솔직하게 응답하지 않은 부분에 대해서는 “폭력에 대해 내성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주관에 따라 응답해도 못 걸렀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류병관 창원대 법학과 교수는 “아동학대에는 신고 의무자들이 있다. 의사나 선생님 등 신고 의무자들에 대한 처벌을 강화해 의무감을 높여야 한다”면서 “조금만 관심을 가졌다면 이런 상황을 인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B양 아버지에 대해 방조범 형태도 입건하든, 아동학대의 책임은 결국 부부가 같이 져야 한다”면서 “모든 국민이 신고자 역할을 할 수 있게 하는 고민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창원=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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