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수사’ 시작부터 막나…박범계, 檢형사부 6대범죄 수사금지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24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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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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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찰 형사부에서 부패범죄 등 ‘6대 범죄’ 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고 반부패수사부 등 직접 수사 부서를 통폐합한다는 법무부의 검찰청 조직개편안은 검찰의 정권 수사 역량을 축소하는 것이 핵심으로 보인다. 3월 윤석열 전 검찰총장의 중도 사퇴로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에 제동이 걸렸던 여권이 법안이 아닌 법무부의 조직개편안을 통해 검찰의 직접 수사권 무력화에 나선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올해부터 시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에 따라 검찰의 직접 수사 분야로 한정된 부패, 공직자, 경제, 선거, 대형 참사, 방위사업 등 6대 범죄는 대부분 권력형 비리 의혹과 연결돼 있다. 정권 실세나 고위공직자들의 금품수수나 직권남용 비리를 수사하는 것이어서 과거 정권들이 임기 말 검찰 수사를 받고 ‘레임덕(임기 말 권력누수 현상)’에 빠져드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여권이 윤 전 총장 사퇴 직전까지 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을 목표로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신설을 추진했던 것도 검찰의 6대 범죄 직접 수사가 임기 말 문재인 정부에 잠재적 위협이 된다고 봤기 때문이라는 시각이 있다.




법무부가 일선 지검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를 제한하려는 것 또한 검찰 수사로부터 정권의 안전을 지키는 데 형사부의 직접 수사가 걸림돌이 된다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검찰의 직접 수사권을 당장 없애지 못하는 상황에서 형사부의 6대 범죄 수사를 금지하고 반부패수사부와 강력범죄형사부 등 이른바 인지부서를 통폐합할 경우 검찰 수사력을 현저히 약화시킬 수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이 있다.

여권으로선 검찰 조직 전체가 극력 반발하고 국가적 논란이 불가피한 검찰 수사권 완전 폐지 같은 무리수를 피하면서도 검찰의 수사권은 크게 제약할 수 있는 이점이 있는 것이다.




실제로 최근 형사부에서는 청와대를 향하고 있는 여러 건의 수사를 벌여 여권을 긴장시키고 있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김 전 차관 사건 관련 청와대 기획사정 의혹, 월성 원전 1호기 조기 폐쇄 의혹 수사가 모두 수원지검과 서울중앙지검, 대전지검 형사부에서 각각 이뤄지고 있다. 과거 ‘특수부’로 불렸던 반부패수사부에서 권력형 비리 의혹 수사를 전담했던 것과 달리 최근에는 지검 형사부들이 청와대 비서실 등 정권의 핵심을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법무부의 검찰청 조직개편안은 검사들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법 개정 사항이 아니기 때문에 여권의 의도대로 실행될 가능성이 크다. 이 경우 법을 개정하지 않고도 검찰의 직접 수사를 상당부분 금지시키는 효과를 낼 수 있다. 여기에 더해 여권이 일정 시간이 지난 뒤 검찰 수사권을 완전 박탈하는 법 개정을 다시 추진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당장의 정권 수사는 검찰청 조직개편안을 통해 일단 급한 불을 끄고 중장기적으로 검찰의 손발을 완전히 묶는 중대범죄수사청 신설 카드를 다시 꺼낼 수 있다는 것이다.

검찰개혁 마무리 투수를 자임하고 있는 박범계 법무부 장관이 검찰을 향한 선전포고에 나서면서 추미애 전 장관에 이은 ‘검찰개혁 시즌2’의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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