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문턱 낮춘 오세훈…정부 공공주도와 충돌 우려

황재성 기자 입력 2021-05-27 12:31수정 2021-05-27 13: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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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서울시장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정책 갈등이 본격화할 조짐이다.

서울시가 어제(26일) ‘재개발 활성화를 위한 6대 규제완화 방안’을 발표해 국토부와의 정책 경쟁을 예고한 데 이어 오늘(27일)도 국민의힘 의원들과 함께 공시가격 수정을 요구하는 ‘부동산시장 정상화를 위한 정책간담회’를 갖기로 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국토부에 대한 서울시의 압박 수위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며 “대선 국면이 시작되는 하반기에 접어들면 양측 갈등의 골은 더 깊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 2·4대책 속도 낸다 vs 재개발·재건축 규제 푼다
서울시는 26일 2025년까지 주택 24만 채 공급을 위해 재개발·재건축 활성화를 추진하며, 우선 재개발 관련 6대 규제를 완화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국토부가 사전 예고한 ‘2·4대책’ 후보지 공개시점(26일 오전 11시)보다 1시간 앞선 오전 10시에 이뤄진 발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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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획에 따르면 서울시는 앞으로 5년 간 재개발 규제 완화를 통해 13만 채를 공급한다. 여기에는 기존에 세웠던 6만 채(만간재개발 3만 채+공공재개발 3만 채)가 포함돼 있다. 즉 7만 채 물량을 추가로 확보해야 하는 셈이다.

서울시내 재개발 사업 대상지가 한정돼 있는 점을 감안할 때 국토부가 추진하는 ‘2·4대책’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오세훈 서울시장도 (이번 대책 발표로 국토부가 추진하는) 공공재개발이 위축되는 것 아니냐는 질문에 “어차피 선택은 민간에서 이뤄지는 것”이라며 국토부와의 충돌 가능성을 인정했다.

국토부는 공식적으로 양측이 정책 충돌을 벌이고 있다는 분석에 부담스러워하는 모양새다. 김영한 국토부 주택정책관은 어제 진행된 ‘2·4대책’ 후보지 공개 이후 진행된 일문일답에서 “서울시가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은 아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속내는 좀 복잡해 보인다. 윤성원 국토교통부 1차관이 오늘(27일)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열린 ‘헤럴드 부동산포럼 2021’에 참석해 축사를 통해 “정부는 앞으로도 최대한 많은 (2·4대책) 후보지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안정적인 공급을 뒷받침하겠다”며 밝힌 것이다.

윤 차관은 “민간 주도의 정비사업과 공공 주도의 공급사업을 조화롭게 추진해 도심 내 주택 공급 문제를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겠다”는 말을 덧붙였지만 방점은 ‘2·4대책 후보지의 선제적 확보’에 맞춰져 있었다. 이후 적잖은 시간을 할애해 2·4대책 의미와 장점 설명한 게 이를 반증한다. 윤 차관은 또 2·4 대책에 대해 “기존 정비사업의 부작용과 한계를 뛰어넘는 새로운 주택 공급 정책”이라고 치켜세우기도 했다.

● 도심 재개발, 공공이 주도 vs 공공은 조력자
국토부 제공
서울시가 재개발 규제 완화 방안 가운데 하나로 도입하기로 한 ‘공공기획’이 정부가 추진해온 공공재개발도 유사하다는 점도 양측의 경쟁과 충돌 가능성을 예상하게 한다.

매년 재개발구역 지정을 공모하고, 공공이 사업기획을 하거나 주택 분양권리가 결정되는 권리산정기준시점을 공모일로 정한다는 점 등에서 양측은 유사하다. 재개발사업에 대한 공공성 강화를 요구하고, 강력한 투기방지 대책 등을 사전에 확보하는 점도 닮았다.

하지만 결정적인 차이가 있다. 국토부의 공공재개발은 정부가 직접 시행사로 참여하며 사업을 주도한다. 반면 서울시의 공공기획은 서울시가 인허가 과정에 적극 개입해 절차를 간소화하는 방식이다. 즉 서울시가 사업을 이끌기보다는 조력자 역할에 머무는 것이다.

공공성 확대를 위한 실행 방안도 다르다. 국토부는 사업 개발에 따른 수익을 공공에 돌리기 위해 공공임대아파트 등 공공시설을 늘리고 이를 사업지역 지방자치단체 등에 기부 채납하게 한다. 반면 서울시는 재개발 사업을 통해 만들어진 주민공동시설을 공공에 개방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 공시가격 수정, 절대 안된다 vs 반드시 필요하다
공시가격에 대해서도 국토부와 서울시의 입장은 상충된다.

국토부는 정책 일관성을 강조하면서 공시가 현실화 작업을 계획대로 추진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노형욱 국토부 장관은 후보자로 이달 초 인사청문회를 받는 자리에서 “공시가격 현실화 계획을 안정적으로 추진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노 장관은 이어 “올해 공시가 변동성이 커 보유세 부담을 우려하는 시각이 있는 만큼 보유세나 복지제도에 대한 영향을 살피고 필요하면 관계부처와 관련 제도를 보완하는 방안도 논의하겠다”며 세제 부담 완화 등으로 정책을 보완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반면 오 시장은 기회가 생길 때마다 공시가격 제도 수정을 요구하고 있다.

지난달 13일 문재인 대통령이 주재하고 화상으로 진행된 국무회의에 처음으로 참석한 자리에서도 “부동산 공시가격 상승에 따라 급격히 증가하는 국민들의 부담을 경감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령의 개정과 국토부의 제도 개선 등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오늘(27일) 오후 서울시청에서 진행될 국민의힘 의원들 초청 부동산정책 간담회에서도 이런 주장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이날 간담회에서는 국민의힘의 싱크탱크인 ‘여의도연구소’에서 공시가격 상승에 따른 문제점과 바람직한 정책 방향에 대한 주제 발표를 한다. 구체적인 정책 대안까지 제시될 수 있다는 뜻이다.

황재성 기자 jsonh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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