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리선권까지 “美와 대화 없다” 재차 거부…北이 원하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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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6월 24일 18시 2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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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9년 2월21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 앞 한 식당에 북한 인공기(왼쪽)와 미국 성조기가 걸려 있다. 2019.2.21/뉴스1 © News1
지난 2019년 2월21일 제2차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베트남 하노이 JW메리어트호텔 앞 한 식당에 북한 인공기(왼쪽)와 미국 성조기가 걸려 있다. 2019.2.21/뉴스1 © News1
북한 측이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대화 제의에 재차 거부 의사를 밝힘에 따라 그 배경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한은 지난 22일 김정은 조선노동당 총비서 여동생 김여정 당 중앙위원회 부부장 명의 담화에서 북미대화 재개를 기대하는 미국 측을 향해 “꿈보다 해몽이란 말이 있다. 스스로 잘못 가진 기대는 자신들을 더 큰 실망에 빠뜨릴 것”이라고 선을 그은 데 이어, 이튿날인 23일엔 리선권 외무상를 통해 “우린 아까운 시간을 잃는 무의미한 미국과의 그 어떤 접촉과 가능성에 대해서도 생각하지 않고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것이다.

북한의 이 같은 담화는 성 김 미 국무부 대북정책특별대표가 한미·미일·한미일 북핵수석대표 협의 참석차 19~23일 닷새 간 우리나라를 방문해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 의사를 분명히 한 상황에서 나왔다.

우리 정부 당국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김 대표가 이번 방한 기간 판문점 등지에서 북한 측과 ‘물밑 접촉’을 시도할 가능성이 제기됐음을 감안할 때, 오히려 북한의 연이은 대화 거부 표명은 “현재 북미 간엔 아무런 대화 채널도 가동되지 않고 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많다.

바이든 정부는 지난 4월 말~5월 초 역대 정부가 추진해온 대북정책에 대한 재검토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그 결과를 설명해주겠다며 북한 측에 접촉을 제의했지만, 이때 북한 측은 미국의 접촉 제의를 ‘접수했다’고만 밝혔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던 중 김 총비서는 이달 17일 노동당 중앙위 전원회의에서 “국가 존엄과 자주적 발전 이익을 수호하고 평화적 환경과 국가 안전을 믿음직하게 담보하자면 대화에도 대결에도 다 준비돼 있어야 한다”고 밝혀 국내외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특히 한미 양국 정부 당국자들은 김 총비서가 “대결엔 더 빈틈없이 준비돼 있어야 한다”는 발언까지 했음에도 ‘대화’를 언급한 사실에 주목해 남북한 및 북미 간 대화 재개에 대한 기대감을 감추지 않았던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전문가들 사이에선 김 부부장과 리 외무상의 연이은 ‘대화 거부’ 담화엔 역설적으로 북한이 대화 테이블로 나올 수 있도록 ‘선결 조건’ 부터 해결하라는 요구가 담겨있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즉 더 이상 시간 낭비말고 조건 부터 얘기하라는 뜻이다.

미 국무부 김 대표는 앞서 방한 당시 북한과의 ‘조건 없는 대화’를 얘기하면서도 북한의 핵·미사일 개발 중단을 위한 유엔안전보장이사회 차원의 대북제재 결의 이행을 강조했다. 또 국내 전문가들과 만난 자리에선 ‘북한과의 대화 재개를 위한 인센티브 제공은 없을 것’이란 입장 또한 분명히 한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그러나 북한은 이미 2차례 북미정상회담이 성사된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때부터 미국 측을 상대로 등 일련의 ‘성의’ 표시를 요구해온 상황. 일례로 북한은 2017년 11월 이후 핵실험과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급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를 실시하지 않고 있다. 또 김 총비서와 트럼프 당시 대통령 간의 첫 정상회담을 앞둔 2018년 5월엔 함경북도 길주군 풍계리 소재 핵실험장을 폭파 방식으로 폐쇄했다.

그리고 북미 양측은 6월 싱가포르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에서 Δ새로운 북미관계 수립과 Δ한반도 평화체제 구축 Δ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노력 Δ한국전쟁(6·25전쟁) 당시 북한 지역에서 전사하거나 실종된 미군 유해 송환 등 내용을 담은 공동성명을 채택했고, 북한은 실제 55구의 유해를 미국 측에 돌려보냈다. 간첩 등의 혐의로 억류 중이던 한국계 미국인 3명도 풀어줬다.

이후 북한은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김 총비서와 트럼프 전 대통령 간의 두 번째 회담에선 평안북도 영변 핵시설 폐기 의사를 밝히며 유엔 차원의 대북 경제제재 가운데 일부를 해제해줄 것을 제안했지만, 당시 미국 측은 ‘영변+알파(α)’를 요구하며 이를 거절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리고 같은 해 10월 스웨덴에서 열린 북미 실무협상이 열리자 북한 측은 미국에 ‘대북 적대시정책 철회’를 요구하며 협상 결렬을 선언한 뒤 현재에 이르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한 외교 소식통은 “북한 내엔 트럼프 행정부 시기 북미협상을 통해 얻어낸 게 별로 없다는 불만이 많은 것으로 안다”며 “북한은 미국의 ‘양보’를 바라는 데 미국 측이 ‘조건 없는 대화’를 얘기하니까 아예 대화 거부를 얘기해버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한미 양국이 미 국무부 김 대표 방한을 계기로 그간 남북교류의 ‘걸림돌’이 된다는 지적을 받았던 한미워킹그룹 운영을 ‘종료’하기로 의견을 모으긴 했지만, 이것만으론 북한을 다시 대화로 끌어들이기가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이런 가운데 정세현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수석부의장은 24일 TBS라디오에 출연, ”‘시간 낭비할 생각이 없다’는 리 외무상의 담화는 (북미가) 만난다면 처음부터 본격적인 협상을 했으면 좋겠다는 뜻“이라면서 2019년 하노이 회담 결렬 직전 북미 양측이 찾았던 접점에서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얘기가 미국 쪽에서 북한도 대화에 응할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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