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정부 운명과 대선판 키 쥐게 된 김오수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4일 11시 3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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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오수 지명, 2년간 상실했던 검찰 통제권 회복 의미
향후 검찰, 김오수-이성윤 투톱 체제로 운영될 가능성

검찰총장 내정자로 지목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검찰총장 내정자로 지목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이 3일 오후 서울 서초동 고등검찰청으로 들어서고 있다. 송은석 기자 silverstone@donga.com
문재인 대통령이 차기 검찰총장 후보자에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을 지명함으로써 임기 말 핵심 사정라인 인선을 마무리 지었다. 문재인 정부에 있어 김 후보자 지명은 윤석열 전 검찰총장 임명 후 2년 가까이 상실했던 검찰에 대한 통제권을 회복하는 의미가 있다. 앞으로 몇 달 후 펼쳐질 대선 정국에서 경우에 따라서는 여권이 검찰권을 공세적으로 활용할 가능성이 열리는 것이다.

총장 임명 후 인사를 지켜봐야겠지만 향후 검찰은 김오수 차기 총장과 여권의 신임을 받는 현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투 톱’ 체제로 운영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지검장이 서울중앙지검장에 유임된다면 1년 반 가까이 서울중앙지검장으로 있으면서 예민한 정권 관련 수사를 방어한 공을 인정받는 셈이 된다.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불법 출국금지 사건 연루 등 장애물로 인해 총장 후보에서는 탈락했지만 향후 대선 정국에서 윤 전 총장 등 보수야권의 유력 주자들에게 집중될 여권의 네거티브 공세와 관련된 수사 지휘를 맡으라는 메시지가 될 수도 있다.

2019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뒷줄 가운데).   2019.10.15  안철민 기자acm08@donga.com
2019년 국회에서 열린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무부 국정감사에 참석한 김오수 전 법무부 차관과 이성윤 법무부 검찰국장(뒷줄 가운데). 2019.10.15 안철민 기자acm08@donga.com
설령 이 지검장이 대검 차장검사 등 요직으로 승진해 간다고 하더라도 친정부 성향의 다른 후배 간부를 서울중앙지검장에 임명하면 되기 때문에 정권과 코드가 맞는 김오수 총장 체제에서는 윤 전 총장 때와는 확연히 다르게 정권의 의중을 수사에 반영하기가 용이해질 수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윤 전 총장의 부인이 고발된 처가 사건이 옛 특수부에 해당하는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2부에 배당돼 있다. 윤 전 총장이 잠행을 마치고 대선 행보를 시작한 이후 검찰이 윤 전 총장 처가 수사 등을 본격화한다면 윤 전 총장 지지율에 영향을 끼치면서 대선판이 흔들릴 수도 있다.

이렇게 되면 과거 ‘김대업 병역 비리 수사’나 ‘BBK 수사’처럼 검찰이 또 다시 대선의 한복판에 키를 쥐고 등판하는 것이 된다. 네거티브 없는 공명선거가 이상적이지만 권력을 놓고 온 나라가 벌이는 건곤일척의 싸움에서 상대 후보들을 둘러싼 갖가지 의혹들을 쏟아낼 것이란 점은 의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경험적으로도 도덕성과 관련된 결정적 흠결이 터져 나와 유력 후보들의 지지율이 곤두박질쳐 대선에서 낙선한 전례가 있다.


그렇지 않아도 4·7 재·보선 완패 이후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여권으로선 향후 국정동력 회복과 정권 재창출에 검찰권을 활용하고 싶은 욕망이 생겨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김 후보자는 일차적으로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고 국정 장악력이 떨어지는 문 대통령의 임기 말에 ‘정권의 안전판’이 돼 달라는 기대를 여권으로부터 받고 있다.

그렇지만 우리 헌정사를 되돌아보면 대통령의 임기 말 현실은 정권의 의도를 빗겨가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검찰총장이 청와대의 의중에 따라 무혐의로 사건 처리를 했다가 역풍을 맞고 물러난 적도 있고, 친여 성향의 검사를 총장에 임명하고서도 민심이 들끓으면서 검찰이 자기 살기 위해 정권 핵심을 대대적으로 수사해 정권의 몰락을 재촉한 일도 있었다. 이런 점에서 정권과 코드가 맞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김오수 총장이 향후 중대한 수사 국면에서 내리게 될 결단도 어떤 식으로든 문재인 정부와 내년 대선에 영향을 줄 수밖에 없어 보인다.

이태훈 기자 jeffle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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