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이 있는 장례식장 ‘흔적 갤러리’

이종승기자 입력 2021-06-07 15:41수정 2021-06-07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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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 ‘흔적 갤러리’
예술 대중화-지역 작가 발굴 견인차
부산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의 ‘흔적 갤러리’ 모습. 국내 최초로 장례식장에 생긴 이 갤러리는 예술의 대중화를 목표로 한다. 김연하 교수 제공
죽음과 그림. 언뜻 어울리지 않을 것 같지만 예술의 그윽함과 추모의 마음은 통하는 데가 있다. 그런 조합을 현실로 옮겨놓은 곳이 있다. 부산 해운대구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의 ‘흔적 갤러리’다. 지난해 10월 리모델링을 거쳐 개장한 이 장례식장의 로비에 문을 열었다.

이달 5일 찾은 흔적 갤러리에는 이응노 화백의 회화 ‘대전교도소’, 김병종 화백의 ‘생명의 노래-숲에서’를 비롯해 조방원 장덕 김영기 같은 유명 화가의 작품이 전시 중이었다. 메이지유신 이후 일본 왕실의 장례의식을 묘사한 판화도 걸려 있었다. 현재 55점이 전시되는데 3개월에 한 번꼴로 작품을 교체한다. 전시공간을 찾지 못한 부산 지역 작가나 이 장례식장에 빈소가 차려진 고인 등의 작품도 전시할 예정이다.

흔적 갤러리에서 전시 중인 이응노 화백의 작품 ‘대전교도소’. 김연하 교수 제공
이 작품들은 흔적 갤러리의 산파역을 했고 현재 운영을 맡은 김연하 백석예술대 디자인미술학부 교수(시각디자인 전공)의 소장품이다. 김 교수는 “대중이 문화예술을 쉽게 받아들이려면 어디서든 예술작품을 접할 수 있어야 한다는 생각에서 장례식장 갤러리가 만들어졌다”며 “‘쉬운 예술’을 전파하기 위한 첨병 역할을 하는 이런 갤러리를 계속 만들겠다”고 말했다.

쉬운 예술을 더 잘 보급하기 위해 김 교수는 강성규 미래정공 회장, 이 장례식장을 위탁 운영하는 ㈜부산시민장례식장의 문병기 창업주 등과 ‘부울경 옥션’을 설립했다. 부산지역 기업을 대상으로 그림을 대여하고 매매를 중계해 예술의 대중화에 힘쓴다는 취지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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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해운대백병원 장례식장 ‘흔적 갤러리’ 운영을 맡고 있는 김연하 백석예술대 교수는 자신의 소장품 2백여 점을 갤러리에 내놔 ‘쉬운 예술’을 위한 마중물로 활용하고 있다. 김연하 교수 제공
이를 위해 갤러리의 매매 수수료를 10%로 책정해 작품 가격을 낮춰 예술 대중화를 확산시키겠다는 계획이다. 그동안 화랑 수수료가 작품 가격의 40~60% 반영돼 가격 상승을 부추긴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다.

김 교수는 “수수료를 낮춰 작품 가격이 호당 5만~10만 원에 형성되면 대중화에 기여할 것”이라며 “전문 큐레이터를 영입해 수준 높은 작품들을 전시하면 유명 컬렉터들이 관심을 갖게 돼 예술 대중화에 한 걸음 더 다가서게 될 것 같다”고 말했다.

흔적 갤러리와 부울경 옥션은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한국 동양화의 생명력을 회복하는 데도 힘을 쏟을 방침이다. 또 부산지역 상공인들과 협력해 전시 공간 마련, 지역 작가 발굴, 판로 다양화에도 나설 예정이다.

부산=이종승기자 urisesa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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