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상대 단식’ 건보공단 이사장 “너무 절박해서 다른 방도 없었다”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15일 17시 4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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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익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 이사장(69)이 14일부터 노조 대상 단식 투쟁에 나섰다. 직접 고용을 요구하는 고객센터 노동조합과 이에 반대하는 건보공단 노조 사이의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이사장이 노조를 상대로 단식하는 초유의 상황을 맞게 됐다. 김 이사장이 단식에 나선 강원 원주시 건보공단 로비 뒤에는 ‘건보공단을 파국에서 구해야 합니다’ 문구가 인쇄되어 붙어 있었다.

김 이사장은 단식 종료의 ‘조건’으로 건강보험 노조의 협의 복귀와 고객센터 노조의 파업 중단을 요구했다. 일부에서는 ‘오죽하면 단식까지 하겠느냐’는 동정론이, 일부에선 ‘이사장의 쇼’라는 비판이 나온다. 김 이사장을 15일 만나 인터뷰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단식 결정은 언제 했나.


“10일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시작했다. 아침 일찍 들어와서 점거 농성까지 하니 공단 직원들의 감정이 매우 악화됐다. 주말을 지나고 월요일이 되면 거의 ‘폭발’ 수준으로 갈 것 같아 내가 나섰다. 주말 내내 고민하다 결정하고, 직원들에게는 14일 출근 직전에 알렸다.”

―직원들이 말리지 않았나?

“직원들은 당연히 말렸다. 그래서 아무하고도 상의하지 않았다. 이런 것은 미리 알려지면 안될 것 같기도 했고. (공단이 있는) 원주로 차 타고 내려오면서 한 시간 전에 비서실에만 얘기했다.”

―노동계 일각에서는 기관장의 단식투쟁에 ‘노동자 희롱’이란 비판이 나온다.

“그런 뜻은 당연히 없었다. 너무 절박해서 다른 방도가 없었을 뿐이다.”

―고객센터 직접고용 요구는 지난해 초 제기됐다. 왜 1년 넘게 해결하지 못했나.

“정부가 공공부문 비정규직 가운데 용역·도급 계약은 1·2단계, 민간위탁 계약은 3단계, 이렇게 순차적으로 정규직화하기로 한 것은 잘 알 것이다. 당초 3단계인 민간위탁 계약은 정부의 결정이 있을 때까지 기다리라고 했었다. 그런데 2019년 가을에 정부 지침이 바뀌었다. 기관이 (직접 고용 등을) 자율적으로 결정하라고 해서 이를 논의할 사무논의협의회 구성을 하고 준비했다. 그러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터지고 진행을 못 했다. 그러면서 해결을 못하고 지금에 이르러 다시 문제가 된 것이다.”

―고객센터 노조가 원래는 처우 개선만 논의하다 갑자기 직접고용 요구를 한 것으로 안다. 이에 대한 생각은.

“그건 뭐라고 대답하기 그렇다.”

―건보공단 노조가 직접고용을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우리 젊은 직원들의 생각은 소위 ‘MZ세대’들의 생각이기 때문에 (이해한다). 고객센터 직원들을 직접 고용하는 것이 ‘역차별’이라는 말이 많은 것도 안다. 직원들 간에도 ‘세대 차이’가 있는 것 같다. (직접 고용을 반대하는 젊은 MZ세대) 직원들 논리에도 나름의 이유가 있다. 다만 세상에 어디나 그런 갈등 관계는 항상 있다. 생각에 차이가 있다고 해서 일이 이뤄지지 않으면 안 된다.”

―2월 고객센터 노조의 1차 파업 이후 건보공단 지역본부를 순회했다고 들었다. 무슨 얘기를 들었나.

“직원들이 가장 많이 이야기한 것은 ‘공정’이었다. 직원들은 ‘노력의 결과가 정규직 채용이 되어야지 투쟁의 결과가 정규 채용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얘기했다, 그래서 그건 내가 정할 사안이 아니라 외부전문가 등이 모이는 협의체에서 결정할 사안이라고 답했다.”

―언제까지 단식할 건가.

“(내가 제기한 조건들이 수용될 때까지) 버티겠다. 정규직 노조가 협의체에 참가하고 고객센터 노조가 파업을 풀 때까지.”

원주=이미지 기자 imag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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