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위대 밟아버려” “이런 망할!”…트럼프, 밀리 합참과 욕설-고성 충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9일 13시 24분


코멘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지난해 격화됐던 인종차별 항의 시위를 무력 진압하려고 시도하는 과정에서 마크 밀리 합참의장에게 고성과 함께 욕설을 내뱉으며 이를 강요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트럼프 시대의 뒷이야기들을 폭로하는 책 출판이 이어지는 가운데 나온 또 다른 백악관 내부의 혼돈 사례다.

28일(현지 시간) 악시오스에 따르면 월스트리트저널 기자인 마이클 벤더는 7월 중순 출간 예정인 ‘솔직히 우리는 선거에서 이겼다-트럼프의 실패 스토리’라는 제목의 책에 이런 내용을 담았다. 지난해 5월 흑인 조지 플로이드의 사망으로 촉발된 ‘흑인 생명은 소중하다(BLM)’ 시위가 불붙자 당시 트럼프 대통령은 폭동진압법을 발동하고 밀리 의장에게 군을 동원해 이를 진압하는 책임을 맡기려 했다는 것. 그러나 밀리 의장은 국내 문제에 연방군을 동원하는 데 법적인 제한이 있다는 이유로 이를 거부했다. 이에 트럼프는 “당신이 망할 책임자라고!”라며 소리를 질렀고 이에 밀리 의장은 “내가 책임질 일이 아니다”며 맞고함을 쳤다.

분노한 트럼프는 ‘F’자가 담긴 욕설을 쓰며 “당신은 그런 식으로 나한테 이야기하면 안 된다”고 고함을 질렀다. 밀리 의장도 마크 에스퍼 국방장관, 윌리엄 바 법무장관 등 고위당국자들이 모여있던 그 자리에서 대놓고 “이런 망할(Goddamnit)”이라고 거칠게 반응했다. 그러면서 “이 방에 변호사들이 가득한데 누가 나의 법적 책임에 대해 이야기를 좀 해보라”고 했고, 그제서야 바 장관이 끼어들어 트럼프에게 “의장의 말이 맞다”고 설명했다.

책에 따르면 트럼프는 밀리 의장뿐 아니라 다른 당국자들에게도 “(시위대를) 밟아버려라”고 했고 “그냥 (총으로) 쏴 버려”라고 말하기도 했다.

밀리 의장은 지난해 6월 트럼프 대통령이 백악관 앞 시위대를 강제로 통제한 상태로 인근 세인트존 교회까지 걸어가 성경책을 들고 사진촬영을 하는 데 동행했다가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그는 며칠 뒤 자신의 행보가 군의 정치화 논란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다고 인정하며 “그 자리에 있었던 것을 후회한다”고 사과한 바 있다.

트럼프 측은 이런 내용에 대해 “완전히 가짜 뉴스”라고 반박했다. 그는 “내가 밀리 의장을 좋아하지는 않지만 그와 말싸움을 한 적은 없었고 그가 그런 식으로 나에게 말한 적도 없었다”며 “밀리가 나에게 고함을 질렀다면 내가 해고해버렸을 것”이라고 했다.

또 다른 책 ‘악몽의 시나리오: 역사를 바꾼 트럼프 행정부의 팬데믹 대응’은 지난해 10월 트럼프 대통령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걸렸을 당시 상태가 알려진 것보다 훨씬 심각했다고 전한다. 워싱턴포스트 소속 기자 2명이 쓴 이 책에 따르면 당시 그의 혈중 산소 포화도가 80%대로 떨어지면서 한때 상태가 심각해지자 마크 메도스 당시 비서실장은 대통령이 죽을 수도 있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실제로 그는 당시 트럼프가 입원 중이던 월터 리드 군병원 앞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의 건강이 매우 우려되는 상태”라고 말했다. 핵심 참모였던 그의 발언이 주치의의 낙관적인 설명과 엇갈리면서 혼란이 가중됐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