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 한번 못잡는 ‘유리창 상봉’…어버이날 또 ‘야속한 코로나’

  • 뉴스1
  • 입력 2021년 5월 7일 15시 02분


코멘트
어버이날을 앞둔 6일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마련된 비대면 면회실 ‘가족의 거실’에서 박영순 할머니와 아들 강동훈 씨, 며느리 고의량 씨, 손자 강건우 군이 면회를 하고 있다. 2021.5.6/뉴스1 © News1
어버이날을 앞둔 6일 서울 성동구 시립동부노인전문요양센터에 마련된 비대면 면회실 ‘가족의 거실’에서 박영순 할머니와 아들 강동훈 씨, 며느리 고의량 씨, 손자 강건우 군이 면회를 하고 있다. 2021.5.6/뉴스1 © News1
“유리창을 통해서만 뵐 수 있으니 코로나가 원망스럽죠.”

임현지씨(26·가명)는 서울 강남구의 재활병원에 계신 할머니의 손을 잡지 못한게 벌써 1년째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로 요양병원·재활병원 등의 대면 면회가 금지돼 이번 어버이날에도 유리창을 사이에 두고 할머니와 만나야 한다.

임씨는 7일 뉴스1과의 통화에서 “지난해 2월 할머니께서 뇌졸중으로 쓰러지신 뒤 1년이 지났지만 면회가 제한돼 직접 뵙지 못했다”며 “이번 어버이날에 비대면으로 5인 미만 가족이 만날 수 있다고 해 가족 대표를 추리고 있다”고 말했다.

임씨 가족에게 코로나19는 유독 원망스럽다. 실버타운에 계시던 할머니를 코로나 때문에 자주 뵙지 못했는데 하필이면 그곳에서 할머니가 쓰러졌다가 뒤늦게 발견돼 건강이 더 나빠졌기 때문이다.

임씨는 “할머니께서 재활치료를 할 때 우리 가족이 함께 있어야 하는데 그렇게 못하고 있다”며 “부모님께서 특히 슬퍼하신다”고 말했다.

임씨는 옷핀 달린 카네이션을 간호사를 통해 할머니께 달아드릴 예정이다.

김지혜씨(53·가명)에게는 이마저도 사치다. 어머니가 계신 경기 화성시의 요양병원이 코로나 때문에 아예 면회를 금지했기 때문이다. 코로나 이후 두 번째 어버이날을 앞두고 있지만 김씨는 여전히 어머니를 볼 수 없는 상황이다.

김씨는 “어버이날에 사람이 많이 올까봐 병원이 면회를 아예 금지했다”며 “코로나 검사에서 음성이 나오면 비접촉으로라도 뵐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이번 어버이날에는 김씨 대신 요양보호사들이 카네이션을 달아드린다. 김씨는 그 모습을 영상으로 볼 수밖에 없다.

김씨는 “코로나가 길어진만큼 정부도 가족끼리 안전하게 만날 수 있게 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뉴스1 취재 결과를 보면 영등포구, 동작구, 용산구, 서초구 등 서울 시내 요양병원 상당수는 제한적으로만 어버이날 면회를 허용한다.

정부는 3월 9일부터 음성 판정을 받으면 사전예약을 거쳐 비접촉 면회를 할 수 있게 하고 있다. 별도 공간에 칸막이, 유리창 등을 설치하고 전화로 대화하게 하는 방식이다.

용산구의 한 요양병원은 어버이날에 그런 식의 비접촉 면회를 허용한다고 했다. 하루 4팀에 한해 30분씩 면회가 가능하다. 병원 관계자는 “감염 우려가 있기 때문에 어버이날이라고 사람을 더 받을수는 없다”며 “오늘, 내일도 사전예약자만 면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영등포구의 한 요양병원은 예약자에 한해 비접촉 면회를 허용하지만 어버이날에는 그마저도 못하게 할 예정이다. 대신 병원 직원들이 환자들에게 꽃을 달아드리고 그 모습을 영상으로 찍어 가족에게 보낼 예정이다.

병원 관계자 이모씨는 “보호자가 꽃을 달아드리면 좋지만 그럴 상황이 못된다”며 “직원들도 코로나가 빨리 종식되기만을 기다린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가족이 비대면으로 면회할 수 있는 전용공간을 만들기도 했다. 시립동부노인요양센터 설치된 ‘가족의 거실’에서는 방역 글러브를 통해 손을 잡고 최첨단 음향 시스템으로 편하게 대화할 수 있다.

방역당국은 예방접종이 진행 중인 요양병원 및 요양시설의 면회 가이드라인을 검토 중이나 직접면회는 2차 접종 및 항체형성이 완료되는 5월 말이나 6월 초는 돼야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서울=뉴스1)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댓글 0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