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짜 토사물 만들어 돈 뜯어낸 택시기사 구속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5일 22시 12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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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객한테 맞아서 합의금을 받은 적이 있었어요. 그때부터 이거 돈 되겠구나 싶었습니다.”

지난해 11월 서울 노원구에서 한 택시기사가 술에 취한 승객과 시비가 붙었다는 112신고가 접수됐다. 사건을 조사한 경찰들은 택시의 블랙박스 영상에 묘한 장면을 확인했다. 택시기사는 승객이 잠든 걸 확인한 뒤 택시를 세워두고 근처 편의점에 가는 모습이었다. 편의점에선 즉석 죽과 고추참치 등을 구입했다고 한다.

수상한 낌새를 눈치 챈 경찰은 계좌 거래 내용과 택시 운행 기록 등을 토대로 피해자를 확인하기 시작했다. 증거를 바탕으로 추궁했더니 그제야 택시기사는 “내가 토사물처럼 꾸며 놓고 돈을 받아내려 했다”고 털어놨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60대 택시기사 A 씨를 공갈 혐의로 구속 수감했다”고 25일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 씨는 2019년 2월부터 승객이 차에서 구토하고 자신을 폭행한 것처럼 속여 22명에게서 약 1290만 원을 갈취한 혐의다.

A 씨는 주로 유흥가를 돌며 만취 승객을 태운 뒤 범행을 저질러왔다. 부서진 안경을 준비해 “얼굴을 때리는 바람에 부서졌다”고 속이기도 했다. 때로 블랙박스 확인을 요구하면 “그냥 달아둔 거라 녹화되지 않는다”고 핑계를 댔다고 한다. 경찰 관계자는 “처음엔 A 씨가 극구 부인했지만 블랙박스 영상 등을 보여주자 혐의를 인정했다”고 전했다.

김수현기자 news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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