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13년 만에 새 총리 맞나…네타냐후 실권 위기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31일 09시 5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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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야당의 연립정부 구성 가능성이 커지면서 베냐민 네타냐후(71) 총리가 실권 위기에 놓였다고 31일 AFP 통신이 보도했다.

지난 4일로 네타냐후 총리가 연정 구성에 실패하자 루벤 리블린 대통령은 중도 야당 예시 아티드를 이끄는 야이르 라피드(57)에게 4주간의 정부 구성 권한을 줬다. 마감 시한인 내달 2일까지 라피드가 연정을 구성하게 되면 이스라엘은 13년 만에 새 총리를 맞게 될 전망이다.

보도에 따르면 이스라엘 민족주의 정당 야미나당 대표 나프탈리 베넷(49)은 30일(현지시간) 네타냐후 총리의 최장기 집권을 끝낼 연정에 참여하겠다고 밝혔다. 야미나당의 의석수는 7석이지만 베넷은 ‘킹메이커’로 불릴 만큼 영향력 있는 인물로, 라피드의 연정 구성 성공 여부는 사실상 베넷의 참여 여부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오던 터다. 라피드와 베넷이 교대로 총리직을 맡는 안이 거론되고 있다.

지난 21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가자지구 무장 정파 하마스가 휴전에 들어가면서 반(反) 네타냐후 진영의 연정 구성 논의에 탄력이 붙었다.

현재 정부 구성 권한을 갖고 있는 라피드는 TV 앵커 출신으로, 그가 이끄는 예시 아티드가 총선에서 17석을 차지하며 두 번째로 많은 표를 얻었다. 라피드는 베넷에게 임기 전반부 총리를 맡는 안을 제시했고, 이스라엘 언론은 라피드-베넷 정부를 두고 ‘변화를 위한 동맹’이라고 칭해왔다. 라피드-베넷 내각이 구성되려면 의회 과반을 얻기 위해 아랍계 의원들의 후원이 필요한데, 최근 아랍계와 유대계 충돌로 연정이 불가능할 것이라고 점쳐오던 베넷이 결국 마음을 굳힌 것이다.

최근 이·팔 충돌이 격화하면서 라피드-베넷 내각이 아랍계 지지를 받기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우세했지만, 휴전 이후 달라지는 분위기다. 가일 탈시르 헤브루대 정치학 교수는 “이스라엘은 그 어느 때보다 변화의 동맹에 가까워졌다”며 “네타냐후 총리는 절망적인 입장에 처해 있다”고 말했다.

네타냐후 총리는 현재 사기와 뇌물수수, 배임 혐의를 받고 있다. 총리 자신은 혐의를 부인하고 있지만, 2년간 선거를 4번이나 치르며 정치적 혼란을 야기한 상황에서 불리한 요건이 되고 있다. 3월 28일 4번째 총선에서 네타냐후의 리쿠드당이 가장 많은 30석을 차지했지만, 과반을 얻지 못한 상태에서 연정 구성에도 실패해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우파 네타냐후 총리는 좌파 연정이 들어서면 국가안보에 위험하다면서 과거 동지였던 베넷과, 강경파 새희망당의 기드온 사르에게 권력 분담까지 제안하며 야당의 연정 구성을 막으려 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그러나 베넷은 “라피드와 국민통합정부를 구성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고, 사르도 “네타냐후 정권을 교체하겠다”고 밝혔다.

라피드 정부가 들어서려면 다음 달 2일까지 의회 120석 중 61석을 확보해야 한다. 네타냐후의 경쟁자 베니 갠츠가 이끄는 중도 성향 청백당부터, 사르의 새희망당, 노동당과 이스라엘 베이트누당, 온건파 메렛츠당까지 모두 아우를 전망이다.

다만 이 같은 거국 내각이 의회에서 승인되려면 팔레스타인 출신인 아랍계 의원들의 지지가 필요하다는 점은 여전히 과제다. 이스라엘에서 아랍계 인구는 21%인데, 아직도 일부 우파 의원들은 이들과의 파트너십에 반대하고 있다. 아랍계 정치인들 역시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관할 지역인 요르단강 서안(웨스트뱅크)내 이스라엘 정착촌 확대를 추진하는 베넷 측과의 연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라피드의 야당 마저 연정 구성에 실패하면 의회는 리블린 대통령에게 새로운 총리 지명을 요구할 수 있다고 AFP는 전망했다. 다만 네타냐후 총리에 이어 라피드까지 정부 구성이 무산될 경우 이스라엘은 올 가을 총선을 다시 열어 2년 만에 5번이나 선거를 치르는 대혼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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