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9년, 근지구 천체 ‘아포피스’ 찾아온다…지구의 뺨 스쳐지나갈 것”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10일 14시 1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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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적 옛날 치고는 그나마 가까인 과거일거다. 6600만 년 전, 거대한 소행성 하나가 총탄의 24배 속도로 지구를 강타했다. 초음속 충격파가 거목들을 쓰러뜨렸고 열 폭풍이 숲을 태웠다. 높이 200m가 넘는 쓰나미가 해안을 휘저었다. 먼지와 화산재로 공룡을 포함한 종의 3분의 2가 종말을 맞이했다.

11일 ‘우리도 소행성 간다!’를 주제로 따뜻한과학마을벽돌한장 강연에 나서는 문홍규 한국천문연구원 우주과학본부 책임연구원(천문학 박사)은 “소행성 충돌로 생명(마이크로 박테리아)이 분출해 생태계가 전보다 좋아졌고 용케도 살아남은 포유류는 진화를 거듭해 인류가 됐다”며 “하지만 지금 이런 일이 일어난다면 인류에 큰 재앙”이라고 말했다.

미국항공우주국(NASA)의 보고서는 천체물리학자 스티븐 호킹이 인류가 30년 안에 지구를 떠나야 할 이유 가운데 하나로 소행성 충돌을 들었던 사실을 떠올리게 한다. NASA에 따르면 1988년 4월부터 2021년 3월까지 기록된 화구 861건이었다. 화구는 대기권에 떨어지며 불타 없어지는 소행성과 혜성 조각 가운데 금성보다 밝은 것을 말한다. 문 박사는 “이 기간 지구에 떨어진 화구 중 히로시마 원자폭탄 보다 강력한 에너지를 방출한 것만 7개인데 대체로 지구 30㎞ 상공에서 폭발했다”고 전했다. 우리가 점심 메뉴를 고민하는 순간에도 아찔한 상황은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천문학계는 8년 후 벌어질 근지구 천체(지구~태양 평균거리의 1.3배보다 가깝게 지나는 소행성) 상황에 주목하고 있다. 문 박사는 “2029년 암흑을 지배하는 뱀의 사신이라는 뜻의 근지구 천체 ‘아포피스(Apophis)’가 지구를 찾아온다”며 “에펠탑만한 크기인 아포피스가 정지 위성보다 낮은 3만1600㎞ 상공을 통과한다”고 설명했다. 공교롭게도 아포피스의 방문 날짜는 동양에서 꺼리는 숫자의 4월에, 서양에서 불길해 하는 13일의 금요일이다. 문 박사는 “현재 지구와 충돌할 확률은 0%인데 한 때 2.7퍼센트까지 치솟아 천문학계를 긴장키셨다”며 “아포피스가 지구의 뺨을 스쳐 지나가면서 돌과 흙먼지를 뿌릴 수 있을 것으로 예상돼 한국천문연구원도 직접 탐사를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엔(UN)은 연구그룹을 만들어 소행성 위협에 대처하기로 했다. 하지만 저 칠흑의 우주에서 언제 뭐가 튀어나올지는 알 수 없는 실정이다. 문 박사는 “작은 국가나 도시를 파괴할 위력의 직경 10~100m급 천체는 숫자조차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며 “미국 의회가 최소한 직경 140m 이상의 근지구 천체의 90%를 검출하겠다는 야심찬 목표를 세웠지만 NASA 관계자는 30년 지나야 달성할 수 있는 목표라고 회의적인 반응”이라고 말했다.

문 박사 강연은 이날 오후 7시 대전 유성구 케이시크에서 열린다.

지명훈기자 mhj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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