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길 ‘실사구시’에 친문 ‘개혁 속도론’…첫회의 불협화음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16시 44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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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첫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3일 본격 닻을 올린 더불어민주당의 ‘송영길호’가 첫날부터 개혁과 부동산 등 현안을 둘러싼 불협화음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나는 계파가 없다”는 송 대표와 달리 친문(친문재인) 진영 최고위원들이 당 지도부에 대거 포진한 ‘불안한 동거’에 대한 우려가 하루 만에 현실화 된 것이다.

송 대표는 “언론개혁과 검찰개혁을 단계적으로 토의 하겠다”며 신중론을 이어갔지만 친문 성향 최고위원들은 첫 최고위원회의부터 “검찰개혁특위를 신속히 가동하겠다”(김용민 최고위원), “종합부동산세(종부세) 완화는 잘못된 처방”(강병원 최고위원)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 ‘실사구시’로 속도조절 나선 宋
이날 오전 국립서울현충원 참배로 당무를 시작한 송 대표는 김대중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실사구시(實事求是) 정신을 계승하겠다”고 적었다. 전당대회 기간 동안 “민주당 이름만 빼고 다 바꿔야 한다”며 ‘변화’를 강조했던 송 대표가 첫 화두로 실용주의를 제시한 것. 송 대표는 또 박정희 이승만 전 대통령에 대한 묘역을 참배했다. 민주당 신임 지도부는 2015년부터 모든 전직 대통령들의 묘역을 참배했지만 송 대표는 한발 더 나아가 방명록에 글을 남겨 두 전직 대통령들의 업적을 평가했다. 그는 박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 “자주국방 공업입국. 국가 발전을 위한 대통령님의 헌신을 기억한다”고 적었다. 또 이 전 대통령 묘역 방명록에는 “3·1 독립운동, 대한민국 임시정부,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에 기여한 대통령님의 애국독립정신을 기억한다”고 썼다. 당 안팎에선 통합과 화합 행보에 대한 의지라는 평가가 나왔다.

송 대표는 언론개혁과 검찰개혁 문제에 대해서도 “단계적으로 토의하겠다. 내부적으로 논의할 시간을 가질 것”이라고 했다. 이어 “핵심이 당내 민주주의 강화, 그리고 174명 국회의원들의 생각을 잘 수렴하는 게 첫 번째”라고 언급했다. 민주당 한 초선 의원은 “그 동안 목소리 큰 친문 강경파 의원들에게 가려 소외됐던 비주류 의원들의 의견을 본격 수용하겠다는 취지 아니겠느냐”고 기대감을 내비쳤다.

송 대표는 당직 인선에서도 계파색이 옅거나, 비주류로 분류되는 의원들을 대거 발탁했다. 민주당은 대표 비서실장에 김영호(재선·서울 서대문구을) 의원을, 수석대변인과 대변인에 각각 고용진(재선·서울 노원갑) 의원과 이용빈(초선·광주 광산구갑) 의원을 임명했다고 밝혔다. 송 대표는 4일에는 초선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열고 당내 ‘쇄신위원회’ 설치 등 당 개혁 방안 논의를 이어갈 예정이다.

● 첫 회의부터 강경론 꺼내든 親文 최고위원들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송영길 더불어민주당 신임 대표가 3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그러나 친문 최고위원들은 이날 강경한 목소리를 여과 없이 표출했다. 김용민 최고위원은 4·7 재·보궐선거 참패 원인으로 꼽히는 당심과 민심의 괴리에 대해 “당심과 민심이 다르다는 이분법적 논리는 이번 선거 결과로 근거 없음이 확인됐다”고 했다. 그러면서 “검찰개혁 뿐만 아니라 언론 개혁, 부동산 투기 근절을 위한 개혁 등을 과감하고 속도감 있게 추진하겠다. 검찰개혁특위가 다시 신속하게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며 ‘검수완박(검찰 수사권의 완전한 박탈)’ 의지를 다졌다.

친문 핵심인 강병원 최고위원은 “재·보궐선거 이후 마치 종부세가 패배의 원인인양 완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며 “종부세 완화는 시장에 그릇된 신호를 보내 부동산값 폭등이 재발할 위험이 있다”고 했다. 일부 강성 권리당원들은 당 게시판에 “박정희의 헌신을 기억한다니 야당 대표인가” 등의 글을 올리기도 했다.

여권 관계자는 “전당대회 기간 동안 수면 위로 드러난 당 내 계파별, 의원 개별 이견이 조율되기까지 당분간 시간이 좀 걸릴 것으로 보인다”며 “이 기간 동안 갈등을 최소화하고 다양한 쇄신 요구안을 얼마나 잘 반영하느냐에 ‘송영길호’의 성패가 달렸다”고 했다.

김지현기자 jhk85@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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