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효자는 웁니다”…어버이날 요양병원 ‘눈물 상봉’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10일 10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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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전남 나주 한 요양병원 안심면회실에서 한 면회객과 입소자가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2021.5.8/뉴스1 © News1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전남 나주 한 요양병원 안심면회실에서 한 면회객과 입소자가 비접촉 면회를 하고 있다.2021.5.8/뉴스1 © News1
“엄마, 엄마. 나 좀 봐봐요. 나 사랑하지요? 나도 사랑해요. 또 올게요.”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후 전남 나주시 나사렛 요양병원 안심면회실은 반가운 웃음과 안타까운 눈물이 교차했다.

예정된 면회 시간에 맞춰 나주에 사는 최모씨(65·여)가 면회실로 들어서자 유리창 너머로 어머니 이모씨(93·여)가 환한 웃음을 지으며 딸을 반겼다.

최씨는 수화기를 부여잡고선 이씨의 안부와 함께 건강 상태를 가장 먼저 물었다. 이씨는 ‘오냐. 오느라 애썼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씨가 ‘엄마 이것 좀 봐봐’라며 미리 준비한 카네이션을 유리창에 가져다 댔다.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며 손 하트를 만들기도 했다.

여기에 화답하듯 이씨는 유리창에 손을 가져다 댔고, 최씨 역시 손을 맞대며 그리운 마음을 달랬다.

손을 맞댄 모녀는 30여 초간 지그시 눈을 응시하며 미소를 보냈다. 유리창에는 이들의 체온으로 하얀 김이 서렸다.

5분 남짓 행복한 순간도 잠시였다. 의료진이 비접촉 면회 시간이 끝났다고 알리자 이씨의 눈가에는 어느새 그렁그렁 눈물이 맺혔다.

이를 본 최씨는 ‘엄마 나 또 올게. 왜 울어. 울지마’라고 말했지만 이내 참았던 눈물을 왈칵 쏟아냈다.

“엄마 엄마가 좋아했던 요플레랑 선생님들 먹을 음식, 그리고 내가 쓴 편지 여기 두고 갈게요.”

다음 순번인 면회객을 위해 의료진의 부축을 받으며 휠체어에 올라탄 이씨가 돌아섰다. 최씨는 손으로 눈물을 닦아내며 어머니의 뒷모습을 하염없이 바라봤다.

최씨는 “코로나19 이전에는 해마다 병원에 찾아 어머니와 함께 산책도 하고, 바람도 쐬러 갔었다”며 “하지만 지난해부터 면회가 일절 안 됐고, 그나마 한두 달에 비접촉 면회 1번 정도 가능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전국에 있는 모든 어머니가 다 똑같지 않으냐”며 “2남 4녀를 키우느라 한평생 고생만 하셨다. 보고 있어도 보고 싶은 마음은 어쩔 수가 없다”고 아쉬워했다.

최씨는 이날 가져간 카네이션을 어머니 가슴에 달아주지 못했다. 외부와 일체 접촉이 차단돼 가져간 물품도 의료진을 통해 전달했다.

병원 측은 이날 어버이날을 앞두고, 젊은 의료진들이 입소자들에게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주는 행사를 열었다.

이를 영상과 사진으로 기록했고, 먼 타지에서 오지 못하는 입소자 자녀들에게 문자 메시지로 전달했다.

광주는 지난해 2월부터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예방을 위해 요양병원 입소자에 대한 대면 면회가 전면 제한됐다.

지난해 7월 확진세가 줄어드면서 지자체는 유리창 또는 비닐을 칸막이 삼아 만나는 비접촉면회를 현재까지 허용하고 있다.

(광주=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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