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만장자’ 맥아피, 美송환 앞두고 스페인 구치소서 사망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4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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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으며 미국 송환을 앞뒀던 컴퓨터 백신업체 맥아피의 창업주 존 맥아피(75)가 스페인 구치소에서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사이버 보안 업계의 선구자로 억만장자의 반열에 올랐던 그는 생전에 각종 기행으로 주목을 받아 왔다.

23일 AP통신 등에 따르면 맥아피는 이날 스페인 바르셀로나 인근의 한 교도소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교도관이 당시 그를 살리려고 했지만 의료진은 결국 사망 판정을 내렸다고 카탈로니아 지방정부는 밝혔다. 당국은 그가 ‘자국 송환을 기다리고 있는 75세 미국인’이라고만 밝혔는데 언론 취재 결과 그는 맥아피로 확인됐다.

미국에서 탈세 혐의로 기소된 그는 지난해 10월 바르셀로나 공항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스페인 법원은 23일 맥아피의 미국 송환을 허가하기로 결정했다. 자신을 향한 미국 검찰의 수사에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고 주장해 온 맥아피는 송환 결정이 알려진지 수 시간 만에 극단적인 선택을 했다.

맥아피는 2014~2018년 가상화폐 판촉과 컨설팅, 다큐멘터리 판권 판매 등으로 큰 돈을 벌었지만 이에 따른 소득을 신고하지 않고 부동산과 요트 등의 재산도 세무당국에 숨겨온 혐의를 받았다. 이 기간 중 그가 회피한 세금은 수백 만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1987년 맥아피를 창업한 그는 백신업계의 선구자로서 당시 엄청난 돈을 모았지만, 말년에는 여러 불미스런 사건에 연루되고 기행을 일삼으며 주목을 받았다.

그는 2016년 미 대선에서 자유당 경선 후보로 나섰다가 패했고 2020년에도 당선 가능성이 거의 없는 것을 알면서 대권 도전을 시도했다.

2012년에는 중앙아메리카의 벨리즈에서 이웃이 살해된 사건의 용의자로 지목됐고, 실제 경찰 조사를 피해 달아난 적이 있다. 2015년엔 테네시주에서 음주운전과 총기 불법 소지 혐의로 체포됐고, 2019년에는 고성능 무기와 탄약 등을 요트에 잔뜩 넣고 바다를 돌아다니다 도미니카공화국 당국에 붙잡히기도 했다.

스페인 교도소에서 머물던 최근에는 영국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스페인 감옥 생활은 매력적인 모험”이라며 “미국에 다시는 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죄수와 교도관들이 자신을 알아보면서 사인을 요청했다고도 했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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