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택근무도 못하는데 백신 휴가는 무슨”…커지는 코로나 양극화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12일 08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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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2021.4.12/뉴스1 © News1
12일 서울 중랑구보건소에서 의료진이 백신 접종 준비를 하고 있다. 2021.4.12/뉴스1 © News1
“재택근무도 못 하는데 백신 휴가를 주겠어요? 그냥 휴가도 쓰기 힘든걸요”

중소기업에 다니는 직장인 이모씨(30)는 “백신 휴가가 남의 나라 이야기 같다”고 했다. 그는 “회사에서 휴가 가는 걸 반기지 않아서 마음 편하게 휴가를 써본 적이 없다”고 한숨을 쉬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예방접종을 받는 일반 국민이 늘어나는 가운데 중소기업 직장인과 자영업자, 프리랜서에게는 백신 휴가가 ‘그림의 떡’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재택근무가 힘든 중소기업 직장인이나 소상공인이 백신 휴가로 또다시 박탈감을 느낀다는 목소리도 있다.

정부는 지난달부터 백신 예방접종 후 휴가가 필요한 경우 의사 소견서 없이도 휴가를 쓰게 하도록 권고했다. 다만 의무사항이 아니라 사업자의 재량에 따라 백신 휴가를 결정할 수 있다.

헬스장을 운영하는 이모씨(40)는 지난달 백신 예방접종 대기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했다.

이씨는 “접종 당일 콧물감기 증상이랑 두통이 있었고 근육통은 3~4일 정도 이어졌다”고 했다. 그러나 이씨는 접종 당일에도 가게를 비울 수 없어 일을 계속했다.

그는 “만약 직장인이었으면 하루 정도 쉬었겠지만 돈을 벌어야 해서 쉴 수가 없었다”고 했다.

중소기업 직장인 A씨(28)도 “정부가 백신 휴가를 도입한다는 소식에 반가웠는데 권고 사항이라서 휴가를 줄지 모르겠다”고 했다. A씨의 회사는 아직 백신 휴가에 관해 아무런 공지도 않고 있다.

반면 네이버 등 대기업들은 백신 휴가를 하나둘 도입하고 있다.

네이버는 오는 7월부터 전 계열사에 코로나19 백신 휴가제를 도입한다. 백신을 접종한 임직원은 접종 다음 날 휴가를 쓰지 않고 쉴 수 있다. NHN도 지난 5일부터 백신 휴가를 도입했고 카카오는 도입을 검토하고 있다.

공공부문에서도 백신 휴가 지원에 나서고 있다.

대구시는 전국 광역자치단체 처음으로 ‘백신 특별 휴가제’를 도입했다. 대구시 공무원과 공무직 근로자들은 공가를 써 접종을 받고 접종 다음 날에도 특별 휴가를 쓸 수 있다.

서울시는 보육교사들이 백신 휴가를 마음 놓고 쓸 수 있도록 대체교사 인력풀을 구축했다. 백신을 접종한 보육교사가 휴가를 쓰면 대체교사 인력풀에 등록한 보육교사가 대신 근무하면 된다.

전문가들도 백신 접종 후 하루 정도는 쉴 것을 권했다. 김우주 고려대 구로병원 감염내과 교수는 “질병이 없는 분이라면 진통제를 먹고 버틸 순 있겠지만 아무래도 힘들다”며 “하루 정도는 고열에 시달리는 경우가 있어서 쉬어 주는 게 좋다”고 말했다.

정부가 백신 유급휴가 비용을 지원하는 내용의 감염병예방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 보건복지위원회에 계류돼 있다. 개정안에는 자영업자와 일용직 노동자도 예방접종 후 생활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근거가 담겨 있지만 정부의 예산 부담 문제로 쉽게 결론을 내지 못하고 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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