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동맹’ 선언한 韓·美 정상…중국 전기차 견제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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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22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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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미국 조지아주 제1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SK이노베이션 제공) © 뉴스1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이 산업 분야로 확산되는 가운데 한국과 미국 정상이 ‘전기차 배터리 동맹’을 선언하고 협력 강화를 약속했다. 세계 최대 전기차·배터리 시장을 보유한 중국에 주도권을 내주지 않겠다는 한·미 양국의 이해가 맞아떨어진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백악관 정상회담 직후 기자회견에서 “(양국은) 반도체와 전기차 배터리, 의약품 등 첨단 제조 분야의 안정적인 공급망 구축을 위해 긴밀히 협력해 나가기로 했다”고 밝혔다.

정상회담 전날인 지난 20일에는 SK이노베이션과 포드가 전기차용 배터리 생산을 위한 합작법인을 설립하고, 총 6조원을 투자해 배터리 생산 시설을 건설하기로 했다.

이미 미국의 완성차 업체인 GM과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 합작법인을 설립해 미국 오하이오·테네시주에 공장을 건설 중이다. 여기에 포드와 SK이노베이션도 배터리 생산을 합작하기로 하면서 양국의 ‘완성차(미국)-배터리(한국)’ 협력 구도가 완성됐다.

이번 배터리 협력 확대는 전기차 시장의 강자로 떠오르는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차원이라는 해석이 많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2월 반도체·배터리·희토류·의약품 등 4대 품목에 대한 공급망 취약점을 검토하라는 행정명령을 내린 바 있다. 이들 핵심 품목에 대해 중국에 의존하지 않는 공급망을 구축하라는 취지다.

하지만 배터리 분야의 경우 미국 내 생산량이 부족하다는 문제가 있다. 대규모 전기차 보급 공약을 내세운 바이든 정부는 앞으로 막대한 숫자의 배터리가 필요한데, 자국 기업 중에선 전기차 배터리를 생산하는 기업이 없어 해외 기업으로부터 조달해야 하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10위권 내 배터리 기업은 모두 한·중·일 기업이다. 하지만 미국 입장에선 외교적 갈등을 겪고 있는 중국 기업을 선택할 순 없고, 전통적 우방인 일본의 파나소닉은 테슬라·도요타에 공급하는 배터리만으로도 벅차 미국 내 외형 확대에 적극적이지 않다. 결국 앞선 배터리 기술이 있고 대량 생산 체제를 갖출 수 있으면서도 외교적으로도 우방인 한국이 유일한 대안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한국 입장에서도 미국과 손을 잡는 게 필요했다. 전세계 전기차 3대 시장 중 하나인 중국은 CATL 등 자국 기업 배터리를 사용하고 있으며, 유럽도 동아시아 배터리 기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노스볼트 등 역내 생산에 집중하는 상황이다. 현재 글로벌 배터리 산업 구조에서 중국·유럽의 공세에 맞서 영토를 더욱 확장하기 위해선 미국 완성차 업체와의 동맹이 필수였다는 분석이다.

이와 관련해 이날 바이든 대통령은 기자회견에서 “유수의 많은 한국 기업들이 미국에 투자하는 데 관심이 많다는 것을 감사하게 생각한다”며 “이번 (한국 기업의) 투자로 인해 전기차 배터리의 공급망이 강화될 것이며, 앞으로 미래의 투자에 기대하는 바가 크다”고 말했다.

이번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을 찾은 문 대통령은 오는 22일 조지아주에 건설 중인 SK이노베이션 배터리 공장을 방문한다. 이 곳에선 포드에 싣게 될 배터리가 생산될 예정이다. 양국 정상이 배터리 협력 의사를 밝힌 직후 이를 상징하는 공장을 방문함으로써, 향후 중국에 맞서 정부 차원에서 배터리 동맹에 힘을 싣겠다는 메시지로 분석된다.

이와 관련해 바이든 대통령도 정상회담에 앞서 지난 18일 미시간주의 포드 전기차 공장을 방문했다. 당시 그는 “현재 중국이 전기차 레이스에서 미국을 앞서고 있지만, 중국이 경쟁에서 이기도록 두지 않을 것”이라며 선전포고를 날렸다.

현재 LG에너지솔루션과 GM은 미국 오하이오주와 테네시주에 연산 70기가와트(GWh) 규모의 합작 공장을 건설하고 있으며, SK이노베이션도 포드와 60GWh 규모의 배터리를 생산할 예정이다. 양사는 향후 전기차 산업 확대에 따라 미국 내 추가 투자도 검토하고 있는 등 중국 견제를 위한 미국과의 배터리 동맹이 더욱 가속화될 전망이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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