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대통령, 6·25 참전용사 훈장 수여식 참석…바이든 “함께 해줘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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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22일 02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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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1/뉴스1
한미정상회담을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중인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20일(현지시간) 워싱턴DC 인근 알링턴 국립묘지를 찾아 무명용사의 묘를 참배하고 있다.(청와대 제공) 2021.5.21/뉴스1
미국을 공식 방문 중인 문재인 대통령은 21일(현지시간) 오후 백악관에서 개최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한국전쟁 참전용사 랄프 퍼켓(Ralph Puckett) 예비역 대령에 대한 명예훈장 서훈식에 참석했다.

미국 정부에서 수여하는 최상위 훈장인 명예훈장 수여식에 외국 정상이 참석한 것은 문 대통령이 처음이다.

이번 수여식은 바이든 대통령이 취임 이후 첫 번째 열린 수여식이다.

퍼켓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과 베트남전 참전 당시의 공적을 인정받아 수훈십자상 2회, 은성 훈장 2회, 명예부상장 5회 등 다수의 훈장을 받았고, 1971년 퇴역했다. 퍼켓 예비역 대령은 한국전쟁 당시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를 방어하는 과정에서 생명을 무릅쓰고 중공군의 공격을 막아낸 공적을 인정받아 금번 명예훈장 수여 대상으로 선정됐다.

205고지(Hill 205) 전투는 청천강 전투가 시작되던 1950년 11월25일 청천강 북쪽의 전략적 요충지인 205고지를 미8군 특수부대가 방어하다 중공군에 패퇴한 전투로, 당시 우위를 점하고 있던 유엔군이 해당 전투에서 패퇴한 것을 기점으로 한국전쟁이 장기화 국면에 돌입하게 된다.

명예훈장(Medal of Honor)은 미국 정부에서 수여하는 최상위 훈장으로, 미국 군인 신분으로서 받을 수 있는 최고의 영예에 해당하며, 전투 중 생명의 위협을 무릅쓰고 직무 범위를 넘어 눈에 띄는 용맹함을 보여주는 등 희생적 공훈을 세운 자에게 서훈한다.

그간 약 3500명에게 수여됐으나 엄격한 기준에 따라 공적을 최대한 정확히 파악한 이후 수여되기 때문에 사망 이후 추서된 사례가 7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통령은 수여식에 먼저 입장해 카멀라 해리스 미국 부통령 옆자리에 자리했다. 이후 바이든 대통령과 퍼켓 대령이 행사장에 들어올 때 참석자들과 함께 일어선 채 박수로 맞이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에게 “오늘 이 자리에 함께 해주셔서 영광”이라고 감사를 표하며 “양국 간의 동맹관계는 이러한 용기와 단결, 헌신을 한국군과 미군이 함께 보이며 시작됐다. 우리 양국이 함께 그동안 수십년간 많은 것을 성취해 왔다”고 말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랄프 퍼켓 대령의 무공은 모든 분들이 기억할만한 무공이다. 훈장을 수여하게 돼 매우 기쁘다”면서 “205고지는 중국 국경이 얼마 떨어져 있지 않은 곳이었다. 퍼켓 대령은 그때 젊은 중위로서 상황이 심각하다는 것을 파악했다. 2만5000천명의 중국군이 압도적 수로 진격함에도 자신의 중대를 이끌었다”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퍼켓 대령은 동료를 위해 적진의 포화 속으로 뛰어들었고, 205고지에서 (아군의) 수적 열세였음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싸웠다”며 “적군의 포화에 맞서서 시간을 버는 동안 다른 레인저들이 205고지를 사수를 할 수 있었다”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바이든 대통령은 재차 “오늘 이런 수여식에 한국 대통령이 참여한 것은 처음이다. 그만큼 중요한 자리”라며 “(오늘은) 그때 당시 한국전에 참전한 모든 미군을 기리는 자리다. 그 이후 평화의 시대를 맞이했는데 많은 이들의 희생 있어 가능했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문 대통령이 같이 해서 말로 다 할 수 없이 기쁘다”며 문 대통령을 연단으로 안내했다.

문 대통령은 “바이든 대통령의 초청으로 퍼켓 대령의 명예훈장 수여식에 함께해 매우 뜻깊다”며 “명예훈장 서훈식에 외국정상이 참석한 것은 처음이라고 하니 대한민국 대통령으로서 큰 영광이자 기쁨”이라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퍼켓 대령님은 한국전쟁의 영웅이다. 대령님은 205고지 전투를 비롯한 수많은 전투에서 초인적 용기와 리더십으로 끝까지 임무를 완수하셨다”며 “대령과 미8군 레인저 중대 장병들을 비롯한 참전용사들의 희생으로 한국은 자유와 민주주의를 꽃피울 수 있었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퍼켓 대령님은 아까 제게 ‘당시 한국은 모든 것이 파괴돼 있었다’고 말씀하셨다. 그렇다. 한국은 전쟁의 폐허에서 다시 일어섰다”며 “한국의 평화와 자유를 함께 지켜준 미국 참전용사들의 그 힘으로 한국은 폐허에서 다시 일어나 오늘의 번영을 이룰 수 있었다”고 감사와 존경의 뜻을 표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 국민들은 참전용사들을 통해 자유와 평화를 향해 전진하는 위대한 미국정신을 보았다. 참전용사들의 용기와 희생, 우정을 영원히 기억할 것”이라며 “영웅들의 피로 맺어진 한미동맹은 한반도를 넘어 평화와 번영의 핵심축이 됐다. 퍼켓 대령님과 용사들은 한미동맹의 단단한 연결고리다. 오랫동안 건강하게 우리 곁에 머물러주시길 기원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연설을 마친 뒤 바이든 대통령 및 퍼켓 대령과 차례로 악수를 나눴다. 퍼켓 대령과는 포옹을 나누기도 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한미 정상회담이 열리는 날 한국전쟁 참전용사가 보여준 용기에 대해 최고의 예우를 갖추는 미국 정부의 수여식에 한미 정상이 함께 참석한 것은 68년간 이어져 온 한미동맹의 의미와 굳건함을 재확인하는 계기가 된 것으로 평가된다”고 말했다.


(워싱턴·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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