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화재, 큰 불은 잡았다… 건물 붕괴 우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8일 19시 58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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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이천시 마장면 쿠팡 덕평물류센터 지하 2층에서 시작된 불은 건물 전체로 퍼져나갔다. 만 하루를 넘긴 18일 오후에서야 큰 불길은 잡았지만 여전히 잔불은 남아 있는 상태다.

물류센터 안에 있던 다량의 가연성 물질이 불씨를 키웠다. 물건을 쌓아놓은 미로 같은 구조 때문에 소방대원들은 물류센터안으로 진입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소방당국은 불길이 잡히면 전문가들의 안전진단을 거쳐 추가 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다.

● “가연성 물질 많아 내부 불씨 안 잡혀”

불이 난 물류센터에서는 하루 종일 시꺼만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살수차 20여 대가 쉴새없이 물을 뿌려도 불길은 쉽사리 잡히지 않았다. 건물에서 1㎞ 이상 떨어진 곳까지 매캐한 탄내가 진동을 했다. 전날 오전 5시 반경 시작된 불은 18일 오후 4시가 돼서야 큰 불길이 잡혔다. 소방당국이 화상카메라로 측정한 건물 안 열기는 250도를 넘었다.

물류센터 안에는 종이 상자, 비닐, 스티커 같은 불에 타기 쉬운 물건들이 잔뜩 쌓여 있었다. 선반에 쌓여있던 물건이나 포장재 등이 무너져내렸고, 여기에 불길이 옮겨붙으면서 순식간에 물류센터를 집어삼켰다.

소방대원들이 물류센터 안으로 쉽게 들어가지 못한 이유는 복잡한 내부 구조 탓이다. 바닥 곳곳에 물건을 옮기고 쌓아두는 컨베이어벨트와 선반이 놓여있었다. 검은 연기 때문에 한치 앞도 가늠할 수 없는 소방대원들에게 물류창고는 미로나 다름없었다. 화재 당시 물류센터에서 있었던 쿠팡 직원은 “선반과 물건으로 가득한 건물 내부는 1주일 이상은 다녀야 어떤 구조인지 알 수 있을 정도”라고 말했다.

소방청 국가화재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물류센터 같은 창고시설에서 발생한 화재는 해마다 1400건가량이다. 올해도 17일 현재 715건이 발생해 23명의 인명피해가 났다. 지난해 수도권 물류센터에서만 두 차례 대형 화재가 발생했지만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악순환만 되풀이되고 있다.

● 건물 붕괴 우려… 오늘 안전진단 예정

소방당국이 가장 우려하는 것은 물류센터의 붕괴다. 이틀 간 불이난 탓에 건물을 지탱하고 있는 중앙 철제 구조물이 휘어진 것을 확인했기 때문이다. 18일 오후 안전진단 전문가 3명이 붕괴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현장에 왔지만 불길이 거세 접근조차 못했다. 소방당국은 19일 물류센터 안으로 진입해 잔불을 끈 뒤 붕괴 가능성을 판단하기로 했다.

△화재경보기 울림 △스프링클러 작동 △방화문 설치 여부 등은 소방당국과 경찰, 지방자치단체가 합동 정밀감식을 할 예정이다. 한 화재 전문가는 “건물 붕괴 위험을 파악하기 위한 안전진단이 끝난 뒤 빠르면 21일부터 현장 감식이 이뤄질 것 같다”고 말했다.

소방당국은 쿠팡 측이 평소 화재 대비에 미흡했다는 정황을 발견했다. 올 2월 덕평물류센터 측이 자체 소방 점검을 했는데 ‘소화전 사용표지 미부착’ 등 100여 건의 지적사항이 나온 것이다. 쿠팡 측은 “지금은 시정조치를 한 상태”라고 해명했다.

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는 “작업장에 먼지가 심하게 쌓여 전기장치에서 누전, 합선 같은 화재위험이 높았다”며 “근로자들이 계속 지적했지만 개선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쿠팡은 18일 강한승 대표이사 명의로 낸 사과문에서 “심려를 끼쳐 몹시 송구하다. 화재 원인 조사와 사고를 수습하는데 적극적으로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천=공승배 기자 ksb@donga.com
이천=박종민 기자 blick@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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