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친문 반발에도 ‘조국 사과’ 감행한 이유는…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6월 2일 17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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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가르치려고 오만하게 굴어서는 안된다”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대표가 2일 ‘조국 사태’ 등에 대해 5400자 분량의 반성문을 내놓고 공개 사과한 가장 큰 이유는 차기 대선에 대한 절박감이다. 대선을 9개월 가량 앞두고 좀처럼 집권 여당을 향한 싸늘한 민심이 회복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송 대표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 외에도 성추문, 부동산 등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문제를 모두 언급했다.

동시에 송 대표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을 정면으로 조준했다. 현재 야권의 가장 강력한 주자로 꼽히는 윤 전 총장을 겨냥해 여권 내부의 갈등을 덮고, 지지층 결집에 나서겠다는 의도다.

● 친문 반발에도 ‘조국 사과’ 감행한 宋
송 대표는 이날 사과문에서 “조 전 장관 자녀의 입시 관련 논란으로 많은 국민에게 실망을 드렸다”고 사과했다. 전날 출간된 조 전 장관의 저서 제목 ‘조국의 시간’을 의식한 듯 사과문의 첫 문장부터 “이제부터 국민의 시간”이라고 못 박기도 했다.

조 전 장관 문제에 대한 공개 사과 여부를 두고 당내에서 격론이 일었지만 결국 송 대표는 사과를 택했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전날 비공개 최고위원회의에서 ‘조 전 장관과 박원순 전 서울시장 문제를 넘어서지 못하면 내년 대선은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왜 당이 사과해야 하느냐는 반발도 있었지만 송 대표가 법률적인 문제와 자녀 입시 문제는 분리해서 보자고 설득해 사전 조율이 이뤄졌다”고 했다.

이날 공개 사과로 ‘조국 사태’를 봉합하고 이제 본격적인 대선 체제로 전환하겠다는 것이 송 대표의 구상이다. 송 대표 측 인사는 “당 대표가 나서 사과했으니 이제 여권 대선 주자들이 ‘조국 사태’에서 한결 자유로워진 측면도 있다”고 했다.

송 대표가 “조 전 장관 가족에 대한 검찰 수사의 기준은 윤 전 검찰총장의 가족 비리와 검찰가족의 비리에 대해서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것”이라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한 여당 의원은 “친문 진영과 지지자들에게 ‘이제 더 이상 조 전 장관 문제로 우리끼리 싸우지 말고 야권 대선 주자인 윤 전 총장과 싸우기 위해 뭉치자’는 메시지”라며 “내부 갈등을 덮는 가장 좋은 방법은 외부의 적을 만드는 것”이라고 했다. 친문 진영들도 이런 송 대표의 전략에 따라 윤 전 총장을 향한 공세 수위를 끌어올리기 시작했다.

그러나 일부 강성 지지층은 당원 게시판에서 “송 대표는 사퇴하고 탈당하라”며 사과에 강하게 반발했다. 김한정 의원도 페이스북을 통해 “당까지 나서 부관참시도 아니고 밟고 또 밟아야 하겠나”라고 성토했다.

● ‘상위 2%’ 종부세 개정안도 밀어 붙일 듯
이날 당 대표 취임 한 달을 맞은 송 대표는 ‘조국 사태’에 대한 사과를 기점으로 당 쇄신 및 정책 방향 전환에 더 속도를 낸다는 방침이다. 이날 송 대표는 사과문에서 “1가구 1주택자 양도세,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조정문제는 정책 의원총회를 통해 최종적으로 결론을 내겠다”고 했다. 또 친문 진영이 ‘부자감세’라며 종부세 개편안에 반대하는 것에 대해서는 “서울에 아파트를 가진 시민 25%가 종부세 부여 대상으로 100만 명이 넘는다. 이를 부자감세라고 비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했다. 이에 따라 송 대표가 주택가격 상위 2% 가구에만 종부세를 부과하는 개정안을 다시 한 번 밀어붙일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자칫 종부세 개편안을 재논의 하는 과정에서 조 전 장관 사과 등으로 쌓인 친문 진영의 불만이 표출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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