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첫 의회 연설…베일 벗은 ‘가족계획’·부자 증세 공식화

  • 뉴시스
  • 입력 2021년 4월 29일 11시 25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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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8일(현지시간) 취임 후 첫 의회 연설에서 ‘미래의 경쟁’을 위한 1조8000억 달러(약 1990조 원) ‘미국 가족 계획(American Families Plan)’을 발표했다. 재원 마련을 위한 ‘핀셋 부자 증세’ 계획도 제시했다.

외교 정책과 관련해서도 메시지를 내놨다. 동맹 협력을 토대로 한 북한 및 이란 핵 프로그램 대응을 거듭 강조했고, 중국과 러시아에 대해선 강경 정책을 유지하면서도 기후변화 대응 등에서 협력할 것을 재차 시사했다.

1990조원 규모…“세기에 한 번 있는 투자”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100일을 하루 앞둔 이날 첫 상·하원 합동 연설을 통해 “미래를 위한 경쟁에서 이기기 위해선 우리 가족, 우리 어린이를 위한 세기 한 번의 투자를 해야 한다”라며 미국 가족 계획을 소개했다.

이는 지난 3월 말 소개한 2500조원 규모 인프라 투자 계획인 ‘미국 일자리 계획(American Jobs Plan)’ 이후 한 달 만에 소개되는 대규모 정책 계획이다. 어린이 양육과 교육 지원 등을 담았다.

구체적으로 3~4살 아동의 취학 전 2년 무상 교육과 고등학교 졸업 이후 2년의 커뮤니티 칼리지 교육 등 4년의 공교육 프로그램 추가를 담았다. 바이든 대통령은 “21세기 경쟁에 (의무 교육) 12년은 더는 충분치 않다”라고 했다.

칼리지 교육을 위한 미 연방 무상 장학금 제도인 ‘펠 그랜츠(Pell Grants)’ 강화도 포함됐다. 아울러 역사적으로 흑인 교육에 기여해온 칼리지와 대학을 비롯해 소수자 교육 담당 기관 투자도 늘리기로 했다.

CNN은 이 계획과 관련, 고위 행정부 당국자를 인용해 궁극적으로 연방 정부가 주별 교습비 평균치의 75%를 부담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나머지 비용은 주 정부가 부담할 전망이다.

펠 그랜츠 제도의 경우 저소득 학생을 상대로 지원금을 약 1400달러(약 155만원) 상당 추가한다는 방침이다. 보도에 따르면 유색인을 포함해 약 700만 명이 현재 펠 그랜츠 제도의 혜택을 보는 것으로 파악된다.

질 좋은 보육 시스템 구축도 미국 가족 계획의 목표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저소득 가정이 5세 이하 아동 보육에 수입 7% 이상을 쓰지 않도록 보장할 것”이라며 “가장 힘든 노동 가정은 한 푼도 쓸 필요가 없다”라고 했다.

CNN에 따르면 수입이 주별 중위 소득 1.5배 상당인 가정까지 미국 가족 계획의 혜택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육아 휴직과 병가 확대도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 가족 계획은 최대 12주의 육아 휴직과 병가를 제공할 것”이라며 “누구도 직업·급여와 자신·부모·배우자·가족을 위한 돌봄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해선 안 된다”라고 했다.

바이든 행정부는 이를 위해 지난해 3월 의회를 통과한 코로나19 부양 패키지 중 유급 병가와 육아 휴직 확대 혜택을 재개할 것으로 보인다. 해당 혜택은 지난해 12월 만료됐다.

아동 세액 공제도 미국 가족 계획의 중요한 부분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역시 지난해 3월 코로나19 부양 패키지 일환으로 제공됐던 인당 3000~3600달러 아동 세액 공제를 최소 2025년까지 연장하자고 제안했다.

이 밖에 공교육을 위한 2000억 달러(약 221조6200억 원) 규모 유치원 투자 등이 미국 가족 계획에서 거론됐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 계획은 오늘날 미국 가정이 직면한 가장 큰 문제를 다루는 것”이라며 의회의 협조를 촉구했다.

상위 1% 고소득층 ‘핀셋’ 증세…“공평한 몫 분담할 때”
재워 마련을 위해 상위 1%에 초점을 맞춘 ‘부자 증세안’도 공식화했다. 향후 15년 간 2조 달러(약 2215조원)를 목표로 고소득자의 소득세와 자본이득세 증세 등을 추진하는 것이 골자다.

제안한 내용에 따르면 소득 상위 1%를 대상으로 하는 연방소득세 최고 과세구간 세율을 37%에서 39.6%로 인상한다. 공약했던대로 연 소득 40만 달러 미만은 증세 대상에서 제외했다.

자본이득세의 경우 연소득 100만 달러 이상 가구의 최고세율을 39.6%로 올린다. 현재의 배에 달하는 수준이다.

현재 순투자소득세 3.8%를 포함하면 자본이득세의 최고세율은 43.3%까지 오르게 된다.

또한 국세청의 탈세 관리·감독 강화에 10년 간 800억 달러를 투입, 법인과 고소득자의 탈세를 막음으로써 7000억 달러의 추가 세입을 확보한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번 증세 계획이 고소득자를 겨냥한 것임을 분명히 하면서 이를 “공정한 분담”이라고 했다.

그는 연설에서 “이미 중산층은 충분한 세금을 내고 있다”며 “(연소득) 40만 달러(약 4억4000만원) 미만에게는 어떠한 세금 인상도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 상위 1%의 기업과 부자들이 그들의 공정한 몫을 분담해야 할 때”라며 “나는 내가 제안한 것이 공정하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들은 국가 재정에 책임이 있다”며 “내 제안에 따라 그들이 세수를 증대시키면 그것은 국가 경제와 재정을 성장시키는 수백 만 개의 일자리를 창출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대기업과 부유층의 감세로 중소기업 및 저소득층에 돌아가 국가 경제를 튼튼하게 한다는 공화당의 이른바 ‘낙수론’을 비판했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감세 정책도 비난했다.

그는 “2017년 큰 폭의 감세 정책은 대가를 치르게 했다. 엄청난 경제 성장을 이뤘지만 대신 2조 달러의 재정 적자를 추가했다”면서 “임금 인상과 연구·개발에 사용돼야 할 돈을 최고경영자(CEO)들의 호주머니에 쏟아부었고 CEO와 근로자 간 사상 최대의 임금 격차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동맹과 협력해 北 위협 대응…中도 규칙 따라야”
외교 정책과 관련해선 북한과 이란의 핵 프로그램을 미국과 세계 안보의 심각한 위협으로 지목하고 동맹국과 협력해 외교와 강력한 억지력을 기반으로 양국의 위협에 대응하겠다고 했다.

그는 “미국과 세계의 안보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는 이란과 북한의 핵 프로그램에 대해 우리는 동맹들과 긴밀히 협력해 외교와 엄중한 억지력을 동원해 양국의 위협에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 정책 검토 작업은 현재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중국과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면서도 미국의 이익을 침해하는 불공정한 무역 관행 에 맞설 것이라고 했다. 인권과 자유 침해에도 침묵하지 않을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위기 해결 방법으로 동맹과 협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오랫동안 알고 있던 많은 세계 지도자들에게 자주 듣는 말은 ‘우리는 미국이 돌아온 것을 보고 있다’는 것”이라며 “우리는 단지 우리가 돌아왔을 뿐만 아니라 여기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고 말다.

이어 “우리 혼자가 아니라 동맹들과 함께 주도해야 한다”며 “테러부터 핵 확산, 대량 이주, 사이버 보안, 기후 변화, 팬데믹(대유행)에 이르기까지 우리 시대의 위기를 혼자 모두 해결할 수 있는 국가는 없다”고 덧붙였다.

특히 그는 “미국이 제 2차 세계 대전 당시 민주주의의 무기였던 것처럼 백신의 무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내가 오늘 제안한 투자는 중산층에 이익이 되는 대외 정책을 진전시킨다”며 “이는 중국을 포함한 모든 국가가 세계 경제에서 동일한 규칙을 따르도록 하는 것을 의미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논의에서 ‘우리는 경쟁을 환영하고, 갈등을 원하지 않는다’고 했다”면서도 “나는 미국의 이익을 지킬 것을 분명히 했다. 미국은 국영기업 보조금, 미국 기술과 지적 재산권 갈취 등 미국 노동자와 산업을 약화시키는 불공정 무역 관행에 맞설 것”이라고 피력했다.

이어 “시 주석에게 ‘우리는 유럽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처럼 인도태평양에 강력한 군사력을 배치하겠지만 분쟁을 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다”고 전했다.

그는 “시 주석에게 ‘미국은 인권과 근본적인 자유에 대한 우리의 약속에서 후퇴하지 않을 것이다. 미국 대통령은 기본 인권이 침해될 때 침묵할 수 없다’고 많은 세계 지도자에게 했던 말을 했다”고도 소개했다.

러시아와 관련해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에게 ‘긴장 확대를 원하지 않지만 그들의 행동은 결과를 낳는다’고 분명히 했다”며 “러시아의 선거 개입, 정부와 기업에 대한 사이버 공격에 대해 직접적이고 비례적인 방식으로 대응했다”고 밝혔다.

다만 “우리는 상호 이익을 위해 협력할 수 있다”면서 양국 간 유일하게 남은 핵전력 조약인 신전략무기감축협정(New START·뉴스타트) 연장과 기후 변화 협력을 언급했다.

이 밖에 아프간 전면 철군 방침도 재천명했다. 그는 “미국의 지도력은 아프가니스탄에서 영원한 전쟁을 끝내는 것을 의미한다”며 “우리는 9.11테러범을 잡기 위해 아프간에 갔다. 우리는 오사마 빈 라덴에게 정의를 전했고 알카에다의 테러 위협을 격하시켰다. 이제 병력을 집으로 데려올 때”라고 말했다.

다만 “우리는 향후 미국에 위협을 억제할 수 있는 능력(horizon capability)을 유지할 것”이라며 “우리는 정보기관이 결정한 것을 무시하지 않을 것”이라고 역설했다.

[서울=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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