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뿐인 아들 잃은 아버지의 절규…“은석교 익사사건 재조사 해야”

뉴스1 입력 2021-05-25 15:36수정 2021-05-25 1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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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전주천에서 발생한 사고로 20대 아들을 잃은 박모씨가 2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하나뿐인 아들의 진실을 물 속에 가둘 수 없습니다. 제가 이 자리에서 죽더라도 물러설 수 없습니다.”

지난해 8월 전북 전주시 전주천에서 익사한 20대 청년의 아버지 박제원씨(57)가 하천관리 담당자들에 대한 재수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경찰이 전주시 하천공무원과 공사관계자를 상대로 내린 ‘무혐의 결정’은 조작된 사실을 기반으로 한 만큼,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들 박강희씨(23)는 지난해 여름 전주시 색장동 전주천에 피서를 갔다가 변을 당했다. 무릎에도 안 닿던 수심이 하천 중간의 한 부분에서 갑자기 2.5m로 깊어진 탓이었다. 가설교 공사로 하천 바닥이 깊게 패이면서 생긴 물웅덩이었다.

아들이 숨진 뒤 박씨는 “만약 행정기관에서 하천 상태를 점검했더라면 아들을 살릴 수 있었다”면서 “하천담당 공무원의 행동은 단순한 직무 태만이 아닌 업무상 과실치사에 해당되는 수준이다”며 엄벌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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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최근 경찰은 전주시 하천공무원과 공사관계자에게 ‘무혐의 결정’을 내렸다.

이에 아버지 박씨는 25일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경찰이 수사해 기소 송치한 사건이 검찰의 보완수사요구서에 의해 무혐의 종결됐다”며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어 이의신청을 했으니 꼭 재수사해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울분을 토했다.

그러면서 “경찰은 올해부터 수사종결권을 갖고 독립적 수사를 한다고 한다”며 “그런데 검사가 보완수사요구서를 보냈다고해서 죄가 있다는 기존의 경찰 판단을 바꿔 무혐의로 할 수 있느냐”고 따져물었다.

이날 박씨는 이 사건이 갑작스럽게 무혐의로 바뀌어 종결된데에는 석연하지 않은 점이 한 두가지가 아니라고 주장했다.

박씨에 따르면 경찰은 지난해 12월30일 사고가 발생한 전주~새만금 고속도로 7공구 현장 소장과, 새만금 전주건설사업단 7공구 감독을 기소의견으로 전주지검에 송치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후 1월29일 검찰 측으로부터 ‘보완수사요구서’를 받고 난 뒤 3월10일 모든 피의자에게 죄가 없다고 판단, 갑작스럽게 수사를 종결했다.

지난해 전주천에서 발생한 사고로 20대 아들을 잃은 박모씨가 25일 전북 전주시 전북경찰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5.25/뉴스1 © News1
박씨는 “경찰 수사보고서를 보면 당시 공사관계자들은 공사장 하천에 안전표지판이나 펜스 등을 설치하지 않았고, 가설교 설치 당시 하천에 웅덩이가 생기게 한 점이 모두 인정된다고 돼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박씨가 공개한 경찰의 불송치결정서 내용에는 ‘현장 관계자가 공사현장이어서 위험해 물놀이를 하면 안되니 다른 장소로 이동하라고 주의를 줬고, 피해자가 술에 취해 물놀이를 하다 익사했기 때문에 공무원이든 공사관계자든 모두 죄가 없다’고 무혐의 이유가 설명돼 있다.

박씨는 이처럼 무혐의 이유로 제시된 내용이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현장에 있던 박씨 아들의 친구들은 하천에서 물놀이를 하지 마라는 주의를 들은적이 없다고 진술했기 때문이다.

박씨는 또 이들이 술을 마신 것은 사실이지만, 5시간 동안 소비한 술이 1인당 1.5병 정도(경찰 추정)였고 당시 상황을 구체적으로 묘사해 진술할 정도로 의식이 분명했기 때문에 술에 취해 익사했다는 말은 신빙성 있는 객관적 증거로 작용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같은 불송치결정서 내용은 검찰의 보완수사 요구사항의 내용과 상당부분 일치하는 모습이다.

검찰 보완수사 요구서에는 ‘피해자와 친구들이 술에 취해 다시 사고 장소로 와서 수심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공사관계자의 주의를 무시하고 물놀이를 하다가 부주의로 익사하게 된 것으로 보인다. 또 하천에 웅덩이가 생겼지만 공사업체가 공정상 원상복구를 하지 않을 수 있기 때문에 과실이 있다고 단정할 수 없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박씨는 “공무원이나 공사관계자들이 하천 안전관리를 일년 넘게 하지 않아 국민 누구라도 잘못될 수 있었던 사건”이라며 “대법원판례를 보면 설령 피해자가 일부 부주의한 행위를 했어도 오랫동안 안전관리업무에 소홀했다면 모두 유죄로 판단하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하천점용허가관리와 일일업무일지를 조작해 국민을 속이고 사람을 죽게 했는데도 이 정도 과실이 하찮아 죄가 없고 제 아들만 잘못이라면 이것이 바로 유전무죄, 무전유죄가 아니겠느냐”고 덧붙였다.

한편 박씨는 지난 20일 전주완산경찰서에 무혐의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냈다. 아울러 국민청원을 올려 자신의 억울함을 풀어달라고 간청하고 있다.

(전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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