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중경 한미협회장 “安美經中, ‘뜨거운 얼음’처럼 모순된 것”

김광현 기자 입력 2021-05-10 14:24수정 2021-05-10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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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 DB
이달 21일 미국 워싱턴에서 한미 정상회담이 열린다.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를 채 1년을 남겨두지 않았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이제 막 임기를 시작했다. 현재 한미관계는 과거 어느 때보다 불편하다. ‘동맹이 맞느냐’는 말이 나올 정도다. 트럼프 이후에도 미중갈등은 갈수록 심각해져 한국의 선택이 주목받고 있다.

올해 3월 8대 한미협회장에 취임한 최중경 회장에게 작금에 처한 한미관계에 대한 견해와 향후 한미협회 운영에 대한 계획을 들었다.

-한미협회는 어떤 단체인가

“1963년 설립에 설립돼 올해로 58년째를 맞고 있다. 초대 회장은 상해임시정부에서 미주지부장을 맡았고 광복 후 한국증권 회장 등을 역임한 이원순씨다. 협회는 한미 양국 국민의 상호 이해와 우호를 촉진하고 경제 문화 협력을 도모하는 순수 민간단체다. 한미 민간교류 단체들 가운데 맏형 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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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리티지 연구원 경험을 바탕으로 ‘워싱턴에서는 한국이 보이지 않는다’는 책을 내기도 했다. 이번에 회장을 맡게 된 계기는

“회장은 무보수 명예직이다. 개인적으로 이번이 마지막 봉사 자리라고 생각한다. 이사회나 회원들이 청와대 경제수석, 지식경제부 장관 등을 역임한 관료경력, 미국 하와이대 박사, 필리핀 대사, 월드뱅크 이사, 헤리티지재단 근무경력 등의 해외 근무 경험을 고려해 맡긴 것이 아닌가 싶다. 그동안 여러 언론매체 등을 통해 한미동맹의 중요성을 꾸준히 역설해 온 점도 고려되지 않았겠느냐고 생각한다”

-어려운 시기다. 한미동맹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과거 어느 때보다 높다.

“지금 대한민국이 처해 있는 형국이 19세기 20세기 폴란드 처지와 비슷하다.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 독일, 러시아에 둘러싸여 세 나라가 나눠 가졌다. 세 나라 힘이 팽팽해 한 나라가 완전히 점령하지 못했지만 끊임없는 간섭에 시달려왔다. 한국 역시 중국, 러시아, 일본에 둘러싸여 미국과 연계하여 힘의 균형을 추구해야 자주성과 정체성 유지해 왔다. 한미동맹은 이념의 차원을 넘어 민족 생존의 차원이다. 한국의 태도가 확고하지 못하면 과거 폴란드 같은 신세를 면치 못할 것이다. 구한말 조선도 마찬가지였다”

-문재인 정부 임기가 1년도 남지 않았다. 더 이상 좋아지고 나빠질 게 있겠는가

“임기 1년이면 많을 것을 할 수 있다.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도 임기 말에 많은 중요한 결정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정말 중요하다. 양국이 이른바 ‘상호 받아들일 수 있는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다면 현 정부 임기 끝까지 피곤할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 취임이후 한미 관계, 미중 관계가 나아질 것으로 보나

“자신들에게 도전하는 세력에 대해 강경하게 나가는 것은 공화당이나 민주당이나 조금도 차이가 없다. 이게 중국에 대한 워싱턴 컨센서스다. 트럼프 정부보다 바이든 정부가 중국에 대해 유연하게 나올 것이라고는 보여지지 않는다. 한미관계는 우리 정부가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달려있다. 이제까지 하던 그대로라면 트럼프 정부 때보다 한미관계가 나아질 것이라고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이번 한미정상회담이 더욱 중요한 자리다”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대미·대중 외교에 대해 ‘안미경중(安美經中)’ 기조를 취해왔다. 군사 안보는 미국에, 산업경제는 중국에 무게를 두겠다는 의미인데 불가피한 측면이 있지 않나.


“미국과 중국은 세계 최대 강국 G2다. ‘안미경중’은 한국이 양쪽에서 좋은 것만 가지려고 하는 것이다. 이는 초강대국들이 약소국들에게 구사할 수 있는 전략이다. 미국 중국이 우리가 그렇게 마음대로 주무를 수 있는 상대인가. 이런 말은 ‘뜨거운 얼음’처럼 그 자체로 모순되는 이른바 ‘옥시모론(Oxymoron)이다. 이런 모순을 현실에서 무리하게 관철하려고 하면 반드시 대가를 치를 수밖에 없다. 어느 시대, 어느 나라를 보더라도 안보가 경제고 경제가 안보다”

-바이든 대통령이 지난달에 19개 글로벌 기업들을 대상으로 백악관에서 진행된 ’반도체 화상회의‘에 직접 참석해서 한 손에 웨이퍼를 들고서 ’반도체 동맹‘을 외쳤다.


“현재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SCM)은 1970년대 미국이 디자인한 것이다. 반도체 설계는 미국이, 기계 제작은 일본이, 제조는 한국 대만이 맡는 구조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독점하지 못하도록 돼 있다. 최고 부가가치는 미국 기업들에게 있다. 한국도 주요 플레이어 중 하나다. 이런 구도 속에서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한국 기업들이 정말 잘했다. 그래서 한국의 반도체 위상이 이렇게 큰 것이고 한국 경제 발전에도 막대한 기여를 했다.

하지만 한국만의 노력으로 여기까지 왔다고 보기 어렵다. 굳건한 한미일 동맹의 토대가 없었다면 이런 반도체 공급망의 구조가 나오지 못했을 것이다.

반도체는 산업뿐만 아니라 안보상 전략자산이다. 산업 인프라이면서 안보 인프라이다. 최근 반도체 대란도 미중의 패권 갈등 소산이다. 반도체 회의는 회의 성격이 안보전략 회의다. 미국이 반도체 글로벌 공급망을 새로 짠다면 한미간 안보상 동맹 수준이 반드시 고려될 것이다”

-앞으로 한미협회장으로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어려운 시기일수록 할 일이 많을 것 같다. 민간 단체로 우선은 한미동맹이 얼마나 중요한 지를 국민에게 널리 홍보하는 일이다. 특히 청년들을 대상으로 에세이 공모전 등 다양한 이벤트를 구상중이다. 둘째는 산업협력을 강화해 양국이 경제의 상호의존도를 높여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기여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

김광현 기자 kk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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