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정권 겨눈 윤석열의 ‘공정’, 대선에선 스스로를 향한다

이태훈 기자 입력 2021-06-16 11:55수정 2021-06-16 1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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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30% 중반대 대선 지지율로 1위를 달리고 있는 가운데 윤 전 총장의 최대 정치적 자산인 ‘공정’ 가치가 대선 국면에서 어떤 변수로 작용할지 주목되고 있다. 어느 정권이든, 누구든 비리가 있으면 처벌받아야 한다는 그의 일관된 소신이 현재의 가치를 형성했다는 점에서 윤 전 총장의 ‘공정 가치’가 자신을 포함한 모든 여야 대선주자들에게 적용되는 ‘양날의 칼’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윤 전 총장은 문재인 정부 초기 ‘적폐수사’를 진두지휘하며 승승장구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대선주자 반열에 오른 것은 아니었다. 현 정부 들어 서울중앙지검장, 검찰총장 등 검사로서 크게 출세한 그가 대선주자로 부상한 것은 2019년 ‘조국 수사’였다. 그 전까지 박근혜 정부의 국정농단 사태를 중심으로 한 권력형 비리를 단죄하는 데 집중했다면 2019년 ‘조국 사태’를 기점으로는 문재인 정부를 향해서도 이전과 같은 잣대를 적용해 수사를 벌이면서 ‘정치적 팬덤’(fandom)이 생겨난 것이다.

두 명의 전직 대통령과 대법원장을 구속한 적폐수사로 정권에 반감을 가졌던 보수 세력은 문재인 정권 실세의 비리를 거침없이 수사한 윤 전 총장에게 보수야당에 했던 정치적 기대를 걸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민의힘은 구태 이미지와 계파 갈등 등으로 강력한 문재인 정부에 대항할 구심점 역할을 전혀 하지 못했고, 보수야권을 대표할 만한 변변한 대선주자도 없었다. 그런 상황에서 문재인 정부가 임명한 검찰총장에게 보수층이 정치적 지지를 보내는 역설적 국면이 조성된 것이다.

윤석열 전 검찰총장이 지난 11일 오후 서울 마포구 ‘연세대 김대중 도서관’을 방문해 김성재 김대중평화센터 상임이사의 안내를 받으며 전시물을 살펴보고 있다. (윤석열측 제공) © News1
극심한 분열과 대립을 불러온 ‘조국 수사’에 여권 전체가 들고 일어나 반발했으나 윤 전 총장은 소신을 꺾지 않고 정권 수사를 계속 밀어붙였다.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과 유재수 전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청와대 감찰 무마 의혹 사건 등 권력 수사에 위기감을 느낀 정권은 이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임명한 뒤 검찰 인사를 통해 윤 전 총장 고립에 나섰다. 작년 연말에는 직무배제 및 징계 청구 사태로 윤 전 총장 퇴진을 압박했으나 법원에서 무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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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 전 총장에 대한 여권의 공세가 지난해 1년 내내 지속되고 윤 전 총장이 사실상 보수야권의 구심점이 돼 맞선 형국이 전개되면서 인기몰이 수준의 팬덤은 실체가 분명한 ‘정치적 지지’로 진화한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권력이 센 사람일수록 더 엄하게 수사해야 한다는 윤 전 총장의 원칙은 요즘 20, 30대 젊은층이 가장 중요하고 민감하게 받아들이는 ‘공정’ 이슈와 통하면서 젊은층의 지지 확대로 나타나고 있다.

문제는 지금까지는 문재인 정부와 각을 세우면서 윤 전 총장 자신의 공정 가치를 형성할 수 있었으나 향후 대선국면에서는 그 기준이 자신에게도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대선은 후보의 도덕성과 자질, 역량을 총체적으로 평가하는 시험대이기 때문에 윤 전 총장의 과거사이든, 여권이 거론하는 처가 의혹이든 철저한 검증을 피해갈 수 없다. 반대로 윤 전 총장이 자신의 청렴결백함을 무기로 보수야권의 다른 대선주자나 여권 주자들을 ‘공정’ 이슈로 압박할 가능성도 얼마든지 있다.

최근 윤 전 총장이 국민의힘 의원을 만나 “내 장모가 사기를 당한 적은 있어도 누구한테 10원 한 장 피해준 적이 없다”고 한 말이 논란이 된 것도 윤 전 총장의 ‘공정 이미지’와 일부 상충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외부 권력 비리에 당당히 맞섰던 윤 전 총장이 가족 내부 문제에 대해서는 감싸는 것처럼 비칠 소지가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국민이 기대하는 윤 전 총장이라면 “내 장모가 됐든, 가족이 됐든 10원 한 장 피해준 게 있다면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하고, 내가 책임질 부분이 있다면 그 또한 피하지 않겠다”고 말했어야 옳은 것 아니냐는 말도 정치권에서 나오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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