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 후계자에 그레그 아벨 부회장 내정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4일 13시 19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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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레그 아벨.
그레그 아벨.
‘오마하의 현인’ 워런 버핏 버크셔해서웨이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90)의 후계자로 그레그 아벨 현 그룹 부회장(58)이 내정됐다. 버핏 회장이 나이가 들면서 그의 후계 구도에 대한 추측이 지난 수십 년간 이어져 왔지만 이제 일단락된 것으로 보인다.

버핏 회장은 3일 CNBC방송에 “오늘밤 나에게 무슨 일이 일어난다면 내일 아침부터는 그레그가 경영권을 인수하기로 이사들 사이에서 동의가 된 상태”라고 말했다. 그는 2018년 아벨을 비보험 부문 부회장에, 아지트 자인(69)을 보험 부문 부회장으로 각각 승진시켰고, 이 때부터 차기 CEO 경쟁이 사실상 2파전으로 전개돼 왔다. 버핏 회장은 “만약 하늘이 허락하지 않는다면, 그레그에 오늘밤 무슨 일이 생긴다면 (차기 CEO는) 아지트”라며 “그들은 모두 멋진 친구들”이라고 덧붙였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버크셔해서웨이 이사회 사정을 잘 아는 소식통을 인용해 아벨 부회장이 버핏이 그룹을 떠날 경우 차기 CEO로 내정돼 있다고 보도했다. 아벨 부회장은 그룹의 철도와 에너지, 유틸리티, 제조, 소매업, 자동차판매업 등을 담당한다. 해당 부문은 종사자가 25만 명에 이르고, 그룹 매출 1500억 달러를 책임지고 있다.

찰스 멍거.
찰스 멍거.
아벨 부회장의 후계자 낙점 소식이 사실상 공개된 것은 1일 온라인으로 열린 그룹의 연례 주주총회에서다. 이날 버핏 회장의 ‘오른팔’인 찰리 멍거 부회장(97)은 기업의 조직 관리 문제를 묻는 질문에 “그레그가 그룹 문화를 이어갈 것”이라고 답했다. 아벨 부회장이 사실상 그룹의 차기 CEO로 내정돼 있음을 질의응답 과정에서 실수로 드러내고 만 것이다.

캐나다의 평범한 근로자 가정에서 태어난 아벨 부회장은 1984년 앨버타대 무역학과를 졸업한 뒤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PwC)에서 회계사로 일하다가 전력회사 칼에너지로 옮겼다. 버핏 회장과 인연을 맺은 것은 미드아메리칸으로 이름을 바꾼 이 회사를 1999년 버크셔해서웨이가 인수하면서부터다. 아벨 부회장은 2008년 미드아메리칸 CEO가 됐고 나중에 이 회사 이름은 버크셔해서웨이에너지(BHE)로 바뀌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아벨 부회장이 버핏의 관심에 들게 된 것은 1990년대 중반이었다. 당시 그가 칼에너지에서 인수합병 작업을 처리하는 모습을 칼에너지의 주주이자 버핏의 어린시절 친구인 월터 스콧 주니어가 인상깊게 봤고 그 얘기가 버핏에게 흘러들어갔다는 것이다.

아벨 부회장은 2020년에 기본급 1600만 달러, 보너스 300만 달러의 보수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뉴욕=유재동 특파원 jarret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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