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신 지재권 면제’ 국내 호재?…기술공유 없으면 ‘그림의 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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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21년 5월 7일 14시 2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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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29/뉴스1 © News1
지난 4월 29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과 참여연대,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 등 시민단체 회원들이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코로나19 백신 특허권 유예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2021.4.29/뉴스1 © News1
미국 정부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관련 지적재산권(지재권) 유예방안에 지지 의사를 밝히면서 국내 관련 업계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전문가들은 국내에서 코로나19 백신 생산이 좀 더 자유로워지는 등 긍정적인 효과가 있겠지만 현실이 쉽지만은 않을 것이란 반응을 보인다.

지난 5일(현지시간) 캐서린 타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성명을 통해 “미국 정부는 지재권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하게 믿지만 코로나19 전염병 종식을 위해 백신에 대한 보호를 포기하는 것을 지지한다”며 “이를 실현하기 위해 세계무역기구(WTO)의 협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라고 말했다.

다만 “합의에 기반한 WTO의 성격과 이번 문제의 복잡성을 감안할 때 협상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번 코로나19 지재권 논의는 지난 2020년 10월 인도와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표가 WTO에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특허권 일시 폐지 법안을 발의하면서 시작됐다. 당시 미국과 유럽연합(EU) 등 백신 개발회사가 있는 국가들이 반대 의사를 표명했으나 이번에 미국 정부가 지지하는 방향으로 돌아선 것이다.

6일(현지시간) 미국 바이오전문매체 바이오센추리는 타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미국 정부가 (지재권 유예와 관련해) 다른 나라를 설득하기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하겠다는 언급은 없었다”고 평가했다. WTO는 회원국 간 합의 또는 회원국 75%의 동의로 사안을 결정한다. 따라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 유예를 반대하는 독일 스위스 등 일부 제약 강국이 표결에서도 반대 입장을 밝히면 통과가 어려울 수 있다.

물론 코로나19 백신 지적재산권 문제가 해결된다면 우라나라에게는 상대적으로 유리할 수 있다. 이미 백신 등 바이오의약품 위탁생산이 가능한 인프라가 갖춰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백신 지재권 문제가 해결된다고 바로 생산에 들어가기는 힘들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병건 에스씨엠생명과학 대표는 “국내 인프라가 잘 돼있어 다른 나라들보다 앞서나갈 수 있는 만큼 특허가 풀리면 바로 생산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한다”라면서도 “국내 기업 대부분이 코로나19 백신과 관계없는 의약품을 제조하고 있어 본격적으로 백신을 생산하기에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우리가 풀어야 할 과제는 (코로나19 백신 생산에 필요한) 생산 노하우인데, 해외 백신 제조사들이 생산 노하우까지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승규 한국바이오협회 부회장은 아스트라제네카나 노바백스 백신의 경우 국내 기업들도 충분히 생산 가능할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현재 국내 생산 여력이 있는지 먼저 확인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백신을 생산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도 실제 생산을 위해선 공정을 조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는 특히 “화이자와 모더나에서 생산하는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의 경우 기술이전을 통해 생산에 관련된 노하우나 기술적인 문제들이 해결되지 않으면 단기간에 백신 생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코로나19 백신 제조사들이 현실적으로 지재권을 포기하기 쉽지 않을 것이란 지적도 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적으로 풀어야 할 문제인 것도 사실이지만 백신 제조사 입장에서는 매우 큰 사업 기회를 포기하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란 얘기다.

한 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에게 지재권을 포기하도록 할 바에는 미국과 WHO 등이 대규모로 백신이나 자금을 확보해 (세계 각국에) 전략적으로 공급하는게 더 빠를 수도 있다”고 전했다.

한편 해외에서 코로나19 백신 지재권이 풀려 국내 생산이 가능해져도 국산 백신 개발을 포기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승규 부회장은 “코로나19 유행이 앞으로 매년 올 수도 있다는 전문가들이 많다”며 “국내 백신 개발에 관련된 투자는 계속 확대해 자체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서울=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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