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유튜브만 믿어”…돈벌이 된 ‘한강 대학생 사망’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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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31일 14시 2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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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한강에서 실종돼 숨진 고 손정민씨 사건을 두고 경찰 수사 결과를 불신하며 유튜브만 믿는다고 말하는 한 시민의 모습이 담겼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2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한강에서 실종돼 숨진 고 손정민씨 사건을 두고 경찰 수사 결과를 불신하며 유튜브만 믿는다고 말하는 한 시민의 모습이 담겼다. (SBS 그것이 알고싶다 방송 화면 갈무리) © 뉴스1
서울 한강반포공원에서 실종돼 숨진 고 손정민씨 사건을 놓고 일부 유튜버들이 혼란을 부추기며 수익을 거뒀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각종 사건·사고 소식을 먼저 끌고 가기 위한 경쟁, 이른바 ‘사이버 렉카’라 불리는 현상이 이번 사건의 의혹을 증폭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조작 영상, 가짜뉴스를 퍼트리며 조회수를 올린 유튜버들도 있다. 이들의 수익 규모는 최대 3800만원대로 알려졌다.

◇영상 조작·가짜뉴스로 돈벌이 나선 유튜버들

손정민씨 사건은 한강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앞날이 유망한 의대생이 갑작스럽게 숨졌다는 점에서 국민적 공분과 안타까움을 일으켰다. 손씨의 죽음이 석연치 않은 점을 놓고 다양한 의혹이 불거지기도 했다. 하지만 유튜브를 중심으로 사실과 해석이 뒤엉킨 과도한 추측성 내용들이 퍼지면서 혼란을 부추겼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유튜버들은 영상을 조작하거나 과잉 해석으로 조회수를 올렸다. 언론을 통해 공개된 CCTV를 재가공해 의혹을 제기하는 식이다. 손씨를 친구 A씨가 업고 이동했다는 의혹, A씨가 손씨를 주사기로 찔렀다는 의혹이 이런 식으로 확산됐다. 지난 29일 방송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 의혹과 기억과 소문-한강 실종 대학생 죽음의 비밀’에서는 이 같은 의혹을 제기한 유튜버 영상을 영상 분석 전문가들과 함께 검증해 조작된 정황을 확인했다.

친구 A씨가 손씨를 두고 홀로 귀가하면서 라텍스 장갑을 끼고 있었다는 의혹을 제기한 영상은 CCTV 원본 영상의 밝기를 조작한 것으로 분석됐다. 원본 영상에서는 A씨 손이 피부색과 유사한데 인위적으로 영상 밝기를 보정해 라텍스 장갑을 낀 것처럼 조작했다는 얘기다.

이 같은 방식으로 가짜뉴스를 퍼트리면서 일부 유튜버들은 수익을 올렸다. 주목 경쟁을 통해 쉽게 돈이 벌리고, 자극적으로 사건을 정리해 읊는 것만으로도 ‘가성비’ 높은 방식으로 조회수를 뽑을 수 있기 때문에 ‘사이버 렉카’형 콘텐츠들이 난립하고 있는 모습이다.

손씨 사건이 발생한 한 달 사이 일부 유튜버는 약 3800만원의 수익을 거둔 것으로 추정된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유튜브 통계분석 사이트 ‘녹스인플루언서’와 ‘플레이 보드’를 이용해 손씨 사건 영상을 올린 유튜브 계정 6개를 분석한 결과, 한 달간 744만원~3809만원의 수익을 올렸을 거라는 추정치가 나왔다. 광고 단가 등에 따라 달라지는 유튜브 실제 수익과는 다를 수 있지만, 타인의 죽음을 이용한 자극적인 콘텐츠가 얼마나 돈이 되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확증편향 낳는 알고리즘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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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 알고리즘은 이 같은 사이버 렉카 경쟁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받는다. 유튜브 측은 구체적인 알고리즘 작동 방식에 대해 언급하고 있지 않지만, 이용자 체류 시간을 늘리는 데 초점을 맞춘 것으로 알려졌다. 닐 모한 유튜브 최고 상품 담당자(CPO)는 2019년 3월 뉴욕타임스(NYT) 인터뷰에서 “유튜브 이용자 시청 기간 중 70%는 추천 알고리즘에 의한 결과이며, 알고리즘 도입으로 총 비디오 시청 시간이 20배 이상 증가했다”고 밝혔다.

유튜브 엔지니어 출신 기욤 샬로는 넷플릭스의 다큐멘터리 ‘소셜 딜레마’를 통해 “추천 영역에서 내가 작업한 알고리즘의 사회의 분극화를 더 심하게 만들고 있다”며 “분극화는 사람들을 잡아 두는 데 매우 효과적이고 알고리즘은 사람들의 시선을 끌 만한 것을 추천하는 게 우선이다”고 주장했다.

손씨 사건에서도 이 같은 유튜브 알고리즘이 사람들을 확증편향에 빠트리는 모습이 나타났다. 시선을 끄는 자극적인 정보만 이용자에게 도달해 편향된 정보에 갇혀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고 믿고 싶은 것만 믿게 되는 셈이다. 이 과정에서 손씨 사건에 대한 가짜뉴스가 유통·확산되면서 사회 혼란을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9일 방영된 SBS ‘그것이 알고싶다’에서는 경찰 수사 결과를 불신하며 유튜브를 맹신하는 한 시민의 모습이 담겼다. 손씨를 애도하는 시민들 가운데 일부는 “우리는 유튜브만 믿어! 유튜브가 진실이야!”, “유튜브에 나왔잖아요. CCTV에 나왔어요”라고 말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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