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해협 건너다 실종된 아기 1000km 떨어진 곳에서 시신으로 발견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8일 23시 0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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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족과 함께 영국해협을 건너던 중 전복사고로 실종된 생후 15개월 이란 쿠르드족 아기가 사고 발생지점에서 1000㎞ 떨어진 곳에서 주검으로 발견됐다.

7일 BBC방송 등에 따르면 노르웨이 경찰은 올 1월 1일 노르웨이 남서부 카르뭬이섬 해변에서 발견된 남자 아기 시신이 쿠르드계 이란인 아르틴 이라네저드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노르웨이 정부는 아이의 시신을 이란으로 송환할 예정이다.

이라크 국경 인근인 이란 서부 사르다슈트 출신인 아르틴 가족은 지난해 10월 27일 프랑스 북부에서 영국으로 가기 위해 소형 보트에 올랐다. 이 가족은 영국해협을 건너던 도중 보트가 전복되며 모두 사망했다. 사고 직후 아르틴의 부모와 9살 누나, 6살 된 형의 시신은 발견돼 수습됐지만 아르틴의 시신은 찾지 못했다. 그러다 사고 발생 5개월이 지나 1000㎞ 떨어진 노르웨이 해변에서 발견된 것이다. 노르웨이 경찰은 아기의 옷가지 등을 확인해 노르웨이 출신이 아니라고 결론지었고 유전자 검사 등을 통해 아르틴임을 최종 확인했다.

아르틴의 가족은 극심한 생활고로 지난해 전 재산을 팔아 밀입국 업자에게 돈을 주고 터키, 이탈리아, 프랑스를 거쳐 영국해협을 건너려 한 것으로 전해진다. BBC는 가족이 보트에 오르기 전 아르틴의 엄마인 무함마드 파나히가 쓴 것으로 추정되는 문자를 소개했다. 그는 문자에서 밀입국이 위험하다는 것을 인정하면서도 “선택의 여지가 없다”고 썼다. 그는 또 다른 문자에서 “난 수천 가지 슬픔을 가슴에 가지고 있다. 이제 이란을 떠나 과거를 잊고 싶다”고도 썼다.

노르웨이 경찰을 통해 아르틴의 시신을 확인한 둘째 이모 니하얏은 이날 BBC에 “기쁘면서도 슬프다. 아이의 주검을 찾은 것은 기쁘지만 아이가 우리의 곁을 영원히 떠났다고 생각하니 슬프다”고 말했다.

BBC는 터키, 이라크, 이란, 아르메니아 국경을 가로지르는 산악 지역에 2500만~3500만 명에 이르는 쿠르드족이 살고 있으며, 이들이 정치적 박해와 가난을 피해 매년 수천 명 씩 목숨을 걸고 유럽으로 밀입국하고 있다고 전했다.

구가인 기자 comedy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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