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대북 외교와 압박 병행…“적대 아닌 해결이 목표”

  • 동아일보
  • 입력 2021년 5월 3일 00시 0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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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지난달 30일(현지 시간) 내놓은 새 대북정책의 핵심은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목표로 외교와 함께 제재, 압박을 병행하겠다는 실용적 접근’으로 요약된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초기 추진했던 ‘일괄타결(grand bargain)’ 방식,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지속했던 ‘전략적 인내(strategic patience)’의 중간지대를 찾아 대북 접근을 유연하게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젠 사키 백악관 대변인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우리의 정책은 일괄타결을 추진하지 않을 것이며 ‘전략적 인내’에도 의존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런 방향성을 확인했다. 그는 바이든 행정부가 북한과의 외교에 열려 있다는 점을 강조하며 ‘조정된(calibrated)’ ‘실용적(practical)’ 등의 표현으로 대북정책을 설명했다.

● 완전한 비핵화 전제로 단계적 접근 추진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완전한 비핵화를 전제로 한 큰 틀의 로드맵 속에서 단계적 접근 방식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 101일 만에 대북정책 검토가 완료됐음을 가장 먼저 보도한 워싱턴포스트(WP)는 당국자들을 인용하거나 해석하는 방식으로 ‘단계적(phased)’이라는 표현을 4차례 반복해서 썼다. 다만 행정부 당국자들은 ‘한 단계씩(step-by-step)’이라는 표현은 쓰지 않고 있다. 비핵화의 최종 목표와 정의를 확정하지 않은 채 관련 조치들을 하나씩 쪼개 접근하려는 북한의 ‘살라미 전술’에는 말려들지 않겠다는 의도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대북제재와 관련해서는 “궁극적인 비핵화 목표 아래 신중하게 조율된 외교적 접근으로 (북한의) 특정한 조치에 대해 (제재) 완화를 제안할 준비가 돼 있다”고 한 당국자가 WP에 말했다. 그때까지 현재의 대북제재는 유지된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이나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등의 도발을 감행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미국 본토에 대한 위협을 언급하는 발언도 나왔다. 한 고위 당국자는 WP에 “우리의 결론은 미국에 대한 위협을 제거한다는 목표하에 진행하는 실용적인 대북 접근”이라고 말했다. 바이든 행정부 새 대북정책에는 트럼프 행정부 내내 공석이었던 북한인권특사를 다시 임명하겠다는 내용도 담길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북한 정권의 인권침해 문제에 정면으로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어서 북한의 강한 반발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싱가포르 합의 배제 안 해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와 국무부의 대북정책 담당자들은 정책 검토 과정에서 스티븐 비건 전 국무부 부장관을 비롯한 전임 외교안보팀과도 협의를 지속해왔다고 한다. 한 고위 당국자는 “우리의 접근은 싱가포르 합의 및 과거 다른 합의들을 기반으로 할 것”이라며 ‘싱가포르 합의’도 언급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의 보여주기식 북-미 정상회담이나 실무정책이 뒷받침되지 않는 톱다운 방식의 대북 접근은 폐기하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직접 비핵화에 합의했던 싱가포르 합의의 일부 내용은 살려나가겠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북핵 전문가인 시그프리드 헤커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안보협력센터 선임연구원은 지난달 30일 미국의 북한전문 매체 38노스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이 핵무기 45개가량을 만들 수 있는 핵분열 물질을 갖고 있다”며 “북한이 플루토늄 25~48㎏을 생산했고, 고농축우라늄 600~950㎏가량을 보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2일(현지 시간) 미 ABC방송 인터뷰에서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은 ‘적대(hostility)’가 아닌 ‘해결(solution)’을 목표로 한다며 실용적인 조치를 할 준비가 됐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북한이 바이든 대통령의 연설을 ‘대단히 큰 실수’라고 비난하며 “심각한 상황에 직면하게 될 것”이라고 반발한 데 대해 “우리의 대북 정책은 적대를 목표로 한 게 아니다. 이는 해결을 목표로 한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궁극적으로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달성하는 것이 목표라고 덧붙였다.

설리번 보좌관은 “우리는 이 목표를 위해 외교에 나설 준비가 돼 있다”며 “그 목표가 진전되는 것에 실용적인 조치를 할 준비가 됐다”고도 했다. 또 “전부냐, 전무냐(all for all, or nothing for nothing)보다는 보다 정밀하고, 실용적이며 검증된 접근법이 북한의 핵 프로그램 도전을 줄이는 방향으로 가도록 하는 최선의 기회를 줄 것”이라고 했다.

워싱턴=이정은 특파원 lightee@donga.com
이은택 기자 nab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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