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실패로 민심 잃은 모디 총리…핵심 지역서 선거 패배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20시 1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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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가 이끄는 집권 인도인민당(BJP)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방역에 실패했다는 민심의 분노 속에 2일 진행된 여러 주(州) 의회 선거에서 패배했다.

영국 BBC 등에 따르면 4개 주와 1개 연방직할지 등 5개 지역의 의회 의원을 뽑는 이번 선거 결과 BJP는 핵심 전장으로 꼽힌 동부 웨스트벵골주 등 4곳에서 패배했다.

웨스트벵골주는 인구(9000만 명)와 선출하는 의석(294석)이 가장 많은 데다 ‘반(反) 모디’ 세력의 핵심 주자인 바네르지 주 총리와 모디 총리가 정면 대결한 것이나 다름없는 곳이었다. 바네르지 주 총리는 인도 유일의 여성 총리로 이 지역을 텃밭으로 하는 지역 정당인 트리나물콩그레스(TMC)의 대표다. 이곳에서 BJP는 전체 294석 가운데 77석에 그치며 213석을 얻은 TMC에 완패했다.

모디 총리는 웨스트벵골주에서 수십 차례 직접 현지 유세를 펼치며 공을 들였지만 오히려 독이 됐다. 인도의 코로나19 피해가 재앙 수준으로 치닫는 와중에 마스크도 제대로 쓰지 않은 채 대규모 인파가 밀집하는 유세를 강행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모디 총리를 향해 의료용 산소 부족 해결에 집중하라는 뜻에서 “산소(공급)를 멈추지 말고 연설을 멈추라(Stop the speech, not the oxygen)”는 구호가 유행하기도 했다. BBC는 “모디 총리는 코로나19 방역보다 여론조사에 신경 쓴다는 지적을 받았다”고 전했다.

BJP는 케랄라주와 타밀나주, 연방직할지 푸두체리에서도 패배했다. 동북부 아삼주(의석 126석)에서도 과반에 못 미친 60석을 차지하는데 그쳤다.

2014년 집권한 모디 총리는 힌두 민족주의를 내세우며 인구 다수를 차지하는 힌두교도의 지지를 바탕으로 강력한 권력을 행사해왔다. 그러나 올해 3월초 섣불리 코로나19와의 싸움이 막판이라고 선언하고, 최근 힌두교 축제인 ‘쿰브 멜라’를 허용하는 등 사실상 방역을 포기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최근 인도의 코로나19 피해는 세계에서 가장 심각한 수준이다. 인도 보건당국은 3일 오전까지 집계된 코로나19 일일 신규 확진자 수가 36만8147명이라고 밝혔다. 1일 하루 확진자 40만 명을 돌파한 데서 소폭 줄었지만 여전히 세계에서 가장 많다. 하루 신규 사망자도 2일 3689명으로 코로나19 사태 이래 최다였고, 3일에도 3417명에 이르렀다. 3일 오전까지 누적 확진자는 1992만5604명, 누적 사망자는 21만8959명으로 집계됐다. 각 지역은 방역을 위해 잇달아 강력한 봉쇄에 들어가거나 야간 통금에 들어갔다.

조종엽기자 jjj@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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