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서강·중앙대 ‘수능 최저’ 완화…“불이익 문과 숨통은 텄지만”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9일 15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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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6월 모의평가’에 앞서 손을 모은 채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6.3/뉴스1 © News1
서울 한 고등학교에서 학생이 ‘6월 모의평가’에 앞서 손을 모은 채 시험 시작을 기다리고 있다. 2021.6.3/뉴스1 © News1
대입 수시에서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최저학력기준 문턱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서울대·서강대·중앙대가 이를 완화하기로 결정하면서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상위권 문과생은 숨통이 트였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통합형 수능 시행으로 문과생은 수학에서 상위 등급을 받기 어려워진 데다 EBS 연계율 하락과 직접연계 폐지로 난도가 상승한 영어에서도 고전할 가능성이 있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수험생이 다수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는 잦아들지 않고 있다.

9일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가 발표한 ‘2022학년도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사항’에 따르면 서울대·서강대·중앙대는 고3끼리 경쟁하는 전형에 한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일부 완화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에 따른 ‘고3 불리론’이 제기됐던 지난해 유일하게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했던 서울대는 올해도 국어·수학·영어·탐구영역 가운데 3개 영역 이상 ‘2등급 이내’를 ‘3등급 이내’로 낮춰 적용한다.

서강대는 학교생활기록부(학생부)교과 고교장추천전형에서 원래는 국어·수학·영어·탐구영역 중 3개 영역 합산 ‘6등급 이내’에서 ‘7등급 이내’로 완화했다. 한국사는 기존 ‘4등급 이내’ 기준을 유지했다.

중앙대는 서울캠퍼스 기준 학생부교과 지역균형전형에서 인문계열은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영역 합산 ‘6등급 이내’에서 ‘7등급 이내’로 변경했다. 자연계열(약학부 제외)은 3개 영역 합산 ‘7등급 이내’ 기준은 달라지지 않았으나 탐구영역을 기존 2개 과목 평균이 아닌 상위 1과목만 반영한다.

대교협은 고등교육법에 따라 매 입학연도 개시 1년10개월 전까지 수립해 공표해야 하는 대입전형 시행계획의 변경을 승인한 이유에 대해 지난해와 마찬가지로 코로나19로 인한 영향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대교협 관계자는 “문과생이 이과생과 비교해 수능에서 불리하다는 이야기가 있지만 원칙은 코로나19 영향과 관련이 있느냐는 것”이라며 “재수생도 지원할 수 있는 전형에 대해서도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완화하겠다는 대학들이 있었지만 고3 전형에 대해서만 승인했다”고 말했다.

서강대 관계자는 “재수생보다 고3이 전반적으로 불리하다고 판단해 작년 서울대 사례를 참고해 신청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입시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작년부터 학습 결손이 누적된 고3을 배려하는 것과 동시에 수능 개편으로 많은 문과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충족하지 못할 가능성을 고려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임성호 종로학원하늘교육 대표는 “문과생이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에서 불리하다는 점을 완화하려는 조치로 해석된다”며 “서울대·서강대·중앙대 모두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쉽지 않은 학교로 평가됐던 만큼 문과 상위권 수험생의 부담은 줄 것”이라고 말했다.

종로학원하늘교육은 자체 분석 결과 수학 1등급 중 문과생 비율이 지난 3월 전국연합학력평가는 9.1%, 지난 6월 모의평가는 15.7%에 그쳤다고 밝혔다. 여기에 지난해 수능에서 12.7%에 달했던 영어 1등급 비율도 지난 6월 모의평가에서는 6.6%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돼 문과생이 상대적으로 수시에서 어려움을 겪을 확률이 높다고 분석했다.

조만기 경기 남양주 판곡고 교사는 “대교협과 교육부는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은 수능 개편과 관계가 없다고 하겠지만 대학들의 속내를 들어보면 수능이 개편되면서 문과생이 수시에서 대거 탈락할 것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많았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이어 “정부의 대입공정성강화방안에 따라 서울 16개 대학의 2022학년도 정시 선발 비중이 약 40%로 커져 입결 하락이 예상되는데 수시에서 미충원이 많아지면 정시로 더 뽑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수시에서 최대한 선발하려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고려대의 경우 문과 최상위권 수험생도 수능 최저학력기준 충족이 쉽지 않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졸업생도 지원할 수 있어 대입전형 시행계획 변경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학생부교과전형의 경우 국어·수학·영어·탐구 중 3개 영역 합산 5등급 이내를 충족해야 하고 학생부종합전형의 경우 4개 영역 합산 7등급 이내를 충족해야 하기 때문에 수능 성적에 따라 성패가 좌우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 주요 대학 가운데는 이밖에 인문계열 기준 성균관대와 서울시립대, 홍익대 등이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3개 영역을 반영하는데 서울대·서강대·중앙대·고려대 등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충족이 어렵지 않다는 평가다.

조 교사는 “성균관대의 경우 국어·수학·탐구 가운데 2개 영역 합산 5등급 이내이면서 영어는 3등급 이내면 되기 때문에 기준 충족에 어려움이 덜할 것”이라며 “상위권을 제외하면 수학으로 수능 최저학력기준을 맞추는 경우가 많지 않다”고 말했다.

조 교사는 다만 “영어 난도가 높아지면서 전체적인 등급 하락이 예상되는 것은 문과생 입장에서는 부담을 느낄 지점”이라며 “수능 최저학력기준에 2개 영역만 반영하는 대학도 영어가 복병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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