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 전방위 압박 속 푸틴 만나는 바이든…핵심 의제는?

  • 뉴스1
  • 입력 2021년 6월 9일 07시 29분


코멘트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왼쪽)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 AFP= 뉴스1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간 첫 미러정상회담이 오는 16일(이하 현지시간)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린다. 세계적인 하드파워 국가에 속하는 양국 정상 사이에 어떤 대화가 오갈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는 가운데 현재 양국관계는 바이든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에게 “살인자”라고 칭하는 등 경색될대로 경색돼 있는 상태다.

이번 회담은 2018년 핀란드 헬싱키에서 있었던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 간 회담 후 3년 만에 열리는 것이다.

◇“푸틴은 살인자”…경색된 외교관계

오는 미러정상회담은 팽팽한 긴장감 속에서 진행될 것이란 관측이다. 올해 1월 바이든 대통령 취임 후 미러 양국은 사사건건 부딪혀 왔다.

대표적으로 양국은 지난 3월 미국 국가정보국(DNI)이 기밀해제한 미국 정보보고서 내용을 두고 맞붙었다. DNI는 푸틴 대통령이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바이든 대통령의 라이벌이었던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유리하도록 선거 개입을 감독하거나 승인했다고 발표했다. 주미 러시아 대사관은 이에 성명을 내고 “미국의 근거 없는 비난”이라고 반박했다.

하지만 미국 정부는 러시아의 해명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급기야 바이든 대통령은 미 A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러시아 야권 지도자인 알렉세이 나발니에게 독살을 지시한 혐의를 받고 있는 푸틴 대통령이 ‘살인자’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그는 푸틴 대통령이 미 대선에 개입하려 시도했다는 의혹에 대해서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푸틴 대통령도 이에 지지 않았다. 그는 바이든 대통령을 향해 “우리는 다른 사람에게서 우리 자신의 자질을 본다”고 응수했고 러시아 정부는 이례적으로 미국에 주재하고 있는 자국 대사를 긴급 소환해 향후 대책을 논의했다.

미국은 4월 들어 러시아의 대선 개입 및 미 연방기관 해킹 등의 책임을 물어 주미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시키는 제재를 단행했고 러시아도 곧바로 러시아 주재 미국 외교관 10명을 추방하는 맞대응을 펼쳤다.

AFP통신에 따르면 5월 러시아는 공식적으로 미국을 ‘비우호적’(unfriendly) 국가로 지정하기도 했다.

양국은 시리아, 리비아, 우크라이나를 둘러싼 역내 긴장을 두고도 신경전을 펼치고 있다. 특히 미국은 지난 4월 러시아가 크림반도와 우크라이나 동부 접경지역에 병력을 집중시키는 데에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동맹국들과 함께 경고의 목소리를 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푸틴 대통령과의 정상회담을 앞둔 7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를 갖고 그를 백악관에 초청함으로써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관계에 있어 우크라이나를 지지한다는 메시지를 푸틴 대통령에게 보냈다.

◇인권·수감자 맞교환·사이버 공격 눈길

바이든 대통령과 푸틴 대통령은 인권 문제를 두고도 부딪힐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민주주의, 인권과 같은 가치를 앞세워 러시아와 중국을 겨냥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5월30일 메모리얼 데이(미국의 현충일) 연설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나면 그의 인권 유린을 방관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여기에는 나발니 문제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미국을 비롯해 미국의 유럽 동맹국가들은 푸틴 대통령의 정적으로 꼽히는 나발니가 인권을 보장받고 있지 못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나발니는 지난해 8월 러시아 국내선 여객기에서 독극물 중독 증세를 보여 의식을 잃고 쓰러진 뒤 독일로 실려가 치료를 받았다. 이후 5개월 만인 올해 1월 러시아에 귀국하자마자 체포됐다.

뒤이어 열린 재판에서 나발니는 2014년 사기 혐의로 받았던 집행유예가 실형으로 전환되면서 3년6개월의 징역형을 받아 수감 중이다. 다만 사건 당시 재판 과정 등에서 구금된 기간을 제외함에 따라 실제 수감 기간은 2년6개월로 정리된 상태다.

나발니는 이후 몸에 통증이 있다고 호소하며 민간 의사 진료를 교도소 측에 요구했으나 이를 거부당하자 3월31일부터 단식투쟁을 벌이다 4월23일 종료했다.

이 과정에서 러시아 정부는 나발니의 측근들을 구금하는 한편 나발니의 권리는 정상적으로 보장됐으며 그는 그저 자신에 대한 세간의 관심을 끌려 했을뿐이라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아울러 AFP는 ‘다수의 수감자들의 운명’이 이번 회담을 통해 결정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전직 미국 해병 출신인 폴 윌런은 지난해 6월 러시아 법원에서 간첩 혐의로 16년형을 선고받은 상태이며 또 다른 미 해병 출신 미국인 트레버 리드도 술에 취해 러시아 경찰관을 폭행한 혐의로 같은 해 7월 징역 9년형을 선고받았다.

AFP는 러시아가 이와 관련 자국 무기상인 빅토르 바우트와 항공기 조종사 출신 콘스탄틴 야로셴코의 귀국을 주시하고 있을 수 있다고 짚었다. 수감자들의 맞교환을 시도할 수 있다는 뜻이다.

미국은 2008년 콜롬비아 반군으로 위장해 무기를 구매하겠다고 작전을 펼쳐 빅토르 바우트를 체포했으며 빅토르 바우트는 2012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25년형과 벌금을 부과받았다. 야로셴코는 마약 밀수 시도 혐의로 2011년 미국 법원으로부터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양국은 해킹 문제로도 부딪히고 있다. 앞서 언급했듯이 올해 4월 바이든 행정부는 지난해 12월 미 네트워크 감시 소프트웨어 업체인 솔라윈즈가 해킹 당해 정부기관과 100여개 미국 기업들이 피해를 입은 사건과 미 대선 개입 의혹에 대해 러시아에 제재 조치를 가했다.

미국은 이외 올해 5월 송유관 업체 콜로니얼 파이프라인, 세계 최대정육업체 JBS에 대한 사이버 공격의 배후에는 러시아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러시아는 미국의 이러한 주장에 선을 긋고 미국이 러시아를 비판하는 조직과 언론에 자금을 지원하고 있다고 맞대응하고 있는 상황이다.

다만 양국 모두 이번 회담에 있어 수위 조절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미국의 경우, 자국의 최고 견제국으로 중국을 꼽고 있는 상태로, 중국과 함께 러시아까지 상대하기에는 버거울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아울러 양국이 1987년 체결했던 중거리핵전력조약을 2019년 폐기하고 34개 회원국 간 자유로운 비무장 공중 정찰 비행을 허용한 오픈스카이(항공자유화) 협정도 함께 탈퇴했지만 군비통제 논의를 이어가는 데 있어 문이 열려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양국 정상은 올해 2월 양국 핵 감축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뉴스타트)을 5년 더 연장하는 데 합의했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